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길 애널리스트 "원격의료는 지속할 주요 의료계 변화"
코로나19 팬데믹에 美-英-中 활성화 vs 국내 '걸음마'
가천대 길병원 이언 교수 "법·규제 불구하고 필요성 따지면 국내도 불가피"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지난 11~14일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개최된 2021년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의료계에 장기간으로 큰 영향을 미칠 변화 중 하나는 '원격의료'로 꼽혔다. 

JP모건 리사 길(Lisa Gill) 선임 애널리스트(헬스케어 기술·유통 분야)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해 일어난 변화는 많았지만 2021년까지 지속되고 성장할 것은 원격의료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JP모건 리사 길(Lisa Gill) 애널리스트는 2021년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원격의료를 주목했다. 사진 출처: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홈페이지.
JP모건 리사 길(Lisa Gill) 애널리스트는 2021년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원격의료를 주목했다. 사진 출처: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홈페이지.

의료계는 전통적으로 환자가 병원에 방문해 진료와 치료를 받는 체계에 의존했다. 하지만 차세대 정보기술이 등장함에 따라 진단·진료·치료 등 의료행위를 원격(remote)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원격의료'는 대면 진료 대신 가정 등에서 정보기술을 활용해 비대면 진료·치료를 뜻한다. 원격의료는 실시간 오디오·시각적 소통을 허용하는 통신기기에 기반하며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의료 전달법이다. 

다만 원격의료를 개념에서 실현까지 구현하는데 법률·정치적·사회적 걸림돌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격의료에 대한 환자·의료진 거부감, 보안(privacy)·법적 문제 등이 주요 장애물로 꼽혔다. 

미국에서도 원격의료에 대한 잠재력은 오랫동안 짐작됐지만 실제로 적용하는 데 시행착오를 겪었고 구현도 느렸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해 미국에서 원격의료에 대한 인식이 현저히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JP모건이 2020년에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에 원격의료가 혜택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불과 25%에 달했지만, 팬데믹 이후 원격의료 혜택을 믿는 사람은 80%로 증가했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 콜로라도어린이병원 교수팀은 팬데믹 중 4개월간 원격진료 3000건을 검토했는데, 결과에 따르면 원격진료는 안전하고 고품질 진료법이었다.  

연구 주 저자인 콜로라도어린이병원 차루타 조시(Charuta N Joshi) 교수는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면서 "원격의료 같은 경우, 코로나19는 필요가 구현의 어머니였다"고 피력한 바 있다.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미국에서 원격의료 시대가 불가피해 보이는 가운데, 길 애널리스트는 특정 적용 분야를 설명했다. 그녀에 따르면 원격의료는 예상대로 외래진료과에서 많이 적용됐지만, 과거에 고려하지 않은 진료과에서도 빛났다. 

JP모건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에 원격의료는 피부과, 정신과, 종양내과와 같은 외래진료에서 사용됐으며 산전·산후조리, 수술 상담, 환자분류(triage) 등에서도 적용됐다. 

또한 지난해 원격의료를 처음 사용한 미국인 환자는 원격의료 재사용률도 높았다. 

다만 원격의료의 성장과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대면 진료의 필요와 중요성은 이전과 동일하다고 길 애널리스트가 강조했다. 

그녀는 "팬데믹 중에 많은 환자가 가정에서 진단·치료를 받는 게 안전했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과 같은 진료행위를 생각하면 대면진료에 대한 필요성은 언제나 있다"고 했다. 

골절치료, 엑스레이(X-ray), 백신 예방접종 등과 같은 의료행위는 특히 대면진료 없이 불가능하다. 다양한 질환에 따라 여러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도 의사·약사 등 의료진과 접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길 애널리스트는 "종합적으로 의료계에 경쟁은 여전히 지속할 것이고, 원격의료 관련 회사들이 아마존(Amazon)과 같은 대기업과 경쟁을 할 것"이라면서 "경쟁을 통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두가 진화하고 변화해 원격의료의 성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지난 11~14일 팬데믹에 의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 2021'에서도 원격의료·진단과 디지털 치료제가 부각됐다. 

CES 2021에서는 ADHD·수면장애에 관한 디지털 치료제, 고혈압·당뇨병 원격모니터링 서비스, 간질 관리를 위한 앱(애플리케이션) 등과 같은 신규 정보기술이 주목받은 듯이 원격의료 산업 성장도 부각됐다. 

이처럼 원격의료는 미국·유럽·중국 등에서 점점 견인력을 얻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걸음마'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2년 3월 의사와 의료인 간 원격의료제도가 도입했고 2006년 7월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시행했지만, 아직 비대면 진료에 대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진척이 없는 원인으로는 현 의료법에 따라 국내에서 원격처방·진료가 불법인 것으로 꼽힌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계기로 정부는 지난해 2월 24일부터 원격의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등 규제 변화를 경험했다.

가천대 길병원 이언 교수(신경외과)는 "우리나라에서 원격의료의 가장 큰 걸림돌은 법과 규제이며, 이어 일부 의사단체들의 반대"로 설명하면서 "환자들의 거부감도 큰 문제이지만 코로나19 범유행에 따라 환자 거부감이 많이 줄었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 거부감이 극복되지 않으면 원격의료를 시행할 수 없는데, 팬데믹 중 비대면 진료를 해보면서 '편하다', '위험하지 않다', '해도 괜찮다'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재사용률도 증가했다"면서 "큰 사고도 없었고 대학병원 쏠림 현상도 관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중 전화처방 건수·처방액은 꾸준히 늘었다. 또한 상급종합병원보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적극적 참여로 인해 대표적으로 우려된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도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서울대병원 본관 정문에 출입통제 안내문이 붙어있는 가운데 마스크를 쓴 방문객이 지나가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지난해 2월 서울대병원 본관 정문에 출입통제 안내문이 붙어있는 가운데 마스크를 쓴 방문객이 지나가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이언 교수는 또한 의사들의 거부감이 아직 있지만, 원격의료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고려했을 때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의사 상당수는 원격의료를 아직 반대하지만 동시에 막지 못하는 대세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면서 "다만 우리나라에서 약 100년 가까이 대면 진료를 활용한 상황에서 갑자기 비대면 진료로 전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원격의료에 대해 걱정되는 부분이 있으면 시행 과정에서 보완할 일이지, 무조건 차단하는 것은 안 된다"면서 "미국·중국 등은 전 세계가 저렴해지는 AI·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원격진료를 적용하는 시기에 우리나라만 안 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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