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성모병원 조항주 권역외상센터장

의정부성모병원 조항주 권역외상센터장 ⓒ메디칼업저버 DB
의정부성모병원 조항주 권역외상센터장 ⓒ메디칼업저버 DB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이하 외상센터)는 17개 권역 중 최북단인 경기북부를 지키고 있다. 센터장을 맡고 있는 조항주 교수(외상외과)는 전용 수술실, 의료장비, 헬기착륙장을 소개하며 하드웨어 측면에서 대폭 확충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인력 부족은 여전히 어려움으로 꼽힌다. 

외상센터에 대한 인식 부족도 의료진 사기를 저하시키는 요인 중 하나라고 했다. 조 센터장은 "환자를 진료하고, 살리는 것이 좋아서 외상을 선택했다"고 전한다. 

다만 열정과 사명감이 있더라도 체력은 물론 적절한 유인책이 있어야 가능한 것. 조 센터장을 만나 외상외과의 상황과 외상센터 발전을 위한 제언을 들어봤다.

①10년차 권역외상센터 '환자' 위해 달린다
②로드맵 고심하는 권역외상센터, 교육·심사 주목
③환자 살리려 외상 선택한 조항주 교수, 외상센터를 말하다

 -경기북부 외상센터가 개소한 후 약 4년이 지났다. 그간 소회는?
2012년 이전에는 외상외과를 전공하고 싶어도 자리가 없어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 다행히 의정부성모병원은 2011년 외상외과를 만들었고, 나 또한 외상외과에 머물 수 있었다. 

외상센터사업이 시작된 후 외상을 하고 싶은 사람들의 자리가 생겼고, 다른 병원도 중증외상환자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18년 우리 병원의 외상센터가 개소하기 전에는 전용 수술실이나 중환자실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안타까운 점이 많았지만 개소 후에 다수 해결됐고, 많은 발전이 있다고 본다. 

전용 수술실과 외상센터 인력 공간도 마찬가지다. 해결해야 하고, 하고 싶은 것은 계속 생기고 있다.

-외상센터가 자리잡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외상센터 역할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 중증외상환자는 거리가 멀어도 외상센터로 이송되면 생존율이 더 높아지지만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가까운 대학병원과 외상센터에 차이가 있냐는 반응 등이다. 중증외상 환자가 언제 올지 몰라 공간을 비워둬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외상센터 역할을 이해하는 분들이 많아지는 것 같긴 하다.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 소생실 ⓒ메디칼업저버 DB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 소생실 ⓒ메디칼업저버 DB

-경기북부 외상센터의 특징은?
최전방에 위치한 만큼 국군 및 미군과 협력관계가 잘 돼 있다. 군 외상 환자가 발생하면 협력해 치료하는 시스템이 있으며, 군의관이나 간호장교를 외상센터에 파견해 환자를 치료한다. 

경기북부 외상센터 통계를 보면 교통사고 환자가 가장 많고 추락, 미끄러짐, 부딪힘 순으로 많이 발생한다. 군 차량과 일반 차량과의 교통사고도 있으며, 외국인 노동자 부상 사례도 적지않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려웠던 점도 많았을 것 같다.
중증외상환자는 빠른 검사와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코로나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는 Level D 방호복을 입고 접촉해야 하는데, 보안경에 습기가 차고 무균이 필요한 시술도 어려움이 생긴다.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응급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일단 격리실로 가야 하지만, 이 공간이 충분치 않아 일반병실 또는 중환자실이 비어있어도 환자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잠깐의 실수로 문제가 생기면 2주간 격리를 해야 했다. 

이럴 경우 외상센터 당직표를 죄다 바꿔야 한다. 여러 명이 감염되면 남은 인원이 나눠 24시간, 365일 커버해야 했기 때문에 의료진 한 명의 당직일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일도 있었다.

-응급환자 이송을 위해 헬기도 활용된다.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소방대원이 현장에서 환자를 이송하는 경우도 있고, 외상센터 의료진이 직접 현장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후자는 의료진이 현장에 간다는 장점도 있지만, 병원에 있는 인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충분한 의료진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1년에 70건 정도 헬기 이송이 이뤄지고 있는데 소음에 대한 걱정도 있다. 약 3년 전 '닥터헬기 소리는 생명'이라는 캠페인도 진행됐고 언론에서도 다수 보도돼 상황이 나아졌지만 야간이나 휴일에 민원이 가끔 접수된다. 

헬기 착륙 및 옥상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니 위급한 환자를 위한 소리라고 이해해주면 감사하겠다.

-외상학 세부전문의 배출 현황은 어떤가.
외상학 세부전문의는 외상센터 근무를 위한 필수 자격증이 아니어서 관심을 가진 사람만 하고 있다. 그래서 1년에 많은 인원이 배출되지는 않고 있다. 

2020년에는 6명 배출됐고, 외상외과에서 외상학으로 명칭을 바꾼 후 2021년은 15명, 2022년은 24명으로 늘었다. 

외상센터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이라면 이정도는 해야 한다는 질관리 개념을 담아 필수로 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도 든다. 외상학 세부전문의 자격증에 대한 여러 장점이 생긴다면 더 많은 인원이 배출되고, 외상환자 생존율도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한외상학회 수련이사도 맡고 있다. 의대 및 전공의 교육과정에서 필요한 변화는?
외상학이 법정 전문과목이 아니어서 외상센터에서 전공의를 받을 수 없다. 일부 병원에서는 파견 형식으로 받기도 하지만 정식 외상학 레지던트는 없고, 임상과로 외상학과가 없는 병원도 있다. 

외상학이 세부전문의가 아닌 전공과목이 된다면 의대생 필수 교육으로도 포함돼 궁극적으로 외상을 전공하는 의사들이 더 늘어나고 외상학도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 정부가 중증외상을 포함한 필수의료 강화를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가장 필요한 지원은?
응급분야답게 수가를 높여야 한다. 외상은 인력을 항상 대기해야 하고, 여러 시설도 늘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자원이 들어감에도 수가 차이가 거의 없다. 

열심히 수술했음에도 수술료가 삭감되는 사례도 있다. 외상센터는 필수의료 중에서도 응급인 환자들이 오는 곳이고, 치료만 제대로 받으면 기적이 일어나는 곳이다. 

다행히 외상센터 사업을 통해 많이 개선됐다. 그러나 인력에서는 아직 부족함이 많다. 외상센터 의료진이 힘들지만 보람을 느끼며 일할 수 있도록, 적절한 대우를 받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외상센터는 환자를 치료하는 범위가 넓어 교육도 중요하다. 1년에 몇번 보지 못하는 유형의 손상 환자도 있을 수 있다.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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