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이비인후과개원의사회 박국진 회장
“인건비 아끼기 위해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근무할 정도로 심각”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코로나19(COVID-19)가 장기화되면서 개원의들이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들은 병원을 찾기 꺼리고, 건강검진을 하는 사람들도 대폭 감소했다.

사람들의 이동 자체가 억제되면서 다른 직종들처럼 병원도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특히 내과,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오래전부터 경영이 어려웠던 진료과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이들 진료과의 개원의사회 회장들을 만나 현 상황을 짚어보고, 해결책을 고민한다. 이번에는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박국진 회장(연세이비인후과 원장)을 만났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박국진 회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박국진 회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박국진 회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 코로나19로 인해 소아청소년과와 이비인후과가 가장 타격을 많이 받은 진료과로 꼽힌다. 이비인후과 개원의들 상황은 어떤가?

코로나19가 시작될 때는 환자가 절반 이상으로 감소했다. 그래도 그때는 하반기에 좋아질 것이란 희망이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계속되면서 이비인후과 개원의들은 절망하고 있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어 막막하다. 이로 인한 심리적 타격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현실적 문제로 병원 관리비, 생활비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출이용도 한계가 있고, 저리 대출도 결국 갚아야 하는 돈이라 의미가 없다. 극한의 단계까지 왔다고 보고 있다.

많은 의사가 봉직의 시장이 있으면 병원을 접고 취직하고 싶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답답할 뿐이다. 우리 병원은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직원들이 돌아가며서 근무하고 있다.

-다른 진료과보다 이비인후과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유는 무엇이라 분석하는지.

코와 목 등을 치료하는 진료과 특성상 환자가 마스크를 쓸 수 없다. 따라서 의사가 코로나19에 노출 될 위험이 높다. 게다가 무차별적인 자가격리로 의사들이 병원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을 정도다. 나도 3월에 2주 동안이나 자가격리돼 있었다.

마스크, 손씻기 등으로 환자가 감소한 것도 이유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이비인후과 의사는 가운, 장갑, 마스크 등을 모두 장착하고 진료를 봐야 해서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박국진 회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박국진 회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의사회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의사회 차원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에 이비인후과 의사들의 어려움을 전달했다. 하지만 답은 없다. 호흡기 환자를 진료할 때 한시적이라도 수가를 배려해줬으면 한다. 또 장기적으로 감염관리료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

-정부가 제시한 호흡기전담클리닉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호흡기전담클리닉으로 지정되면 수가와 지원 등의 혜택이 있지만 정작 개원가에서 운영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우선 기존 환자와 호흡기환자의 동선을 분리해야 하는데, 규모가 작은 개원가에서 하기 어렵다. 또 의사 외 3명의 별도 인력이 있어야 하고, 전일제가 원칙이라 대부분 원장 1~2명이 대부분인 개원가에서 운영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호흡기전담클리닉에 코로나19 환자들이 치료받는다는 낙인효과가 있어 원래 병원에 오던 환자들이 떠난다는 점이다.

-수면다원검사와 관련해 정도관리위원회와 불협화음이 있었다. 이 문제는 해결됐는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2018년 7월부터 수면다원검사가 급여화됐다.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수면 관련 전문가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수면 관련 기관에서 6개월 동안 수련받고, 관련 서류 심사 후 실기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또 최근 3년 이내 수면다원검사 기본 교육 평점과 임상교육 평점을 각각 10점 이상 취득하고, 서류 검사 후 실기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심지어 코로나19로 인해 정도관리위원회를 열지조차 않고 있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편향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정도관리위원회가 이비인후과 의사들의 요구와 교육상황에 대해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배려와 이해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 올해 초 회장에 취임하면서 유튜브 ‘ENT 방송국’을 활성화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진행 상황은 어떤가?

국민이 많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답하는 형식으로 유튜브를 제작하려고 한 것이다. 의사들이 쉽고 체계적으로 답변하면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개원하고 있는 의사들에게도 이득이 될 것으로 봤다. 이비인후과에 대한 대국민 인식도 바꾸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코로나19 때문에 제작을 잠정 중단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