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학회 '한국인 간질환 백서' 8년 만에 업데이트
급성 및 만성 간염, 알코올 관련 간질환, 간경변증, 간암 등 간 관련 모든 질환 개정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대한간학회가 간질환 극복을 위해 최근 국내 간질환 현황을 파악하고 개선책을 제시했다.

대한간학회는 2013년 처음 발간한 '한국인 간질환 백서'를 8년만에 업데이트하고 개정판을 지난 20일 발행했다.

이번 백서에는 급성 및 만성 간염, 알코올 관련 간질환, 지방간, 간경변증, 간암, 간이식 등 간과 관련된 모든 질환이 폭넓게 개정됐다. 

이와 함께 국내 간질환의 흐름과 근래 변화를 정리하고 간질환 극복에 대한 비전을 담았다. 질환별 국내 현황과 개선과제 그리고 해결전략을 살펴봤다. 

A형간염: 젊은 연령층 증가세…따라잡기 예방접종 사업 중요

A형간염은 제2급 감염병으로 국내 급성 바이러스 간염의 주원인이다. A형간염의 문제는 젊은 연령층에서 유병률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A형간염 연도별 연령별 발생 환자 수(출처 질병관리청, 2021). 대한간학회 '한국인 간질환 백서' 캡처.
▲A형간염 연도별 연령별 발생 환자 수(출처 질병관리청, 2021). 대한간학회 '한국인 간질환 백서' 캡처.

1960~70년대에는 소아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했으나, 최근 위생 수준의 향상으로 소아기 감염이 감소하고 20~40대가 전체 환자의 70~80%를 차지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 젊은 연령층의 유행은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A형간염은 예방접종으로 95% 예방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보고된다는 점에서 '따라잡기 예방접종 사업' 등을 통해 백신 사각지대 연령인 20~50대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게 학회 판단이다. 

항체 미보유층이던 20~40대 인구층의 연령이 증가하면서 50세 이상 성인의 A형간염 항체 미보유자가 증가하고 있어, 추후 50세 이상 성인에서도 A형간염 항체검사 및 예방접종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B형간염: 양성률 감소했지만 40~60대는 4% 유지

B형간염의 경우 1980년대 초 국내에서 백신이 개발돼 국가적인 예방접종사업 및 관리를 시행하면서 전체 인구의 B형간염표면항원 양성률이 감소하고 있다.

▲2019년도 한국인의 성별, 연령별 B형간염 표면항원 양성률(출처 질병관리청, 2020). 대한간학회 '한국인 간질환 백서' 캡처.

하지만 만성 B형간염은 완치가 어렵고 주요 생산연령층인 40~60대의 유병률이 여전히 4%가량을 유지해 이들에 대한 정책적 대안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백서개정위원장인 대한간학회 장재영 정책이사(순천향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인지도 측면에서 국민 약 35%가 B형간염 감염 여부를 모른다고 답했다. 유병률과 심각도를 생각하면 질환 인지도가 낮다"며 "B형간염에 대한 차별 방지를 위해 여러 제도적 보안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취업에 제한이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B형간염은 완치는 어렵지만 적절한 치료제가 개발돼 효과적으로 관리 가능하다는 점에서 적절한 인식 개선을 통한 치료 유도가 필요할 것으로 전문가들의 중지가 모였다. 

C형간염: 조기 발견·치료 위한 일반인구 선별검사 확대 필요

2015년 국내 다기관 검진자료에 따르면 20대 C형간염 바이러스 항체 양성률은 0.24%였지만, 연령이 증가할수록 양성률이 증가해 70세 이상은 1.64%로 가장 높았다.

▲2015년 국내 연령별_성별 C형간염 항체 보유율(출처 Jang et al., 2019). 대한간학회 '한국인 간질환 백서' 캡처.

C형간염 바이러스는 B형간염에 이어 우리나라 만성 바이러스 감염, 간경변증, 간부전, 간암 발생의 중요한 원인이다. 

만성 C형간염이 간경변증으로 진행된 후에는 바이러스 완치를 달성하더라도 간암 발생 위험이 급증하고 질병부담이 늘어난다. 즉, C형간염은 초기에 빠르고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를 통해 바이러스 완치를 달성해야 간질환 합병증 발생을 막고 질병부담을 줄일 수 있다.

대한간학회는 C형간염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위해 일반인구로의 선별검사 확대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효과적인 치료제가 임상에 도입됐으므로 C형간염을 조기 발견하면 합병증 없이 완치가 가능하다는 이유다. 

장재영 정책이사는 "좋은 치료제가 개발됐고 100%에 가까운 치료 효과를 보인다. 이로 인해 치료 후 간세포암종, 사망 등이 확실하게 줄었다"며 "C형간염 조기 치료 시 비용은 진행된 후 치료와 비교해 월등하게 줄어든다. 최근 연구에서는 86% 수준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고 보고됐다"고 강조했다. 

알코올 간질환: 알코올 사용장애 조기 선별해 예방·치료해야

국내 알코올 간질환에 의한 사망자 수는 2017년 기준 총 3712명이었다. 여성 비율은 2005년 8.4% 대비 2017년 13.0%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또 사회활동 인구인 40대가 21.0%, 50대가 39.7%로 사망률이 높다.

▲알코올 간질환 사망자 수 및 성별 구성비(출처 통계청, 2006-2018). 대한간학회 '한국인 간질환 백서' 캡처.

게다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2015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2013년 기준 9조 4524억원으로 흡연(7조 1258억원), 비만(6조 7695억원)보다 2조원 이상 규모가 크다.

