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키트루다·비트락비·로즐리트렉 이어 '젬펄리' 허가
젬펄리, 재발성 또는 진행성 dMMR 고형암 치료제로 가속승인 받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새로운 조직불문항암제(tissue-agnostic drug)가 등장하면서 환자의 바이오마커에 기반을 둔 맞춤치료에 활기가 띌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PD-1 면역항암제 '젬펄리(성분명 도스탈리맙)'를 불일치 복구 결함(dMMR)이 있는 각종 고형암에 대한 치료제로 18일(현지시각) 허가했다.

젬펄리에 앞서 FDA로부터 조직불문항암제 적응증을 획득한 치료제는 MSD의 PD-1 억제제 키트루라(펨브롤리주맙), NTRK 억제제인 바이엘의 비트락비(라로트렉티닙), 로슈의 로즐리트렉(엔트렉티닙) 등이 있었다.

2017년을 시작으로 조직불문항암제들이 속속 허가받으면서 다른 유전자를 타깃한 항암제 등장에도 학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젬펄리, dMMR 고형암에 ORR 41.6%…6개월 이상 반응 지속

젬펄리는 4월 FDA로부터 백금 함유 항암제로 치료를 진행 중이거나 이후에 진행된 dMMR 재발성 또는 진행성 자궁내막암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그리고 4개월 후인 지난 18일, FDA는 젬펄리의 적응증을 모든 dMMR 고형암으로 확대했다. 자궁내막암 치료에 사용하도록 제한한 내용을 삭제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치료 중이거나 이후에도 종양이 진행됐고 대체치료에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타나지 않은 모든 재발성 또는 진행성 dMMR 고형암 치료제로 젬펄리를 투약할 수 있도록 가속승인했다. 가속승인에 따라 확증 임상연구에서 임상적 혜택을 확인해야 향후 허가사항을 유지할 수 있다.

젬펄리는 PD-1 면역항암제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평가됐지만, 이번 승인으로 조직불문항암제라는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FDA 허가의 근거는 다기관 비무작위 오픈라벨 GARNET 임상1상이다. GARNET의 dMMR 자궁내막암 환자 코호트A1 및 자궁내막암 외의 dMMR 고형암 환자 코호트F를 종합한 결과를 토대로 승인이 이뤄졌다.

자궁내막암 및 비자궁내막암을 포함한 dMMR 환자 209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젬펄리에 대한 객관적 반응률(ORR)은 41.6%, 완전 반응률(CR)은 9.1%였다. 

반응기간(중앙값)은 34.7개월이었고, 치료반응을 보인 환자 95%에서 6개월 이상 반응이 지속됐다. 아울러 비자궁내막암 환자(106명)의 ORR은 38.7%로 나타났다.

최소 20%에게서 발생한 이상반응은 피로/무력증(42%), 빈혈(30%), 설사(25%), 구역(22%) 등이었다. 가장 흔한 3/4등급 이상반응은 빈혈, 피로/무력증, 아미노전이효소 수치 증가, 패혈증, 급성 신손상 등으로 보고됐다. 3/4등급 검사소견 이상은 림프구 감소, 나트륨 감소,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 증가, 알부민 감소 등이었다.

미국 레빈암연구소 Jubilee Brown 박사는 "GARNET 결과, 젬펄리 치료에 반응한 환자 중 대다수가 6개월 이상 반응이 지속됐다"며 "젬펄리는 암이 진행됐지만 다른 대안이 없는 dMMR 재발성 또는 진행성 고형암 환자에게 중요한 새로운 치료옵션"이라고 강조했다.

키트루다→비트락비→로즐리트렉 허가, 다음 기대주는?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조직불문항암제는 암종과 무관하게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사용한다는 점이 기존 항암제와의 차별점이다. 종양이 시작된 장기나 조직을 근거로 환자를 치료해 왔던 항암제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다.

FDA로부터 조직불문항암제로 허가받은 최초 치료제는 키트루다다. 

키트루다는 2017년 고빈도-현미부수체 불안정성(MSI-H)/dMMR이 있는 절제 불가능한 또는 전이성 고형암에 대한 적응증을 획득했다. 허가 임상에서 대장암, 자궁내막암 등 15개 암종에 39.6%의 CR 또는 부분 반응률(PR)이 확인됐다. 

키트루다 허가 당시 FDA 종양학센터 Richard Pazdur 소장은 "그동안 폐, 유방 등 암이 시작된 부위에 따라 항암제를 승인했었다. 종양이 시작된 위치와 관계없이 종양의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치료제를 승인한 것은 처음"이라며 "암 분야에서 중요한 첫 번째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키트루다의 뒤를 이은 조직불문항암제는 비트락비와 로즐리트렉이다. 각 2018년, 2019년에 FDA 승인을 획득한 데 이어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비트락비는 암종과 무관하게 NTRK 유전자 융합을 보유한 고형암 치료제로 첫 승인받은 항암제다.

성인 대상 임상1상, NAVIGATE 임상2상, 소아청소년 대상 SCOUT 임상1/2상 등에서 NTRK 유전자 융합을 보유한 성인 및 소아청소년 고형암 환자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가 근거가 됐다. 

결과에 의하면, 비트락비는 연부조직육종, 영아 섬유육종, 침샘암, 갑상선암, 폐암, 흑색종, 유방암, 췌장암 등 다양한 암종에 대해 ORR 75%, CR 22%, PR 53%를 보였다. 

로즐리트렉도 NTRK 유전자 융합을 보유한 고형암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로즐리트렉의 종양 억제 효과는 NTRK 유전자 융합을 보유한 성인 환자 대상의 임상연구 4개를 통해 확인됐다. 전체 반응률은 57%였고 7.4%는 종양이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치료 반응을 보인 환자 중 51%는 9개월 이상 종양 억제 효과가 지속됐다.

아울러 RET 유전자 융합을 타깃한 일라이 릴리의 레테브모(셀퍼카티닙)도 조직불문항암제 기대주로 평가받는다. 

레테브모는 지난해 RET 변이 또는 융합을 보유한 폐암, 갑상선암 치료제로 FDA 허가를 받았다. RET 유전자 변이 암 환자를 위해 승인된 최초 약제다.

이에 더해 지난 4월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ACR 201)에서 발표된 LIBRETTO-001 임상1/2상을 통해 조직불문항암제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연구에는 폐암, 갑상선암 이외에 췌장암, 대장암, 유방암, 침샘암, 육종, 유암종, 직장 신경내분비종양, 소장암, 황색육아종, 난소암, 폐암육종, 원발부위 불명암 등 12가지 유형의 RET 융합 양성 고형암 환자 32명이 포함됐다. 

최종 결과, 레테브모의 ORR은 47%였고 추적관찰(중앙값) 기간인 13개월 동안 반응이 지속됐다. 치료반응이 나타난 환자 73%(15명 중 11명)는 반응이 계속 유지됐다. 

미국 MD앤더슨암센터 Vivek Subbiah 교수는 "흔하지 않지만 RET 융합은 폐암과 갑상선암을 넘어 고형암의 '롱테일(long tail)' 현상으로 발생한다. 이들 환자는 근본적인 암 유발 유전자를 해결할 수 있는, 승인된 표적 치료옵션이 아직 없다"며 "이들 환자에서 레테브모의 잠재력을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RET 융합을 포함해 실제 역할을 하는 종양 발생 인자를 확인하기 위한 광범위한 유전체 프로파일링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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