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맞춤형 치료의 시작 조직불문항암제
한계도 분명...진단검사의학 분야 발전 필요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코로나19(COVID-19) 장기화와 별개로 글로벌 제약업계는 레드오션이 된 만성질환약 개발에서 벗어나 환자의 미충족 수요 해결을 새로운 모멘텀으로 삼고 있다.

과거부터 환자의 언맷니즈는 암(cancer)이었다. 암은 치료가 어렵고 재발률이 높아 기적 없이는 이겨낼 수 없는 불치병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의학·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암 정복에 한발 더 다가섰다.

이 과정에서 항암 치료의 패러다임은 수차례 변화를 겪었다. 세포독성항암제를 이용한 항암화학요법과 표적치료제가 주를 이뤘던 패러다임을 바꾼건 면역항암제의 탄생이었다.

그러나 면역항암제 역시 '반응률'이라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고, 글로벌 제약업계는 이를 극복하고자 다양한 병용요법을 활용해 여러 암종에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 항암제로 치료가 어려웠던 혈액암 분야에서는 CAR-T 치료제라는 새로운 기전의 항암제가 개발, 상용화되고 있고 돌연변이 유전자를 타깃하는 표적항암제의 장점과 환자 반응률의 한계를 가진 면역항암제의 단점을 보완한 조직불문항암제도 세상에 나오고 있다.

본지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글로벌 제약업계가 새로운 먹거리로 삼은 항암제 시장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지 조명했다.

① 모든 고형암에 도전하는 면역항암제
② 혈액암 강점 CAR-T 치료제, 고형암에 도전
③ 암의 경로별로 나누는 개인맞춤형 치료, 조직불문항암제

 

암의 경로별로 나누는 개인맞춤형 치료 

항암치료도 종양이 처음 시작된 장기나 조직을 근거로 하는 방식에서 이를 불문하고 특정 변이를 갖는 고형암이라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겨낭하도록 설계된 약물, 이른바 '조직불문항암제'로 변화하고 있다.

정밀의학이라는 개념이 보편화되면서 폐암, 대장암, 유방암 등 원발병소를 기준으로 치료법을 결정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암의 경로(pathway)별로 나누는 개인맞춤형치료에 한발 더 다가선 것이다.

현재 시판된 조직불문항암제는 신경성 티로신 수용체 키나제(Neurotrophic tyrosine receptor kinase, NTRK) 유전자 융합 항암제와 RET(Rearranged during transfection 융합 양성 항암제다.

우선 NTRK 계열에서는 로즐리트렉(엔트렉티닙)과 비트락비(라로트렉티닙)가 대표적이다.

NTRK 유전자 융합 종양은 사람의 신경계 발달과 기능에 필수적 역할을 하는 TRK 수용체가 변이성 TRK 융합 단백질로 이상 발현되면서 세포 증식과 분열을 촉진, 발암을 유발하는 형태다.

성인 및 소아 고형암 중 희귀 암종에서 NTRK 융합이 자주 발견되지만, 흔한 암종에서는 빈도가 낮다.

실제로 성인의 경우 분비성 침샘암이나 분비성 유방암의 75% 이상은 NTRK 유전자 융합이 발견되며, 갑상선암과 위장관기질종양은 5~75%, 대장암, 악성흑색종 등에서는 5% 미만으로 나타난다. 소아에서는 영아섬유육종에서 75% 이상, 흑색종, 갑상선암, 선천성 중배엽성신장종양은 5~75%의 빈도를 보인다.

로즐리트렉과 비트락비는 NTRK 유전자 융합을 바이오마커로 삼는다는 데 공통점이, 로즐리트렉은 비트락비와 달리 NTRK 유전자 융합 이외에 성인 ROS1 유전자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을 타깃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로즐리트렉은 다양한 암종에서 발견되는 NTRK 유전자 융합과 비소세포폐암에서 주로 발견되는 ROS1 유전자 변이 단백질의 활성화를 차단하도록 설계된 치료제다.

실제로 ALKA-372-001, STARTRK-1, STARTRK-2 임상연구에서 비소세포폐암, 육종, 침샘암, 유방암, 갑상선암, 대장암 등 10여개의 NTRK 융합 양성 고형암 환자의 63.5%에서 객관적 반응률(ORR)을 나타냈고, 반응 지속시간(DOR)도 12.9개월을 보였다.

같은 계열의 비트락비도 NTRK 유전자 융합이 확인된 159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유효성 평가에서 79% ORR과 16%의 완전반응률(CR), 63%의 부분반응률(PR)을 달성했다.

올해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1)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서는 전 연령, 21개의 다른 암종의 TRK 융합 종양 환자에서 비트락비는 49.3개월의 DOR을 보여 지속적 임상 혜택을 나타내기도 했다.

조직불문항암제는 NTRK 유전자 융합에서 다른 유전자 타깃으로 진화하고 있다.

RET 유전자 융합을 타깃으로 한 치료제도 개발, 가브레토(프랄세티닙)와 레테브모(셀퍼카티닙)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두 치료제는 폐암, 갑상선암에서 경쟁하며 다양한 암으로 적응증을 넓히려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RET이 활성화되는 융합과 돌연변이는 비소세포폐암과 갑상선수질암 등이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실제 RET 유전자 융합은 갑상선유두암에서 10~20%, 비소세포폐암에서 1~2% 빈도로 나타난다. 

가브레토는 RET 유전자의 1차 변이는 물론 항암치료 내성을 유발하는 2차 변이를 억제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낸다. 레테브모도 가브레토와 같은 기전이다. 두 약제는 모두 FDA로부터 폐암과 갑상선암에 허가를 받은 상태다. 

관심사는 두 약제가 어디까지 적응증을 확장하느냐다. 종양성 RET 유전자 융합은 대장암, 유방암, 췌장암에서, 치료 내성을 보이는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낮은 빈도로 발견된다.

레테브모는 미국임상종양학회(AACR 2021)에서 기존에 허가받은 폐암과 갑상선암 이외에 췌장암, 대장암, 유방암, 침샘암, 육종, 유암종(carcinoid), 직장 신경내분비종양, 소장암, 황색육아종, 난소암, 폐암육종, 원발부위 불명암 등 RET 융합 양성 고형암에 대한 임상1/2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 레테브모는 RET 융합 양성 환자의 47%에서 종양 감소 효과(ORR)를 보였고, 이는 13개월(추적관찰 중앙값) 동안 지속됐다.

아울러 KARS 유전자 변이를 타깃하는 약물도 조직불문항암제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KRAS 유전자는 세포 증식 및 분열을 조절하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유형을 불문하고 KRAS 변이를 나타내는 종양을 표적할 수 있다.

다만, 조직불문항암제의 한계는 분명하다.

글로벌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조직불문항암제는 종양이 발생한 신체적 위치가 아닌 바이오마커 기반 암 치료법인 만큼, 치료제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환자가 한정돼 있어 이를 가려내야 하는 한계가 있다"며 "특정 유전자 융합을 진단할 검사의 다양성은 미흡한 상황이다. 연구개발이 더 진행돼야 하는 이유"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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