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GON-HF 결과에 노바티스 '엔트레스토' HFpEF에 美FDA 승인
'치료제 부족' HFpEF에 엔트레스토+SGLT-2 억제제 병용요법 가능성↑
분당서울대병원 박진주 교수 "두 약물은 상호작용…추가 HFpEF 연구 필요"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 치료제 개발은 "끝없는 실패"를 기록했지만 최근 노바티스 '엔트레스토(사쿠비트릴/발사르탄)'가 승인의 문턱을 넘어 심부전 치료가 개선될지 주목된다.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이에 따라 치료제가 부족한 HFpEF 영역에 엔트레스토를 최근 HFpEF에 효과를 시사하는 SGLT-2 억제제와 함께 사용하는 '병용요법'이 가능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6일 스위스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의 엔트레스토는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HFpEF에 적응증을 확대했다.

FDA에 따르면 이번 적응증 확대로 엔트레스토는 HFpEF 환자의 심혈관 사망 및 심부전에 의한 입원 위험을 줄이기 위해 사용할 수 있다.

이번 허가는 임상시험 PARAGON-HF 결과에 기반했으며, 결과에 따르면 엔트레스토의 치료 혜택은 HFpEF 환자 중 좌심실 박출률(LVEF)이 정상보다 낮은 환자에 가장 두드러졌다.

이번 적응증 확대 허가에 앞서 FDA 심혈관·신약 자문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압도적인 12:1로 엔트레스토 승인 확대를 지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엔트레스토는 HFpEF뿐만 아니라 '박출률 저하 심부전(HFrEF)'에도 사용할 수 있어 HFpEF·HFrEF 모두에 적응증을 받은 심부전 치료제로 최초 자리매김했다. 엔트레스토는 지난 2015년 FDA로부터 HFrEF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바 있다.

HFpEF 치료옵션은 터무니없이 부족

심부전은 심장 근육이 정상적으로 혈액과 산소를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를 나타내며 전 세계로 약 6400만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부전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크게 HFpEF와 HFrEF로 분류된다. 좌심실 박출률이 40% 이상인 HFpEF 환자는 전체 심부전 환자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HFrEF는 좌심실 박출률이 40% 이하인 환자를 의미한다. 

현재까지 HFrEF에는 RAAS 억제제, 베타차단제, 이바브라딘 등을 포함해 다양한 치료제가 효과적이지만, 이들은 현재까지 HFpEF에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이에 엔트레스토는 HFpEF에 유일하게 효과를 입증했다.

▲엔트레스토.
▲엔트레스토.

노바티스에 따르면 미국인 심부전 환자는 약 600만명에 달하는데, 엔트레스토 치료에 적합한 환자는 500만명가량으로, 심부전 치료영역에서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직면할 수 있다. 

엔트레스토, PARAGON-HF 목표점 놓쳤지만 후속분석에 도달

연구 과정에서 엔트레스토는 상당한 기복을 겪었다. 

특히 엔트레스토는 PARAGON-HF에서 1차 목표점(primary endpoint) 도달을 간신히 놓쳐 효과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지만 후속 사후분석에서 목표점을 달성해 결국 FDA 적응증 확대를 획득했다. 

지난 2019년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19)'에서 발표되고 같은 해 10월 24일 국제학술지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된 이번 연구는 만성 심부전 환자(NYHA Class II~IV) 약 4800명을 포함했다.

환자들의 박출률은 45% 이상, 상승된 나트륨이뇨 펩티드(natriuretic peptide) 수준과 심장이상(structural heart disease)을 보였다.

연구팀은 환자가 1일 2회 엔트레스토(사쿠비트릴 97mg/발사르탄 103mg) 복용하거나 1일 2회 발사르탄 160mg을 복용하도록 두 치료군에 무작위 배정했다.

1차 목표점은 심부전으로 인한 총 입원환자 수, 심혈관계 원인으로 사망한 환자 수를 종합 검토했다.

연구 결과, 엔트레스토군에 1차 목표점은 526명에서 894차례 발생했고, 발사르탄군 557명에서 1009차례 발생했다. 

세부분석 결과, 심혈관계 사망은 엔테르스토군 8.5%, 발사르탄군 8.9%에서 발생했고, 두 치료군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HR 0.95, 95% CI 0.79~1.16).

