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위 제1법안소위, 26일 수술실 CCTV 공청회 개최
의협·병협 "영상 유출, 고위험 수술 기피, 비용 우려"
의료계 제시한 대안에 여야 "내부 고발로 부족" 지적

26일 국회에서 열린 복지위 제1법안심시소위 공청회 출처 : 국회 전문기자협의회
26일 국회에서 열린 복지위 제1법안심시소위 공청회 출처 : 국회 전문기자협의회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두고 환자단체와 의료계가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의료계에서는 CCTV 설치의 실익이 명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공익제보 보상 등으로 충분히 개선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반면, 환자단체에서는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 '모순'이라고 맞섰다. 

여야 의원들도 의료계가 제시한 대안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며,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명확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는 26일 공청회를 열고 수술실 CCTV와 관련해 환자단체와 의료계의 의견을 들었다.

이날 다뤄진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김남국·안규백·신현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수술실 CCTV 설치 관련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이날 공청회는 지난 4월 제1법안심소위에서 개정안을 심사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마련됐다.

 

의협 "대리수술 비중 0.001%...CCTV 설치가 만능 아니다"

병협에서는 기피과 심화 우려 "의료제공체계 유지돼야"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한 대한의사협회 김종민 보험이사는 "수술실 CCTV 설치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 의사라는 사실에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필수 회장도 이번 임기 내 제도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의협의 반성을 지켜봐달라"고 말문을 열었다.

왼쪽부터 의협 김종민 보험이사, 병협 오주형 회원협력위원장

다만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해선 명확한 반대 입장임을 강조했다.

2013년부터 2018년 8월까지 총 68개월 동안 대리수술 적발 건수는 총 112건이고, 대리수술과 수술실 내 의료사고는 사회적 파장이 크지만 발생율은 0.001% 수준이라는 통계를 제시했다.

김 보험이사는 "OECD 국가에서도 수술실 의료사고가 있었지만 유럽에서는 CCTV 논의 자체가 없고, 미국에서는 결국 무산됐다. 사회적 이익이 낮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만능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수술실 내부 직원에 의한 공익제보, 불법적 의료행위 내부감시체계가 이미 작동하고 있다"며 "CCTV보다 살아있는 동료의 시선이 가장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수술실 CCTV 설치로 인한 환자의 신체노출 등 인권침해 문제도 제시됐다.

김 보험이사는 "인물 식별이 가능한 해상도라면 환자의 신체노출을 피할 수 없다. CCTV 설치에 대한 화제성 때문에 보안의 문제점과 영상 노출에 대한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민감한 자료가 한 건이라도 유출되면 개인의 인권은 심각하게 침해된다. 의협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라며 "청와대, 국방부도 해킹되는 시대에 방어벽을 뚫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특히 의협은 ▲면허관리기능 강화 위한 의사면허관리원 추진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운영 ▲중앙윤리위원회 기능 강화 ▲수술실 출입관리 규정 보안 강화 등 대책을 제시했다.

대한병원협회 또한 수술실 CCTV설치 의무화는 과도한 조치이며, 득보다 실이 많다는 비슷한 주장을 폈다.

병협 오주형 회원협력위원장은 "제도적 개선 없이 CCTV 한대 설치로 불법행위를 막을 수 있다는 행정편의주의가 문제"라며 "선량한 대부분의 의사는 최선의 진료를 위해 노력하는데 그들을 감시하는 CCTV가 과연 발전적인 방안일지 진지한 고민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생명과 직결된 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등 전공의 지원율을 더욱 하락시켜 중증질환에 대한 의료제공체계가 유지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수술실...응급실에는 CCTV 100% 설치

안기종 대표 "CCTV 설치, 환자의 안전 지키는 최소한 장치"

반면 환자단체는 수술실이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돼 있고, 전신마취로 환자가 의식을 잃게 되면 그 안에서 발생한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수술실의 은폐성 때문에 성폭행, 성추행, 인증사진 촬영 등 은밀한 범죄행위와 인권침해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며 "무자격자 대리수술에 참여한 사람은 모두 공범관계이기 때문에 내부자 제보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단체의 주장에 대해서도 설득력이 없다고 봤다.

안 대표는 "CCTV가 설치된 곳에서 근무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당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범죄예방을 위해 이를 용인한다"며 "응급실에는 CCTV가 100% 설치돼 있지만 환자와 보호자 또한 안전과 범죄 예방을 위해 수용한다"고 반박했다.

환자의 민감한 신체부위 촬영 영상의 유출 우려에 대해서는 의료기관 내 CCTV 영상이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되는지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민감한 신체 부위 노출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응급실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한다. 촬영영상의 유출 우려는 응급실에서도 동일하다"며 "의료인이 임의로 CCTV 영상을 볼 수 있는 현실과 보안의 취약함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주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안 대표는 ▲수술실 내부 CCTV 설치 ▲환자의 동의와 요구를 전제로 의무 촬영 ▲영상의 철저한 관리와 보호 ▲CCTV법 관련 위반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등을 요구했다.

그는 "수술실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이유는 수술실 내 모든 범죄 행위를 100% 예방하거나 사후 증거로 활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수술실 내 환자의 안전과 인권을 지키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주장했다.

 

"내부자 제보 없으면 적발 불가능? 실효성 있는 대안 없다"

복지부, 수술실 내외부 의료기관 설치 등 고민

이러한 양측의 의견을 들은 복지위 위원들은 의사와 환자간 신뢰가 무너진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의료계의 자정노력과 공익제보 활성화 등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며 의료계의 주장에 공감대가 크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범법장소 현장 급습은 유일하게 수술실만 불가능하다. 범법행위 현장이 수술실이지만 환자 피해 우려로 잡아낼 수 없는 것"이라며 "내부고발도 중요하지만 객관적인 CCTV 자료가 중요한 범죄 입증 자료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부자 제보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자정 노력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는 제보가 아니면 적발이 불가능하다는 것 아니냐"라며 "의협의 대안 중 실효성 있는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 또한 "작정하고 환자를 속이고 수술실에 들어가 과실이 있다면 범죄라고 본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실질적 노력은 무엇이었고 환자의 기본권 보호 방안을 얼마나 심도깊게 논의해왔는가"라고 질타했다.

다양한 시각에서 법 개정의 실익을 살펴보고 종별, 과목별 검토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의사 출신인 같은당 신현영 의원은 "유령수술의 근본적인 파악이 필요하고, CCTV 내부 의무화에 따른 국민적 피해 발생 여부도 같이 검토해야 한다"며 "범죄 의사에 대한 강력한 면허 제재는 필요하지만 올바른 진료를 하는 의사는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응급, 중환자 수술을 많이 하는 필수진료과 의사의 기피과 문제를 악화시킬수 있다"며 정부의 대책을 물었다.

보건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은 "유령수술은 주로 비급여 영역에서 발생하고, 전체 의료기관의 14%는 이미 CCTV를 설치하고 있다"라며 "설치 목적은 출입자 관리, 분쟁대응, 환자요구 대응, 연구교육 목적 등"이라고 답했다.

이어 "위험도 높은 수술을 기피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그러한 문제가 없는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설치해서 환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확산 분위기가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의료기관이 수술실 내부, 외부 의무설치를 선택하도록 하고 CCTV 설치비용 지원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복지위 제1소위원장인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의견수렴을 토대로 심도 깊게 법안을 심사할 것"이라고 공청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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