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교수, 대한비만학회서 NASH 치료제 개발 최신지견 발표
"NASH의 잠재적 대안, GLP-1제제 기반 병용전략"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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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민후 기자] 해법이 나오지 않던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개발 분야에서 약물 콤비네이션 전략이 타개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상이한 기전의 약물을 조합해 병리기전이 복잡한 NASH를 공략하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GLP-1 제제 기반의 병용전략은 해법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용호 교수(내분비내과)는 2~4일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된 대한비만학회 국제 비만·대사증후군학회(ICOMES 2021)에서 이같이 밝혔다.

다양한 시도에도 해법 나오지 않는 NASH

비알코올성지방간질환(NAFLD)은 알코올 섭취와 무관하게 간에 지방이 쌓인 상태를 말한다. 비알코올성단순지방간(NAFL)부터 NASH, 간경변증을 포괄하는 상위 개념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용호 교수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용호 교수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 교수는 “NAFLD 환자의 15~30%는 NAFL로 진단되고 이 가운데 10~20%는 염증·섬유화 증상을 동반한 NASH로 발전한다”며 “대부분의 후보물질은 NASH 치료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됐다”고 안내했다.

후보물질들은 다양한 기전을 바탕으로 NASH를 공략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PPAR-α/δ 작용제 엘라피브라노, FXR 작용제 오베티콜릭산, CCR 2/5 길항제 세니크리비록, FGF19 유사체 알다페르민 등이 임상2상과 3상 연구에서 NASH 치료에 효능 또는 내약성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정황에 따라 미국식품의약국(FDA) 등 규제기관의 승인을 획득한 NASH 치료제는 전무한 상황이다.

주요 학회는 생활습관 교정 등을 근간으로 당뇨병 치료제 피오글리타존, 항산화제 비타민E 그리고 비만수술법 등을 NAFLD 혹은 NASH 환자 치료에 고려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 교수는 “치료제 개발에 실패하는 이유는 NASH 발병 기전이 복잡하고 질환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인슐린 저항성, 유전, 산화스트레스, 지방독성, 장내 미생물 등으로 다양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점에서 콤비네이션 전략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상이한 기전의 약물조합 눈길..GLP-1 제제 기반 전략 기대주

실패 사례에도 NASH 치료제 개발은 이어지고 있다.

THRβ 작용제 레스메티롬, MPC 억제제 MSDC-0602K, FGF21 유사체 페그벨퍼민, GALECTIN-3 억제제 벨라펙틴, GLP-1 제제 세마글루타이드, GIP/GLP-1 작용제 터치파타이드 등이 관심받는 후보물질이다.

일부는 병용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ACC 억제제 피르소코스타트와 비스테로이드성 FXR 작용제 시로펙서가 대표적이다.

두 약물의 조합은 임상2상 연구에서 NASH의 악화 없는 섬유화 개선율 21%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통계적 유의성에 도달하진 못했다.

병용전략과 관련한 주 고민은 ‘최선의 약물조합 찾기’라고 이 교수는 짚었다. 이에 따라 상이한 기전의 약물을 서로 매칭하는 시도가 임상2상 단계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ACC 억제제 PF-05221304와 DGAT2 억제제 PF-06865571의 시너지 효과가 평가 중이며 FXR 작용제 트로피펙서와 CCR 2/5 길항제 세니크리비록의 조합도 효능이 검증되고 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피르소코스타트, 시로펙서 등 약제와 짝을 이룬다. 이런 시도는 기대해볼 만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시각이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임상2상에서 단독요법만으로 섬유화 악화 없는 NASH의 호전률 59%를 달성한 이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세마글루타이드는 NASH와 비만 치료에 효능을 보인 바 있다”며 “세마글루타이드와 같은 GLP-1 제제 기반의 병용전략이 NASH 치료에 유망함을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NASH의 뿌리 찾아야”

콤비네이션 전략 외 고려할 수 있는 접근법은 무엇일까.

이 교수는 “NASH 발병에는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치기에 한 가지 경로를 표적하면 다른 경로에서 보상이 일어날 수 있다”며 “따라서 PPAR family 등과 같은 연쇄반응에 대한 타깃을 모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PAN(범)-PPAR 작용제 라니피브라노는 임상2상에서 NASH 치료에 관한 주요 목표점을 모두 만족하는 성과를 남겼다. 현재 임상3상에서 효능이 평가되고 있다.

정밀의료 역시 NASH 치료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 교수의 분석이다. 환자별로 다른 발병 기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시각이다.

무엇보다 병의 뿌리를 찾는 과정이 중요할 전망이다.

이 교수는 “그동안 대사, 염증, 섬유화, 세포사 등 경로를 바탕으로 한 후보물질들이 NASH 치료제를 목표로 개발됐으나 규제당국의 허가까지 이른 약은 없다”며 “NASH의 다양한 발병 경로를 고려할 때 질환을 야기하는 뿌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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