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사총파업·백신접종 협력지원 잠정 중단 등 경고
수술실 CCTV 법안은 이번에도 제동...與 "반드시 통과돼야"

지난 10월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출처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0월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출처 사진공동취재단)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의사가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자 파장이 심상치 않다.

의료계는 해당 법안을 '의사면허 강탈법'이라고 규정하고, 본회의 의결 직전 절차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할 경우 전국의사 총파업을 포함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만약 의료계가 단체행동에 나설 경우 즉각적이고 강력한 행정력을 발동할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금고이상의 형 받으면 의사 면허 취소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는 제외..."의료 행위 특수성 고려"

국회 복지위 제1법안심사소위원회, 제2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 18일, 19일 회의를 열어 안건을 심의했다.

이후 복지위는 19일 오후 6시 전체회의를 열어 소위에서 수정된 법안 12건을 가결했다. 이날 의결된 법안들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상정만을 남겨두게 됐다.

의료계가 반발한 법안은 앞서 제1법안심사소위원회가 의사면허 규제강화를 내용으로 의결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이 개정안은 권칠승, 강선우, 강병원 등 6명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가 병합해 만든 대안이다.

현행법은 의료관계법령 위반 범죄행위만을 의료인의 결격 및 면허취소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의결된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인이 강력범죄나 성폭력범죄를 저지르는 등 의료법 외의 법률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에도 의사 면허를 취소하도록 했다.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법무사 등 다른 전문직종과 같이 형평성을 맞추고 의료인의 위법 행위를 예방한다는 취지다.

여기에 더해 형이 끝난 뒤에도 5년이 지나지 않거나, 집행유예기간 종료 후 2년까지 면허 재교부를 금지한다.

또한 면허 취소 후 재교부받은 의료인이 자격정지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신설했다.

다만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해 의료행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저지른 경우는 제외하기로 했다.

의협 "면허강탈 법안...법사위 의결되면 전면 투쟁"

정세균 총리 "불법 집단행동 현실화하면 엄중히 단죄"

이러한 내용이 복지위를 통과하자 의료계는 즉각 분노를 표했다.

일각에서는 총파업을 비롯해 이달 말 진행될 코로나19(COVID-19) 백신 접종협력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최대집 회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지난 1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최대집 회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앞서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법안의 진행 추이를 보면서 13만 의사 면허반납 투쟁, 전국의사총파업,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정부 협력 전면 잠정중단 등 투쟁방식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 회장은 "헌신에 대한 대가로 의사면허 죽이기 악법을 선물로 보낸 민주당"이라며 "이 악랄한 만행을 반드시 되갚아주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기에 더해 의협과 16개 시도의사회는 '면허 취소 관련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복지위 통과에 대한 성명서'를 내고 해당 의료법 개정안을 '면허강탈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면허강탈 법안은 한국의료시스템을 더 큰 붕괴 위기로 내몰 것이 자명하다"며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되면 전국 16개 시도의사회 회장은 의협을 중심으로 전국의사 총파업 등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법사위에서 의결된다면 코로나19 진단과 치료지원, 코로나19 백신접종 협력지원 등 국난극복의 최전선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의협 13만 회원들에게 극심한 반감을 일으켜 코로나19 대응에 큰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여당 또한 이에 맞서면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1일 "국민의 헌신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집단행위에 대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라며 "의협은 마치 교통사고만 내도 의사면허가 무조건 취소되는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총리는 "5일 후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지난 1년의 아픔을 딛고 일상으로 첫 걸음을 내딛는 날"이라며 "절대로 특정 직역의 이익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의협이 집단행동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에 대해서도 엄중 경고했다.

정 총리는 "의협이 불법 집단행동을 현실화한다면 정부는 망설이지 않고 강력한 행정력을 발동할 것"이라며 "결코 불법을 좌시하지 않고 단호히 대처하고 엄중하게 단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도 "의협이 백신접종 협조 거부 등 집단행동으로 방역 위기 극복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해 스스로 의사이길 포기하지 않기 바란다"며 "생명을 볼모로 제 식구 챙기기에 앞장 선 최악의 집단이기주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여당은 의료계가 우려하는 진료과정에서의 과실행위는 면허취소 사유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의료행위를 제약할 수 있다는 의료계의 우려를 충분히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수술실 CCTV 설치는 보류...병원 범위 등 쟁점 다수

한편 의료계의 반대가 컸던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된 법안은 여야 간 격론 끝에 '계속 심사' 대상으로 보류됐다.

앞서 논의됐던것과 마찬가지로 여야 모두 수술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하자는 데에는 동의했지만 수술실 내부 설치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다.

수술실 내 의료사고가 성형외과와 같은 영리 목적인 수술에서 다수 발생하는데, 이를 전체 병원과 수술실로 확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판단에서다.

이외에도 의무화의 대상이 되는 병원의 범위를 어떻게 할지, 공공병원은 수술실 내에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 등 여러 쟁점이 남아있는 상태다.

21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법안 통과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해당 상임위에서는 이번 주에 더 논의할 계획이라고 한다"며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은 반드시 통과돼야 하고, 오히려 어렵다고 하니 더 싸울 용기가 생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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