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출안 2억 3000만원에 약 9억원 증액 "불용예산 반영"
의료계 "정부·여당 공공의대 추진의지 느껴져...예민한 주제"
의사면허 취소·의사파업 금지법 등 법안 여전히 계류 중

ⓒ메디칼업저버 DB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국회에서 당초 정부가 편성한 예산보다 늘어난 국립의학전문대학원(공공의대) 예산이 통과되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근거 법안이 이미 발의된 상태에서, 의사면허관리 강화 등 의료계를 옥죄는 법안도 줄줄이 발의돼 남은 국회에서 입법갈등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가 최근 본회의를 열고 통과시킨 2021년도 예산안에는 공공의대 설계비로 11억 8500만원이 반영됐다.

이는 정부가 앞서 제출했던 2억 3000만원보다 9억 5500만원 더 늘어난 규모다.

의정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이 증액 통과되자 의료계는 즉각 반발하며 의정 대립을 예고하고 나섰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공공의대 관련 정책은 지역구를 의식한 국회의원의 선심성 공약 및 지역 정치 논리에 따라 날치기 식으로 결정되고 있다"며 "협의를 바탕으로 한 정의로운 민주주의를 내세웠던 현 정부의 정체성에 정면으로 반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한 "국회가 기존의 합의를 무시하고 공공의대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보면 언제든지 거대여당의 지위를 이용해 공공의대 관련 법률도 얼마든지 날치기 통과시키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독단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복지부 "올해 예산 불용돼 이월...부대의견 명시했다"

6월 김성주·이용호 의원 발의한 공공의대법 논의될까?

반면 국회과 보건복지부는 늘어난 9억 5500만원이 올해 예산으로 편성됐던 설계비가 불용돼 이월된 것이고, 근거 법률이 마련된 후 예산을 집행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관계자는 "설계와 용역예산이 편성됐음에도 집행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 9억 5500만원도 올해 집행되지 못한 불용분"이라며 "예산 목적이 똑같기 때문에 불용금액을 합쳐 편성한 것이고 이런 경우는 많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의정협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공공의대 합의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협의에 따라 법안을 제정하고 예산을 집행한다는 내용을 부대의견으로 명시했다. 사업중단을 선언했던게 아니기 때문에 예산을 아예 편성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합의 조건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예산안에는 '복지부는 지난 9월 4일 대한의사협회와의 합의 취지를 존중하며, 관련 근거 법률이 마련된 이후 공공의료 인력양성기관 구축운영 사업 예산을 집행한다'는 부대의견이 명시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권과 의료계가 내년에도 공공의대 관련 법안을 두고 기싸움을 이어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 관계자는 "의정간 협의를 진행 중이니 지켜봐야하지만 입법권 자체를 의정협의 자체가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은 별도 절차가 진행 중이다. 만약 합의가 깨진다면 국회는 국회의 일정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21대 국회에는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공공의대법)이 계류 중이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같은 달 대표발의한 공공의대법도 여전히 소관 상임위인 복지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 의원은 "현재는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이고 의료계도 방역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의료계와 정부도 협의를 이어가는 중"이라며 "당장 법안을 논의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다만 이 의원은 "지금은 어렵지만 21대 국회에서는 꼭 법안 처리를 해야한다"고 전하며 이번 국회에서 공공의대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파업 이후 친절한 의사법·의사파업 금지법 등 다수 발의

의료계 "당연히 악의적인 부분 있다고 본다"

이번 국회에는 공공의대법 뿐만 아니라 의료계가 반대하는 법률도 다수 발의돼 있어 또다른 갈등의 불씨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앞서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면허취소 행위를 반복한 의료인의 면허를 영구 취소하는 '투스트라이크 아웃법'과 함께, 질병 진단시 질병 예후·치료방법 등을 구두로 설명하도록 하는 이른바 '친절한 의사법' 등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같은당 강병원 의원도 의료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법안을, 최혜영 의원은 의료법에 필수유지 의료행위를 규정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의료행위를 중단하지 못하게 하는 '의사파업 금지법'을 발의했다.

의협 관계자는 "당연히 악의적인 부분이 있다고 본다. 너무 현실성이 떨어져서 통과가 어려보이는 법도 있고, 통과될 가능성이 있는 법도 있다"며 "국회의원의 역할이 법안을 만드는 것이라 발의는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예민한 법안을 그냥 놔두면 안 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를 통과한 공공의대 예산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국회에서는 당장 쓰려고 한 것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의료계 입장에서는 굳이 예산을 통과시켰어야 했냐는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이 공공의대를 계속 추진하려는 의지가 느껴져서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의대가 올해 여름 총파업을 촉발시켰던 주제이기 때문에 의료계가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이라며 "정책을 계속 진행하는 모양새가 보인다면 협상을 계속한다기보다 다른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