심부전으로 인한 총 입원은 엔트레스토군 690명, 발사르탄군 797명에서 발생했는데, 두 치료군간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 이 또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RR 0.85, 95% CI 0.72~1.00).

따라서 엔트레스토는 PARAGON-HF에서 발사르탄보다 유의미하게 효과적임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노바티스는 특정 환자군에 엔트레스토 혜택이 시사된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아울러 노바티스는 2019년 11월 사후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심부전 환자에서 엔트레스토는 심부전 입원 및 심혈관 사망 위험을 줄였고, 이런 효과는 좌심실 박출률이 57% 이하(LVEF<57%)인 환자 및 여성에서 더욱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PARAGON-HF 연구를 주도한 미국 하버드대 부속 브리검여성병원 Scott Solomon 교수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심부전 치료는 의료진의 경험에 따라 이뤄졌기 때문에 이번 승인은 중요한 발전을 나타낸다"면서 "좌심실 박출률이 정상보다 낮은 환자에게 광범위하게 치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문을 통해 밝혔다. 

FDA 승인에 식약처 승인 기대….HFpEF 연구 지속해야

분당서울대병원 박진주 교수(순환기내과).
분당서울대병원 박진주 교수(순환기내과).

엔트레스토는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허가돼 널리 처방될 전망이지만, 그런데도 HFpEF 치료옵션이 부족해 관련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박진주 교수(순환기내과)는 "FDA 승인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확률도 높아졌고, 현재 HFpEF에 승인된 약제가 없기 때문에 승인 시 HFpEF 환자에서 많이 사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심부전에는 RAAS 억제제(ACE 억제제 및 AT1수용체 차단제), 베타차단제, 항알도스테론약, 이바브라딘, 엔트레스토, SGLT-2 억제제 계열 약물, 베리시구앗(제품명 버큐보) 등 7가지 종류의 치료제가 있다.

다만 이런 치료제는 HFrEF 환자의 예후를 개선하고 HFpEF 환자에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아 현재 HFpEF에 "입증"된 치료제는 엔트레스토뿐이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엔트레스토는 PARAGON-HF에서 1차 목표점을 0.058 차이로 놓쳤는데, 사후분석에서 효과는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나 FDA 승인을 받았다"면서 "현재 심부전에 사용되는 7가지 치료제는 HFpEF에 효과를 입증하지 못해 환자군에 치료옵션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최근 엔트레스토가 임상시험 결과로 HFpEF에 효과를 입증해 사용할 수 있게 될 것"라면서 "만약 SGLT-2 억제제가 HFpEF 환자의 예후를 개선하면 2가지 약제를 같이 사용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라고 했다.

당뇨병 치료에 사용되는 SGLT-2 억제제 계열 약물이 최근 EMPEROR-Reduced, DAPA-HF 연구에서 HFrEF에 효과를 보여 HFrEF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고 심부전 가이드라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을 예상된다.

이처럼 SGLT-2 억제제가 HFrEF에 효과를 입증했지만, SGLT-2 억제제는 HFpEF에 엠파글리플로진, 다파글리플로진 각각에 관한 EMPEROR-Preserved 및 DELIVER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효과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SGLT-2 억제제가 HFpEF에도 효과를 입증하면 엔트레스토+SGLT-2 억제제 병용요법 가능성이 시사된다.

박 교수는 "SGLT-2 억제제는 심장대사경로(cardiometabolic pathway)를 통해 작용하고 엔트레스토는 신경호르몬 활성경로(neurohumoral activation-pathway)를 조절하기 때문에 2가지 약제의 기전이 다르면서 상호보완적"이라면서 "개인적으로 베타차단제, 엔트레스토, SGLT-2 억제제 등을 포함한 3가지를 함께 사용해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치료옵션 증가에도 불구하고 HFpEF 연구는 지속해야 한다는 게 박 교수의 입장이다.

그는 "추후 SGLT-2 억제제 결과가 긍정적일 수 있지만, 현재 HFpEF에 거론되는 치료제는 2개뿐"이라면서 "HFpEF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고 연구 진행 시 환자가 다양한(heterogenous) 점과 진단을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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