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 유례없는 폐과 위기 직면, 정책가산 적용 등 제도 개선 필요
전통 위기과인 비뇨기과·산부인과, PCR 및 초음파 급여화로 진료비 증가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이미 10여 년 전부터 흉부외과, 산부인과, 비뇨의학과는 필수 진료과지만, 전공의의 지원 기피와 개원가의 경영 악화 등으로 존폐 위기에 처해 있다.  그동안 정부는 다양한 지원 정책을 추진했지만, 결과는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소아청소년과와 이비인후과 등도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소아청소년과는 진료과목 폐과까지 우려되면서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나마 산부인과와 비뇨의학과는 PCR 검사와 초음파 검사의 급여화로 진료비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메디칼업저버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위기의 진료과들이 생존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 진단해 봤다.   -편집자-

130조원 들인 저출산 대책, 백약이 무효
지난 10여 년간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130조원의 국고를 투입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출생인구는 1970년대 한 해 100만명이었지만, 2000년대 초 50만명, 2020년에는 한 해 27만 2400여 명만 출생하면서 인구 감소는 심화되고 있다. 

출생 인구 감소는 사회 전반적으로 많은 문제를 초래하고 있으며, 특히 의료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다. 필수의료 분야인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는 환자 감소로 이들 진료과에 대한 대학병원 전공의 기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개원가는 경영 압박을 견디지 못해 폐원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산부인과학회와 산부인과의사회는 분만수가를 신생아 수와 연동할 수 있는 연동제 및 제왕절개 포괄수가 가산제, 불가항력 의료사고 국가책임제, 분만 취약지 지원 확대, 분만 건 당 분만 의사에게 직접 수가 제공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낮은 분만 수가에 대한 현실화와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책임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산부인과, 불가항력 의료사고 국가책임제 도입 시급
산부인과 위기의 근본적인 문제는 저출산에 따른 환자 감소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분만 수가가 꼽힌다.
김 회장은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고위험 임산부는 증가하면서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산부인과 의사들의 부담이 높아 전공의 지원 역시 꾸준히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고 산부인과 현실을 전했다. 이어 "정부는 필수의료인 산부인과를 살리기 위해 산부인과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하고,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책임제를 도입해 분만 인프라를 유지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분만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저출산으로 인한 산부인과 붕괴를 경험한 일본 사례를 들며 일본 정부의 정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회장은 "일본 정부는 출산 과정에서 직접적 연관성을 밝히기 어려운 신생아 뇌성마비, 출산 관련 모성 사망에 대해 과실 유무를 떠나 무과실 보상제도를 시행했다"며 "2006년부터 2010년까지 2100억엔을 투입해 분만 비용을 현실화했으며, 분만 건 당 분만 의사에게 직접 주간 1만엔, 야간 2만엔을 지급했다.

그 결과 지속적으로 감소했던 분만 병원이 다시 증가하고, 분만 의사 지원율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회장은 출생아 감소 상황에서 분만 수가를 출생아 감소와 연동한 수가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왕절개 포괄수가에 대해 분만 취약지는 200%, 고위험 산모에 대해서는 30%, 심야 분만에 대해서는 100% 가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전년도 출생아 대비 전년도 출생아 감소분만큼 분만 수가 비율을 조정해 상승시키는 연동제를 적용해야 산부인과가 최소한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대표도 참여해야 한다"며 "의료계의 현장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저출산 대책은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PCR 검사 및 초음파 검사 급여화로 인해 진료비가 증가했다는 지표가 나오고 있지만, 비급여 항목이 급여화되면서 일어난 착시현상일 뿐"이라며 "환자 자체가 감소한 상황에서 빈도만 늘었다고 산부인과가 회생한 것으로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료과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전공의 지원율은 여전히 미달사태"라며  "그만큼 산부인과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토로했다.

소청과, 숨어있는 수가 개발 필요
산부인과와 함께 신생아 감소에 따른 직격탄을 맞고 있는 진료과는 소아청소년과다. 대한의사협회는 소아청소년과 제도 개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소청과 제도 개선 및 진료 인프라 회복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직격탄을 맞은 진료과는 소아청소년과와 이비인후과"라며 "지난 1년 6개월 동안 진료수익이 반토막 이상 급감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26개 진료과 중 진료수익이 소청과가 압도적인 꼴찌로 -55%를 기록했다"면서 "다음으로 -22% 진료수익을 보인 이비인후과의 수입 감소보다 2배 이상 높은 실정"이라고 전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20년 상반기 진료비 주요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의료기관의 평균 내원일수는 12.47%, 입원은 3.65%, 외래는 13.38% 줄어 외래 감소폭이 컸다. 소청과 의원급의 지난해 상반기 내원일수는 전년 동기 대비 43.2% 급감했으며, 요양급여비용 역시 2367억원으로 38.3% 하락했다. 

임 회장은 "현재 소청과의사회 회원들은 진료하기 위해 의원 문을 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건물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 어쩔 수 없이 열어 놓은 상황"이라며 "어느 회원은 한달 진료하고 25만원만 수익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직원들의 월급만큼이라도 가정에 가져 갔으면 좋겠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 "현재 소청과 전공의들은 봉직의로서 취직할 수도, 개원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자연스럽게 소청과는 진료과목 자체가 폐과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소청과 개원의들이 의원 경영의 한계에 봉착하고 있어 8월 이후에는 의료체계 인프라가 붕괴될 것으로 내다봤다. 소청과 개원가가 무너져 소아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1차 의료기관이 사라지게 되면 결국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진료도 차질을 빚게 된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지금이 소청과를 살릴 수 있는 최후의 골든타임"이라며 "이를 놓치게 될 경우 정부의 어떤 정책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고, 내년부터 소아 환자들은 진료를 받을 수 없어 생명을 잃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소청과를 살리기 위해 시급하게 정책수가를 제공하고, 진료 인프라 유지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아이들병원 남성우 부이사장 역시 절대 환자 수 감소로 인한 소청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상담 수가 적용과 치료재료 별도 수가 인정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어 현재 발굴되지 않은 수가 개발과 7세 이상 소아청소년기 건강검진 수가 현실화를 제안했다. 남 부이사장은 "정부는 소청과가 버틸 수 있도록 진료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며 "가장 시급한 것은 진료 수가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소아청소년들의 보호자에 대한 상담 수가를 현실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청과에서 주장하는 수가 정상화는 돈을 더 벌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소청과 전문의들이 최소한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며 "비급여가 거의 없는 소청과의 경우 수액 라인 등 치료재료에 대한 별도 수가 책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영유아발달검사의 터무니없는 저수가를 현실화하고, 7세 이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2년간 4차례에 불과한 소아청소년기 건강검진을 성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 부이사장은 "우리 병원에서 청소년 검진을 시행한 결과, 이상증상이 없는 청소년은 20%에 불과했다"며 "건강검진을 받은 청소년 중 80%는 비만, 저체중, 척추측만, 단백뇨, 성조숙증, 저시력 및 난시 등 다양한 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즉, 소아청소년기 아이들이 다양한 질환으로 건강에 이상이 있지만, 12년간 4차례에 불과한 건강검진으로 인해 건강관리를 제대로 못받고 있다는 것이다. 

남 부이사장은 "소아청소년기 건강검진 수가가 너무 적어 제대로 된 검진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아픈 환아를 아프지 않게 치료하는 것에서 벗어나 지금보다 더 건강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해진 수가를 더 올리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치료재료 별도 수가 적용, 소아청소년기 건강검진 활성화 등 그동안 놓쳤던 부분을 발굴해야 소청과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미개발 부분을 의료계가 발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의지를 갖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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