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전공의 소청과 외면, 추가 모집에서 빅5도 미달
소청과 관련 학회-복지부, 작년 10월부터 협의체 논의 진행
일차의료 심층상담 및 특수부서 전담전문의 제도 확대

ⓒ메디칼업저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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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저출산에 코로나19(COVID-19)까지 직격탄을 맞은 소아청소년과의 활로를 찾기 위한 시범사업이 논의되고 있다.

소청과의 어려운 상황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저출산으로 소청과를 찾는 환자가 급격히 줄어든데 이어 2020년부터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상반기를 기준으로 2020년에는 2019년 대비 내원일수가 43% 급감하고, 요양급여비용 또한 38% 줄어들었다. 병원을 찾는 소아청소년 환자가 반토막이 나며 의원급 소청과의 타격이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소청과는 내과와 외과에 이어 전공의 수련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조치를 내놨다.

소청과 전공의가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며 존립 자체에 위기감이 찾아오고, 경영 수익 감소로 개원가도 어려움을 겪자 내놓은 대책 중 하나다.

그러나 소청과는 2022년도 전공의 모집에서도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으며 이는 빅5병원도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 12~13일 양일간 진행된 전공의 추가모집에서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정원 11명에 지원자가 0명이었고, 서울아산병원도 정원 1명에 지원자는 0명이었다. 

삼성서울병원은 정원 3명에 지원자가 2명이었으며, 세브란스병원은 8명을 추가 모집했지만 지원자는 없었다. 서울대병원만 유일하게 3명 정원에 3명이 지원했다.

 

일차의료 전문의 중심 '심층상담 수가' 신설 논의

이런 가운데 정부와 관련 학회는 협의체를 구성해 소청과의 활로를 찾기 위한 시범사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작년 10월부터 협의체를 구성해 최근까지 5차례의 회의를 진행했다.

현재 협의체에서는 △일차의료전문의 심층상담사업 △신생아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지원사업 등 두가지에 주력하고 있다.

우선 일차의료전문의 심층상담사업(가칭)은 개원의가 소아청소년의 심층상담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당초 주치의라는 이름도 건의됐지만 성격상 차이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정된 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일차의료 전문의가 일정한 수의 소아청소년을 등록해 일반적 진료보다는 2배 정도 긴 상담을 제공하는 형태다. 연령대는 만 3세 미만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1년에 4회 정도로 제안됐다.

일차의료기관, 아동병원 등 개원가를 중심으로 시행되며 협의체에서는 이론적 뒷받침, 전산프로그램 등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청과학회 김지홍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일차의료의 원래 목적은 소아청소년이 제대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나 소청과는 이전부터 대량진료 위주로 진행됐고, 결국 코로나19라는 급격한 변화에 직격탄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육아, 예방, 중재에 대한 보호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일차의료기관에서는 여기에 시간을 투입할 수 있는 기반이 없다"며 "시범사업은 개원의가 좀 더 소아청소년 건강 증진을 위한 본연의 업무를 하고, 정부는 심층상담에 대한 수가를 지원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리 저출산이어도 아이들에게 해줄 것은 많다. 아직은 수가를 논의 중인 상황이지만 의사회에서는 보호자들도 다수 원하기 때문에 연내에 시행하자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신생아 중환자실부터 전담전문의 지원해야...응급실도 시급"

학회에서는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고 환자 안전을 높이기 위해 전담전문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김 이사장은 "환자 안전이나 진료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선 중증도가 높은 곳부터 전문의를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가장 급한 곳은 신생아 중환자실"이라며 "신생아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가산 구간 세분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상반기 내로 기대 중"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논의를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수가에 대한 전면 재검토, 필수의료 지원 강화, 전담전문의 지원 확대는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이번에 논의 중인 사업은 수가가 신설된 효과도 있다. 그러나 기존 수가에 대한 재검토를 같이 해야 한다"며 "전담전문의도 신생아 중환자실부터 시작했지만 응급실 등 시급한 중요 파트도 많다. 지속되지 않는다면 언발에 오줌누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필수진료는 지원이 더욱 강화되지 않으면 고리가 끊어지고 전공의가 지원하지 않는다. 정부가 생각하는 속도와 우리가 생각하는 속도가 다른 것 같다"며 "전공의가 50%만 돌아와도 다행이다. 좋은 시작이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도 "이미 지방에서는 레지던트를 수년째 못 뽑고, 소아 환자를 받지 못하는 응급실도 있다"며 "의학은 도제식 교육이기 때문에 대가 끊기면 새로 인프라를 만들기 쉽지 않다. 이 문제는 소청과가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닌 아이들을 살리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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