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이 치료받은 여성, 옵디보+여보이 병용 시 남성보다 사망 위험 높아
美연구팀 "흑색종 환자 예후 최적화 위해 치료 진행 시 성별 고려해야"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진행성 흑색종 환자의 성별에 따라 면역항암제 치료 예후가 다르다는 보고가 나왔다.

미국 인구 기반 코호트 연구 결과, 이전에 여보이(성분명 이필리무맙)로 치료받았고 옵디보(니볼루맙)+여보이 병용요법을 시행한 진행성 흑색종 환자의 사망 위험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2배 더 높았다.

이와 달리 항PD-1 면역항암제를 투약했거나 여보이 치료력이 없는 환자에게서는 성별에 따른 사망 위험 차이가 없었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결과는 진행성 흑색종 환자의 예후 개선을 위해 치료 진행 시 성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 결과는 JAMA Network Open 12월 2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성별, 면역항암제 치료 반응에 중요 요인일 수 있어

성별 등 생물학적 지표는 흑색종 환자의 면역항암제 치료 반응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나이와 성별에 따라 흑색종 발생률이 다양하다고 보고되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미국암학회가 발표한 2020년 'Cancer Facts & Figures'에 의하면, 흑색종은 남성의 경우 50세 이상이 대다수였지만 여성에서는 60%가 50세 미만이었다. 폐경 후 여성의 흑색종 발생률이 비교적 낮고 가임기에 높은 것은 에스트로겐 등 성호르몬이 흑색종 발생에 주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함께 여성은 더 신속하게 병원체를 제거하고 백신 효과가 크게 나타나며, 자가면역질환에 남성보다 취약하다고 보고된다. 이에 따라 여성은 외부로부터 유입된 항원과 자기항원에 더 강한 면역반응을 보이며, 면역항암제에 남성과 다른 치료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진행성 흑색종 환자의 성별에 따라 면역관문억제제 기반의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가 달라지는지 불확실하다.

이번 연구는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 또는 키트루다, 옵디보 등 항PD-1 면역항암제로 치료받은 진행성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성별에 따른 면역항암제 효능 차이가 나타나는지 평가하고자 진행됐다.

여보이 치료력 있는 여성, 옵디보+여보이 투약 시 남성보다 사망 2배↑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연구에서는 1991~2015년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암 통계 데이터 SEER-메디케어 연계 데이터베이스에서 흑색종을 진단받은 기록이 있는 65세 이상 환자 1369명을 조사했다. 

흑색종 3기 또는 4기이고, 마지막으로 처방된 면역관문억제제로서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 또는 항PD-1 면역항암제 청구 기록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전체 환자 중 남성이 982명으로 71.7%를 차지했다. 중앙값 나이는 75세였다. 

1차 목표점은 전체 생존으로, 입적일(index date)부터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까지의 시간을 확인했다. 전체 생존 분석을 위해 2017년까지 추적관찰을 진행했다.

분석 결과, 이전에 여보이 치료를 받았고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을 진행한 여성의 사망 위험은 같은 치료를 받은 남성과 비교해 2.06배 유의하게 높았다(HR 2.06; P=0.003).

반면 여보이 치료력이 있고 키트루다 또는 옵디보 등 항PD-1 면역항암제를 투약한 환자는 남성과 여성 간 사망 위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HR 0.97; P=0.85). 

이전에 여보이 치료를 받지 않았고 항PD-1 면역항암제를 투약한 환자도 성별에 따른 통계적으로 유의한 사망 위험 차이가 없었다(HR 0.85; P=0.16).

아울러 여보이 치료력이 있고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을 진행한 여성 환자는 항PD-1 면역항암제를 받은 여성보다 사망 위험이 2.82배 의미 있게 높았다. 이와 달리 남성에서는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 또는 항PD-1 면역항암제 치료에 따른 유의한 사망 위험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토머스 제퍼슨대학 Grace Lu-Yao 교수는 논문을 통해 "이번 결과는 진행성 흑색종 여성 환자는 남성보다 면역관문억제제 병용요법의 치료 혜택을 얻지 못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종양변이부담 또는 에스트로겐 수준이 전이성 흑색종 환자의 면역관문억제제 치료 반응과 관련된 중요한 바이오마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보이 치료받은 여성, 항PD-1 치료가 바람직할 수도"

이번 결과에 따라 진행성 흑색종 환자의 예후를 최적화하기 위해 치료 진행 시 환자의 성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Lu-Yao 교수는 "이전에 여보이로 치료받은 여성 환자는 항PD-1 면역항암제가 병용요법보다 바람직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남성의 경우 어떤 치료가 더 나은지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Lu-Yao 교수는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차이에 따라 약물 효능에 성별이 잠재적 역할을 한다는 근거가 쌓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치료제의 효과에 대한 성별 차이는 거의 조사되지 않고 있다"면서 "면역관문억제제 기반 면역항암제는 높은 독성 및 비싼 치료비용과 관련됐다는 점에서, 면역항암제 효과와 성별의 연관성에 대한 관심 부족은 부정적인 치료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성별에 따른 효능 변화를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 진행성 흑색종 여성 환자의 사망 위험이 증가한 이유가 치료에 의한 이상반응 때문인지 또는 효능 부족이 원인인지 확실하지 않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뉴욕대학 Jeffrey S. Weber 교수는 "사망 위험 증가가 암이나 독성과 관련됐는지 또는 다른 원인 때문인지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며 "이번 연구는 65세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했으며 중앙값 나이가 75세였다. 그러나 면역항암제로 치료받는 흑색종 환자에 대한 대다수 코호트의 중앙값 나이는 10년 더 어리다"고 지적했다.

이어 Weber 교수는 "실제 진료현장에서 이전에 여보이로 치료받은 후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을 진행하는 환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이번 결과가 환자 치료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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