제시되는 알코올 간질환 해결책은 조기 개입이다. 알코올 사용장애를 조기 선별해 개입함으로써 건강 위해를 조기 예방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것.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라는 판단이다. 

아울러 알코올 규제정책의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알코올 소비량 감소를 위해 국내에서 알코올 관련 법령을 시행하고 있으나, 다른 나라의 규제정책과 비교해 미흡하다는 평가다. 이에 학회는 국가정책의 개선 노력을 요구했다.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최적 선별 방법 개발해 고위험군 찾아내야

국내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유병률은 증가세를 보인다. 국내 건강검진 수진자 중 복부초음파 검사로 진단된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유병률은 16.1~33.3%였다.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연도별 환자 수 추이(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0). 대한간학회 '한국인 간질환 백서' 캡처.

특히 소아청소년기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유병률과 중증도가 비만의 증가와 더불어 증가하는 추세다. 소아청소년의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은 복부비만,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인슐린 저항성, 내당능장애 등 대사증후군과 밀접한 관련성을 보인다.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은 대체로 경과가 양호하지만 10~20%는 비알코올 지방간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 중 일부는 간경변증이나 간세포암종 등 심각한 간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은 심혈관질환 발생과 이로 인한 사망률 증가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사회적 부담 산정 시 이를 함께 고려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장재영 정책이사는 "일차진료 단계에서 진행된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환자 중 고위험군의 조기 발견을 위한 최적 선별 방법을 개발해 고위험군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와 함께 체계적이고 선제적인 생활습관 교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장재영 정책이사는 "국가에서 투자해 대규모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환자 코호트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며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은 출생부터 노령기까지 생애주기별 유발인자 또는 위험요인이 있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보건정책관리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간경변증: 유병률 저평가 가능성 있어…질병부담 여전히 높아

이번 백서에는 간경변증 환자의 생존율 향상으로 인해 장기적 관리 및 치료가 중요해지면서 '간경변증' 챕터가 새로 추가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분석을 통한 간경변증 유병자 수를 보면 2009년 12만 4306명에서 2019년 13만 4379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초기 간경변증 진단의 어려움, 간경변증 진단명을 기입하지 않아도 진료에 큰 문제가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실제에 비해 유병률이 저평가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학회 판단이다.

▲연도별 간경변증에 의한 사망률 변화(출처 통계청, 2003~2019). 대한간학회 '한국인 간질환 백서' 캡처.

간경변증 사망률은 2003~2019년에 감소했지만 여전히 질병부담이 높다고 파악된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연도별 사망원인통계 자료에 따르면, 간경변증을 포함한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2009년도와 마찬가지로 2019년도에도 전체 8위로 차이가 없었다. 

이는 간경변증 사망률이 줄었을지라도 환자가 증가했기 때문에 전체 사망률은 변화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간경변증 역학의 정확한 파악과 조기 선별 및 진단을 위한 정책 개발의 필요성에 힘이 실렸다.

아울러 비대상성 간경병증 치료 관련한 건강보험 급여 확대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장재영 정책이사는 "비대상성 간경변증 치료제 중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예후 개선 효과가 있는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되길 바란다"며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에 대한 교육·상담료 산정 기준 마련 및 급여 적용도 필요하다. 또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 진료비 부담이 높으므로, 산정특례제를 도입한다면 환자의 의료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간암: 중증진료 등록기간 확대 필요

간암은 2018년 기준 국내 전체 암종 발생 중 남성 5위, 여성 6위를 차지한다. 세계표준인구로 보정했을 때 국내 간암 발생률은 세계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가장 높다. 

▲간암 발생률 국제 비교(출처 McGlynn et al., 2015). 대한간학회 '한국인 간질환 백서' 캡처.

간암은 국내 전체 암 사망률의 2위를, 생산연령층인 40대와 50대에서는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부담은 다른 암종과 비교해 높고, 간암 사망률의 감소세는 완만해 이러한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간암은 고위험군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2003년부터 국가 간암검진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국가 간암검진사업 수검률은 2016년 65.4%에서 2019년 73.5%로 증가하는 긍정적인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간암 고위험군 선정작업 과정 중 간암검진 대상자 누락 또는 평가시스템 부재 등 문제는 향후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장재영 정책이사는 "효율적인 간암관리를 위한 정책적 전략이 필요하다. 전국 단위의 안정적인 간암 데이터 생산 시스템이 확보돼야 한다"며 "간암의 중증진료 등록기간은 5년이지만 간암은 잘 재발한다는 점에서 등록기간을 확대해야 한다. 이와 함께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될지라도 급여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유연한 대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간이식: 뇌사자 간이식 감소세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자료에 의하면, 국내 간이식 건수는 완만하게 증가했으나 뇌사자 간이식은 감소세를 보인다. 

▲국내 연도별 생체 및 뇌사자 간이식 건수와 그중 뇌사자 건수의 비율(출처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2020). 대한간학회 '한국인 간질환 백서' 캡처.

2010년대 이후 뇌사자 비율은 전체 간이식에서 20% 이상 시행됐고 2016년에는 34.5%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6년 이후 뇌사자 간이식이 줄어들면서 2018년 25%, 2019년 24.8%로 보고됐다.

간이식 원인 질환에 따른 현황에서 바이러스 간염은 감소하고 알코올 간질환은 증가세로 나타났다. 아울러 국내 간이식 후 10년 생존율은 70%에 이르러 외국과 비교해 장기 생존율이 우수하다고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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