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은 이르다…항해 이어가는 후보물질들
눈여겨볼 재목 ‘라니피브라노'와 ‘세마글루타이드'
“NAFLD 분야 신약 맞이하려면 정밀의료 접근법 필요”

[메디칼업저버 양민후 기자] 비알코올성지방간질환(NAFLD)은 만성질환 분야에서 대두되는 주요 과제다. 유병률은 증가하는 추세지만 최적의 치료옵션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그동안 후보물질들의 도전은 꾸준히 이뤄졌다. 대부분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을 목표로 한 시도였고, ‘승인’이라는 결승선을 끊지 못했다. 실패의 역사는 질환 특성 및 임상 지표의 부재 등으로 치료제 개발이 힘들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비관은 이르다. 항해를 이어가는 후보물질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대사질환 약제는 희망의 빛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런 희망을 자주 접하기 위해선 임상시험과 관련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밀의료적 접근법은 한 가지 대안으로 거론된다.

본지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NAFLD가 드리운 그늘을 살펴보고, 후보물질들의 도전기를 통해 오답노트와 새로운 풀이법을 제시한다.

도전은 진행형...항해 이어가는 후보물질들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여러 정황들이 NAFLD, 특히 NASH 치료제 개발의 어려움을 말해주고 있지만 아직 비관은 이르다. 도전은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2020년 6월 기준 47개 회사의 54개 후보물질이 NASH 치료제를 향한 항해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는 현재 임상2상과 3상을 진행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주요 플레이어들은 갈렉틱(GALECTIN)-3 억제제 ‘벨라펙틴’, 섬유아세포성장인자(FGF)21 유사체 ‘페그벨퍼민’, 글루코스의존성인슐린분비자극폴리펩타이드(GIP)/GLP-1 이중작용제 ‘터치파타이드’, 스테아로일-CoA 불포화효소(SCD)1 억제제 ‘아람콜’, 갑상선호르몬수용체(THR)-β 작용제 ‘레스메티롬’, PAN-PPAR 작용제 ‘라니피브라노’, GLP-1 유사체 ‘세마글루타이드’ 등이다.

벨라펙틴은 섬유화 개선에 효과가 기대되는 약이다. 임상2상에선 간경변증 동반 NASH 환자의 식도 정맥류를 예방하는 가능성을 보였고, 임상3상인 NAVIGATE 연구에서 관련 효과가 본격 평가될 예정이다.

페그벨퍼민은 지방독성을 타깃하는 약물로 간지방 감소 및 대사인자 향상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재 임상2상에서 NASH 환자의 간지방분율 변화를 주요 목표점으로 효과가 측정되고 있다.

터치파타이드는 임상2상 SYNERGY NASH 연구에서 관련 효과가 평가 중이다. 1차 목표점은 섬유화 악화 없는 NASH의 호전 등이다.

글루카곤 수용체/GLP-1 이중작용제 ‘에피노페그듀타이드’도 임상2상에서 NASH 적응증을 모색하고 있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한미약품이 MSD에 기술수출한 후보물질로 잘 알려져 있다.

레스메티롬은 임상2상에서 간지방 감소 효과를 보였다. 이런 가능성은 임상3상 MAESTRO-NASH 연구에서 확증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해당 임상시험은 NASH 환자 2000명 등록을 계획하고 있다. 주요 목표점은 NASH의 호전이다.

아람콜은 임상2상에서 NAFLD 환자의 간지방 감소에 기여했다. 임상3상 ARMOR 연구에선 섬유화 2-3단계의 NASH 환자 2000여명을 대상으로 효능 검증이 이뤄진다. 주요 목표점은 NASH 악화 없는 섬유화의 호전이다.

눈여겨볼 재목 ‘라니피브라노'와 ‘세마글루타이드'

주목할 약물은 라니피브라노와 세마글루타이드다.

라니피브라노는 주요 목표점을 모두 만족시킨 첫 약물이다. 이런 사실은 임상2상 NATIVE 연구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연구는 조직학적으로 NASH를 진단 받은 환자 24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환자들은 SAF(Steatosis Activity Fibrosis) 점수에 따라 지방증 1-3점, 질환 활성도 3-4점, 섬유화 4점 미만 등으로 진단됐다.

연구팀은 환자들을 라니피브라노 800mg 투여군, 1200mg 투여군, 그리고 위약군에 배정한 뒤 경과를 지켜봤다.

1차 목표점은 SAF 기준 염증 및 간 풍선화 2점 개선 비율이었고, 2차 목표점은 섬유화 악화 없는 NASH의 호전 그리고 NASH 악화 없는 섬유화의 호전이었다.

연구 결과, 1차 목표점 달성률은 라니피브라노 800mg 투여군 41%, 1200mg 투여군 49%, 위약군 27%였다. 라니피브라노 1200mg 투여군과 위약군간 차이는 통계적 유의성을 보였다.

섬유화 악화 없는 NASH의 호전 비율은 라니피브라노 800mg 투여군 33%, 1200mg 투여군 45%, 위약군 19%로 나타났다. 이는 라니피브라노 2개 용량 투여군 모두 위약군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갖는 결과다.

