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앰겔러티 이어 지난달 27일 아조비 허가
치료제 선택 폭 넓어져
전문가들 "환자 선호도·의료진 임상경험·급여 적용에 따라 처방 달라질 것"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새로운 편두통 예방 치료 신약이 국내 허가를 받으면서 치열한 시장 경쟁이 예상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7일 한독테바의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 항체 편두통 치료제인 '아조비(성분명 프레마네주맙)'를 허가했다.

2019년 CGRP 항체 치료제로 한국릴리의 '앰겔러티(갈카네주맙)'가 최초 허가받은 후 두 번째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두 치료제는 뇌에서 편두통 증상 유발에 주요 역할을 하는 CGRP 분자에 결합해 수용체와의 결합을 차단하는 인간단일클론 항체 약물이다. 

그동안 트립탄 계열 약 또는 보톡스, 아세트아미노펜 등이 치료에 사용됐지만 편두통을 표적해 개발되지 않았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었던 상황. 이에 CGRP 항체 치료제 등장은 편두통 예방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 것으로 평가된다.

CGRP 항체 치료제의 경쟁 체제가 갖춰지면서 의료진과 환자의 선택에도 관심이 모인다. 두 치료제 모두 상당한 치료 효과가 확인된 만큼 유효성 외의 요인이 처방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앰겔러티·아조비, 편두통 예방 효과·안전성 입증

편두통 예방 치료제 앰겔러티. (사진제공 : SK케미칼)
▲앰겔러티(갈카네주맙).

가장 먼저 국내에 도입된 앰겔러티의 편두통 예방 효과는 EVOLVE-1과 EVOLVE-2 임상3상을 통해 증명됐다. 

EVOLVE-1에는 월 평균 편두통 발생일수가 4~14일인 삽화성 편두통 환자가 모집됐다. 결과에 의하면, 6개월의 치료 기간에 월간 편두통 발생일수는 위약군은 2.8일 감소에 그쳤지만 앰겔러티 120mg 투여군은 4.7일, 240mg 투여군은 4.6일 줄었다.

EVOLVE-2 결과, 6개월의 치료 기간에 삽화성 편두통 환자의 월간 편두통 발생일수는 앰겔러티 120mg 투여군 4.3일, 240mg 투여군 4.2일 감소했다. 위약군과 비교하면 각 2.0일과 1.9일 줄었다. 이 연구는 한국인이 참여했다는 것이 강점이다. 

아울러 만성 편두통 환자가 모집된 REGAIN 임상3상에서도 앰겔러티 투약 시 3개월 동안 평균 편두통 발생일수가 위약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줄었다. 

아조비는 만성 편두통 환자 대상의 임상3상에서 월 평균 편두통 발생일수를 4일가량 줄이는 혜택을 입증했다.

아조비 분기별(3개월 간격) 투여군(675mg)과 매달 투여군(225mg)의 월간 편두통 발생일수는 각 4.3일과 4.6일 감소했다. 위약군은 2.5일 줄어, 아조비의 유의한 편두통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

이와 함께 기존 치료제 2~4가지에 반응하지 않은 편두통 환자가 모집된 FOCUS 임상3상 결과, 아조비 분기별 투여군과 매달 투여군의 월간 편두통 발생일수는 각 3.7일, 4.1일 줄었고 위약군 대비 감소 폭이 컸다.

앰겔러티와 아조비는 효과에 이어 비슷한 이상반응이 보고된다. 대부분 통증, 발적, 부기 등 주사부위반응으로 모두 투약 후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헤드투헤드 연구 필요성 제기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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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과 환자는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를 투약하고자 한다.

그렇지만 앰겔러티와 아조비의 편두통 예방 효과와 안전성은 대동소이하다. 

2020년 10월 30일까지 발표된 무작위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위약과 비교한 월간 편두통 발생일수는 앰겔러티 2.10일, 아조비 2.19일 줄어 편두통 예방 효과가 비슷했다. 단 안전성의 경우, 앰겔러티만 치료 관련 이상반응 또는 중증 이상반응 발생 가능성이 위약보다 각 1.11배와 2.95배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Front Pharmacol 2021;12:649143).

두 치료제 모두 유효성이 우수하다는 점에서 향후 CGRP 항체 치료제 간 헤드투헤드(head-to-head)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 같은 제언에도 불구하고 실제 비교 임상이 진행되기란 불가능하다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선호도·임상 경험 바탕으로 처방 이뤄질 전망

두 치료제 모두 우수한 편두통 예방 효과가 확인된 만큼 치료제 선택은 의료진의 임상경험과 환자의 선호도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원을지대병원 김병건 교수(신경과)는 "두 치료제가 같은 가격으로 출시될 예정"이라며 "결국 환자 개개인의 선호도와 의료진의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처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이어 "환자는 투약이 편하고 통증이 적으며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되는 치료제를 선택할 것"이라며 "의료진 입장에서는 아조비의 경우 월 1회 투약 외에도 3개월 간격으로 피하주사할 수 있는 제형이 있다는 점에서, 먼 곳에 출장을 가거나 병원 방문이 어려운 환자에게 아조비 처방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장기간 투약 시 안전성 데이터가 쌓인다면 이를 근거로 임상 처방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된다.

고가의 치료제…보험 급여권 진입 중요 

보험급여권 진입 여부도 치료제 선택을 판가름할 주요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앰겔러티는 비급여로 처방된다. 앰겔러티 월 1회 투여 비용은 약 50만원으로, 1년이면 600만원의 치료 비용이 소요된다. 고가라는 점은 환자와 의료진은 앰겔러티 치료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에 한국릴리는 앰겔러티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자 급여 신청을 제출했다. 아조비도 국내 허가와 앰겔러티의 급여 신청에 따라 향후 급여권 진입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동경희대병원 신원철 교수(신경과)는 "CGRP 항체 치료제의 가장 큰 한계점은 비용이다.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치료 비용이 상당히 비싸다"며 "효과적인 편두통 신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 문제로 환자가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 이에 앰겔러티의 경우 1회 치료 비용을 환급(무료)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앰겔러티와 아조비는 같은 계열의 약물이기에 어떤 것이 더 좋다고 정리하기 어렵다"면서 "결국 의료진과 환자가 어떤 치료제를 선택할지는 급여 적용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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