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후 사지마비 간호조무사, 첫 산재 인정 받아
보상요건 확대, 국가보상금 선지급 법안 등 법안소위 계류
정부는 입증책임 전환, 타 국가예방접종 관계 등 '신중 검토'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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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코로나19(COVID-19) 백신 접종 후 사지마비 증세를 보인 간호조무사가 첫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

백신 접종률 제고와 국민 보호를 위해 국가가 백신 부작용을 더 폭넓게 보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치권과 정부의 구체적인 입장차는 여전히 큰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3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은 후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을 진단받은 A씨에 대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감염내과, 직업환경의학과 및 법률전문가 등 7인으로 구성된 심의회의를 개최해 업무상 질병인정 여부를 종합 검토했다.

그 결과 A씨는 간호조무사로 우선접종대상에 해당돼 사업장의 적극 안내에 따라 백신을 접종받은 점, 접종이 업무시간으로 인정된 점, 접종하지 않을 경우 업무수행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업무와 관련된 접종을 인정했다.

백신 이상반응을 유발할 만한 기저질환과 유전질환이 없었고, 접종과 이상반응 유발간 시간적인 연관성도 함께 인정됐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심의 결과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으로서 신청 상병에 대한 선례가 없거나,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반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이러한 사항이 산재인정에 있어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는 근거가 되기에는 부족한 점을 종합하면 산업재해로 인정된다"고 했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은 근로복지공단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하며 "보건의료인을 비롯해 경찰, 소방 등 사회 필수인력이라는 이유로 선택권 없이 실시한 백신접종의 경우 부작용 피해에 대해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국회, 여야 막론하고 백신 부작용 보상 확대 법안 발의

조심스러운 정부...'백신 부족' 우려 

국회의사당
ⓒ메디칼업저버 DB

국회는 이전부터 코로나19 백신 부작용과 관련한 보상을 촉구하며 관련 법안들을 발의한 상태다.

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예방접종을 받은 후 발생한 질병과 장애, 사망에 대한 보상의 범위를 '질병청장이 인정'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질병청장이 관련이 없다고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같은 당 김미애 의원은 예방접종 후 질병이 발생해 분쟁해결이 필요한 경우, 예방접종과 질병과의 인과성 여부 입증책임을 질병청장이 부담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만약 백신과의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했을 경우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지만, 환자 측에서 고도로 전문적인 의료분야의 사고를 입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서다.

다만 이를 두고 정부과 국회와의 시각차는 큰 상황이다.

최근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제2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법안소위 위원들은 여당과 야당을 가리지 않고 모두 정부에 보상 확대를 요구했다.

정부는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다른 국가예방접종과의 관계, 실현가능성 등을 이유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질병관리청 나성웅 차장은 "예방접종 피해보상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똑같은 규정으로 하고 있다. 완벽하게 가기에는 다른 백신과의 관계도 있고, 전체적으로 코로나19만 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백신은 생물학적 제제에 이상이 없다는 식약처의 허가에 따라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과성이 없는 것까지 보상하기에는 전체 국가예방접종 체계가 쉽지 않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인과성 분쟁 시 입증책임을 질병청장이 부담하도록 하고, 보상 여부 결정 이전이라도 보상비용을 선지급하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에도 난색을 표했다.

나 차장은 "똑같은 백신이지만 이상반응은 접종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다"라며 "전문가를 동원해 대상이 되는 사람의 이상반응을 인정하는 것이지 '인과성이 없다'까지 질병청장이 명백히 하기 쉽지 않다. 전세계적으로 이러한 입증 책임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에서 보상비용을 지급하면 환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난적의료비 등에 근거해 먼저 지원하고 인과성이 차후 발표되면 추가로 지원하는 단계적인 방안으로 제도를 이미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논의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은 계속심사를 위해 복지위 제2법안소위에 계류됐다.

전 국민 대상 코로나19 접종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국회를 중심으로 보상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 향후 법안 논의가 주목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백신접종 후 이상사례로 피해보상 신청을 해도 심의를 통과해 인과성을 인정받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신접종은 국가 방역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국가가 부작용을 책임지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며 "치료비와 생계비에 대한 법적 보상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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