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DPP4 억제제 사용군 vs 비사용군 분석 결과 발표
DPP4 억제제 사용군 Aβ 침착 적고 인지력 저하 덜해
“해당 약제의 Aβ 침착 저해효과, 인지력 보호에 기여”
[메디칼업저버 양민후 기자] 국내 연구팀이 당뇨병 치료에 사용되는 DPP-4 억제제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력 저하를 늦출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해당 약제가 인지력을 보호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연구진은 DPP-4 억제제의 아밀로이드 베타(Aβ) 침착 저해효과가 인지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평가했다.
이런 긍정적인 영향은 DPP-4 억제제 외 GLP-1 제제, SGLT-2 억제제 등 다른 혈당강하제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DPP4 억제제 사용한 알츠하이머+당뇨병 환자, Aβ 침착·인지력 저하 덜해
상계백병원 정승호(신경과) 교수와 세브란스병원 이필휴(신경과) 교수팀이 ‘DPP-4 억제제 사용과 당뇨병 동반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아밀로이드 축적’ 연구 결과를 미국 신경과학회 학술지인 Neurology 9월 호에 게재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인지력 저하를 초래하는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당뇨병과 연관성이 있다. 두 질환은 인슐린 저항성, 염증 반응, 산화스트레스, Aβ 형성 등 일부 매커니즘을 공유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가운데 Aβ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물질로 질환 발병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DPP-4 억제제는 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강하제로 혈당조절과 더불어 신경염증 억제, 시냅스 가소성 증진 등에 기여하는 다면성을 보였다. 앞서 경증 인지장애를 동반한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인지력 보호에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연구팀은 ‘DPP-4 억제제가 Aβ 침착이 확인된 당뇨병 환자의 인지력 보호에 기여할 것’이란 가설을 세우고 검증에 들어갔다.
연구는 세브란스병원에 내원한 알츠하이머병 관련 인지력 장애 환자 282명의 데이터에 기반했다. 이들은 18F-FBB 스캔을 통해 Aβ 축적이 확인됐다.
환자들은 ▲당뇨병을 동반하고 DPP-4 억제제를 경험한 군(70명, 이하 당뇨병+DPPi4군) ▲당뇨병을 동반하고 DDP-4 억제제 사용 경험이 없는 군(71명, 당뇨병-DPP4i군)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은 군(141명, 비당뇨병군)으로 배치됐다.
연구팀은 3개 군에 대해 Aβ 침착 정도 및 간이정신상태검사(MMSE) 기준 인지기능을 살펴봤다.
DPP4 억제제의 Aβ 침착 저해, 알츠하이머병 지연으로 이어져
연구 결과 전체 Aβ 침착은 당뇨병+DPP4i군이 당뇨병-DPP4i군(β = 0.075, SE = 0.024, p = 0.002)과 비당뇨병군(β = 0.054, SE =0.021, p = 0.010)에 견줘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간 MMSE 점수의 감소 폭은 당뇨병+DPP4i군이 당뇨병-DPP4i군 대비 0.77 적었다. 당뇨병+DPP4i군의 인지력 저하 속도가 보다 느렸던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팀은 “DPP-4 억제제 사용군은 Aβ 축적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해당 약제 사용과 인지력 사이에도 긍정적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정승호 교수는 DPP-4 억제제가 Aβ 침착을 저해하며 인지력 저하를 늦춘 것으로 풀이했다.
정 교수는 “Aβ는 알츠하이머병 초기 또는 증상이 없는 시점부터 쌓이기 시작한다”며 “환자가 인지기능 저하로 내원할 시점에는 이미 뇌 전반에 걸쳐 Aβ 침착이 심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DPP-4 억제제 사용군에서 Aβ 침착이 적었다는 점은 (해당 약제가) 알츠하이머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며 “이에 대해선 추후 임상 연구를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전임상 결과를 살펴보면 일부 단서를 찾을 수 있다. DPP-4 억제제는 알츠하이머병 동물 모델에서 Aβ가 야기하는 신경세포사를 억제한 것이다.
빌다글립틴, 삭사글립틴, 리나글립틴 등 DPP-4 억제제는 Aβ와 더불어 또 다른 치매인자로 불리는 타우 단백질을 감소시켰고 신경염증을 줄여 인지기능 향상에 기여한 바 있다.
“SGLT-2 억제제 등 타 당뇨병 약제도 가능성 있어”
연구 결과 DPP-4 억제제의 인지력 보호 효능이 당뇨병 유무와 상관없이 발현할 수 있는지 여부가 의문으로 남았다.
이에 대한 정 교수의 대답은 "그럴 수 있다"였다.
정 교수는 "Aβ 침착 정도는 당뇨병-DPP4i군과 비당뇨병군에서 유사했고, 두 군에 비해 당뇨병+DPP4i군에서 보다 적었다"며 "당뇨병이 없는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DPP-4 억제제 복용 시 Aβ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다른 혈당강하제도 인지력 보호에 도움이 될까?
정 교수는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DPP-4 억제제는 내인성 GLP-1을 높이는 기전의 약제인 점을 참고하면 GLP-1 제제 역시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시각이다.
SGLT-2 억제제는 전임상을 통해 에너지 대사 측면에서 인지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사례가 있고 관련 효능은 임상 연구에서 평가 중이라는 설명이다.
"당뇨병 동반 치매 환자의 약제 선택 돕는 결과"
이번 연구는 2형 당뇨병 치료에 활용되는 DPP-4 억제제의 신약재창출 가능성을 확인한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그 대상이 알츠하이머병이어서 의미가 깊다. 2형 당뇨병과 알츠하이머병은 모두 고령화사회로 인해 부담이 증가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특히 두 질환은 인슐린 저항성이란 주요 매커니즘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향후 DPP-4 억제제 외 다른 당뇨병 약제와 접점을 만들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교수는 “당뇨병과 알츠하이머병 모두 노화와 관련된 질병으로 초고령화사회로 근접해감에 따라 유병률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연구결과는 당뇨병을 동반한 치매 환자의 약제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미 사용 중인 약제를 다른 질환에 적용하는 것을 Drug repositioning(신약재창출)이라고 말한다”며 “이 관점에서 SGLT-2 억제제를 비롯한 다른 당뇨병 약이 알츠하이머병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