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서지영 교수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서지영 교수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서지영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삼성서울병원 서지영 교수(중환자의학과)가 중환자재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초반이다.

외국 학회에 참석했을 때 한 강의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환자가 걷는 모습을 본 이후다.

중환자진료가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그때 느꼈다고 한다. 

아직 국내에서 중환자재활은 생소한 개념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 교수는 중환자재활은 환자와 의사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한다. 

- 중환자재활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외국 학회에서 강의를 듣고 너무 부러워 우리나라 환자에게도 적용하고 싶다 생각했다. 몇몇 환자에게 적용했는데, 환자들 눈빛이 변하는 것을 느꼈다.

재활 전에는 약에 취해 뭔가 초점이 안 맞은 상태라 느꼈다. 환자에게 적절하게 통증 조절과 진정제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의료진이 정성스럽게 환자를 도우니까 환자들이 "의료진들이 나를 위해 이런 노력을 하는구나"하는 눈빛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환자들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면서 회복에 대한 의욕도 충만해지는 걸 알게 됐다. 우리가 나가야 할 방향이라는 확신을 갖고 중환자재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중환자재활이 필요한 이유는?

중환자는 통증 등으로 괴로울 것이란 전제가 있다. 또 생명보조장치가 의도치 않게 제거돼 환자에게 해를 끼칠 것이란 생각 때문에 대부분 깊게 진정 상태를 유지하고, 침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  상태에서 치료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치료한 환자 상당수가 후유증을 겪는데, 중환자실에 입원하기 전에는 없었던 신체적, 인지적, 정신적 문제를 호소한다. 이를 '중환자실 치료 후 증후군(Post-intensive care syndrome PICS)'이라 한다.

PICS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살아 남은 많은 생존자를 괴롭힌다. 팔다리 근육 위축으로 걷지 못하거나, 치매 수준에 해당되는 인지장애가 남거나 우울증이나 외상후증후군처럼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는 환자들이 아주 많다. 

PICS를 예방하려면 중환자재활이 가장 효과적인데, 이를 위해 진정제 사용을 최소화하는 노력과 환자들과 소통하고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 중환자재활 효과의 의학적 근거는? 

가장 대표적 논문이 2009년 란셋에 기계환기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조기재활을 받으면 그렇지 않았던 환자들보다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상태까지 가는 비율이 유의하게 높았다는 연구다. 특히 기계환기를 조기에 제거할 수 있고 섬망 빈도도 유의하게 낮다.

현재 많은 나라에서 재활은 모든 중환자에게 당연히 제공해야 하는 기본적 돌봄 중 하나라고 받아 들여지고 있다.

- 중환자재활 대상은 누구이고, 어떤 치료를 받는지? 

중환자실에 오는 모든 환자가 대상이다. 다만 너무 상태가 불안정해 재활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는 환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재활은 말 그대로 평소에 하던 동작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가장 낮은 단계로는 누운 자세에서 수동적으로 관절을 움직이게 하는 것부터 시작해 점차 단계를 올려가면서 한다.

구체적으로 능동적 관절 움직임, 앉기, 걸터 앉기, 자전거 타기 등이 침상에서 행해질 수 있고, 이 단계를 잘 하게 되면 침상 밖으로 나와 침상 옆에서 서기, 제자리 걸음 걷기,병실이나 병실 밖으로 걸어다니기도 한다.

- 중환자재활을 하고 있는 국내 병원은 어디인가? 

2013년도 삼성서울병원 정치량 교수가 팀장이 돼 재활의학과 성덕현 교수와 팀을 구성한 것이 시작이다. 차츰 중환자재활을 제공하는 병원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극소수라 할 수 있다.

다행히 한국보건의료원 산하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사업단(PACEN)에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중재지만 근거가 많지 않은 분야에 대한 임상 연구비 공모에 저희 팀이 선택돼 현재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 대상으로 PICS에 대해 퇴원 후 1년까기 추적 관찰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 중환자재활에 다른 진료과 참여도 필요한가?

중환자재활이야말로 다학제팀이 필요하다.  중환자실 의료진들은 환자의 상태에 대해 잘 알지만 재활은 모르고, 물리치료사와 재활의학과 선생님들은 재활은 잘 알지만 환자 상황은 잘 모른다.

따라서 의사, 담당 간호사, 재활 코디네이터, 물리 치료사, 재활의학과 의사 등이 만나 논의를 해야 한다. 특히 가족을 재활에 참여시키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인데 이는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요즘은 못하고 있다.

- 중환자재활을 더 많은 환자에게 제공하려면 어떤 것을 개선해햐 할까?

현재 가장 큰 걸림돌은 수가가 없는 것이다. 특히 중환자들은 상태가 안정적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환자 상태 변화를 감시하고 환자가 재활을 할 동안에서 혹시 발생할 지 모르는 낙상 등 돌발상황에 대해 도와주고 대처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수가 체계에서는 단순 물리치료로만 수가를 매길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하는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에서 중환자 재활을 받는 환자 비율이나 상급종합병원 지정 조건에 중환자재활 여부를 평가하는 것이다.

-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중환자실 부족 문제가 큰 이슈였다. 

우리나라 병원은 수치적으로는 인구당 중환자실 수가 경제 규모가 비슷한 나라보다 적지 않다. 하지만 중환자를 볼 수 있는 전문 인력, 의사와 간호사는 2분의 1 또는 3분의 1 정도다. 따라서 위기 사항에서 대처 능력이 다른 나라 보다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환자를 돌보는 인력은 하루아침에 키워지지 않는다. 

또 효율성을 중시하다 보니 일반병실이나 중환자실이 코로나19처럼 감염력이 강한 환자들을 다른 환자와 같이 진료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결국 코로나19 중환자들을 기존 중환자실과 다른 공간에서 보거나, 중환자실을 개조해 코로나19 중환자들을 다른 환자들과 분리해 관리하고 있어 환자 수에 따라 중환자실을 유연하게 사용하기 어렵다. 

중환자 치료를 제대로 자리잡으려면 중환자 치료 인력을 다른 나라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구조적으로도 일인용 병실들로 변화시켜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도 잘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지난해 세계중환자의학회 이사로 선출됐다. 주로 어떤 일들을 하는지?

세계중환자의학회는 1981년 설립됐는데 여러 나라의 중환자의학회들의 연합체로 차별 없이 전 인류에 높은 수준의 중환자의학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인 단체다. 주기적으로 중환자의학 학술대회를 개최해 중환자의학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다른 학회보다 저소득 국가의 의료인을 도와주고, 이들 국가가 중환자실 시스템을 제대로 확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본부는 벨기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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