NASH 악화 없는 섬유화의 호전 비율은 라니피브라노 800mg 투여군 28%, 1200mg 투여군 42%, 위약군 24%로 조사됐다. 라니피브라노 1200mg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보였다.

이 결과에 근거해 라니피브라노는 임상3상 NATIVE 3 연구에서 효과가 검증되고 있다. 해당 연구에는 NASH 환자 2000여명이 참여한다. 주요 목표점은 섬유화 악화 없는 NASH의 호전과 NASH 악화 없는 섬유화의 호전이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임상2상에서 NASH 호전에 두드러진 성과를 남겼다.

해당 임상시험은 조직학적으로 NASH를 진단 받은 환자 32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환자들은 경증~중증(F1, F2, 또는 F3) 단계의 간 섬유화가 진행된 상태였다.

연구팀은 환자들을 세마글루타이드 0.1mg 투여군, 0.2mg 투여군, 0.4mg 투여군 그리고 위약군으로 배정한 뒤 경과를 관찰했다. 1차 목표점은 섬유화 악화 없는 NASH의 호전이었다.

그 결과,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은 전용량에 걸쳐 위약군보다 우수한 경과를 보였다.

세부적으로 1차 목표점 달성률은 세마글루타이드 0.1mg 투여군 40%, 0.2mg 투여군 36%, 0.4mg 투여군 59%, 그리고 위약군 17%였다.

섬유화 단계 개선율은 세마글루타이드 0.4mg 투여군 43%, 위약군 33%로 조사됐다.

이 결과는 NEJM에 소개되며 관심 받았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임상3상 ESSENCE 연구에 들어갔다. 해당 연구는 중증(F2-F3) 간 섬유화를 동반한 NASH 환자 1200여명을 상대로 진행된다. 약효는 섬유화 악화 없는 NASH의 호전과 NASH 악화 없는 섬유화의 호전 등을 목표점으로 평가한다.

“NAFLD 분야 신약 맞이하려면 정밀의료 접근법 필요”

국내 전문가는 NAFLD 분야 치료제 개발에 관한 전반을 진단했다.

기대할 만한 후보물질로는 대사증후군 약제를 꼽았고, 치료제 탄생을 앞당기기 위해선 정밀의료적 접근법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김원 교수(소화기내과)는 “서양 비만에 대해선 체중 감량이 NASH의 호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세마글루타이드와 같이 체중 감량을 유발하는 당뇨병 약제들을 지켜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지금껏 NASH 치료제가 탄생하지 못한 이유는 효과를 보는 비율이 5명 중 1명 수준이었기 때문”이라며 “반면 세마글루타이드는 섬유화 악화 없는 NASH의 호전 비율을 60% 가까이 달성한 만큼 전망이 밝은 상황”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임상3상에 들어간 세마글루타이드 2.4mg은 최근 비만 환자의 체중관리에 허가된 용량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반면, 동양에선 마른 비만이 주를 이루고 있어 체중 감량을 유발하는 약이 최선의 대안은 아닐 것으로 분석됐다.

김 교수는 “NASH의 호전과 관련해 마른 비만 환자는 체중 감량과 더불어 내장 지방량까지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혹은 유전적 원인을 교정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신약을 맞이하기 위해선 콤비네이션 전략과 정밀의료 접근법 등의 새로운 시도가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김 교수는 “NAFLD는 환자별로 유전적 기전이 다르고 병인도 이질적”이라며 “이런 특성을 한 가지 약으로 해결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한 가지 고려할 사안은 NASH와 섬유화는 시그널링이 다르다는 점”이라며 “그 결과, NASH의 호전과 섬유화의 호전을 동시 달성하는 약이 드문 상황으로 파악되고, 이에 대한 해법은 약물의 콤비네이션 전략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밀의료의 필요성은 암 치료 분야를 예로 들었다.

현재 항암분야에서 많이 통용되는 임상연구 디자인은 적응적(Adaptive) 연구, 바스켓 연구, 엄브렐라 연구 등이다.

이 가운데 바스켓 연구는 한 가지 표적치료제를 특정 바이오마커를 가진 여러 암종에 대해 시험하는 방식이며, 엄브렐라 연구는 여러 표적치료제를 다양한 바이오마커를 가진 한 가지 암종에 대해 평가하는 방식이다.

모두 특정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제를 찾기 위해 고안된 디자인이다. 이런 방식의 접근법이 NAFLD 치료분야에도 필요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견해다.

김 교수는 “현재 NAFLD 관련 임상연구에는 A부터 Z까지 다양한 특성을 가진 환자들이 섞여 있다”며 “개인별 특성에 맞춰 치료제를 투여할 수 있는 연구 디자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임상 활성화를 도모할 방책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NAFLD 임상연구에서 이뤄지는 조직검사는 침습적이고, 비용 부담을 동반하고 있어 연구 활성화에 장애물로 작용한다”며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제약사의 부담은 줄여줄 비침습적 대리지표가 개발돼 조직검사를 대체할 수준의 정확도를 보인다면,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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