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박선재·김나현 기자] 코로나19(COVID-19)가 몰고온 현상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비대면이 아닐까. 사회 전반에 걸쳐 비대면이 자리잡는 가운데 의료계에도 비대면 의료가 안착하는 모양새다. 비대면 의료는 환자가 의료인과 대면하지 않고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모든 의료 형태를 포함한 개념이다. 구체적으로 관련 기술과 규제 및 제도적 이슈에 따라 '디지털 치료제'와 '원격의료'로 분류할 수 있다. 원격의료의 찬반 논란과는 별개로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의료는 또 다른 국면을 맞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전 세계 국가들은 비대면 의료에 소극적이던 기존 입장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업체들을 지원하면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①비대면 의료 쾌속 질주, 우리는 어디쯤?
②코로나19로 비대면 시장 커지는데...국내는 아직 걸음마

 

한국은 어디까지 왔나?

현행 의료법상 국내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처방이나 진료를 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제도 규제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지난해 2월 24일부터 원격의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해왔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전화처방 건수와 처방액은 꾸준히 늘었고 상급종합병원 대비 의원급 의료기관의 참여가 두드러져 당초 우려된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24일부터 10월 31일까지 8407개 의료기관에서 총 103만 9571건의 전화상담이 이뤄졌다. 진료 금액은 129억 8886만원에 달한다.

서울시립대 최병호 교수(도시보건대학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책동향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원격의 시대가 앞당겨지고 있고 의료분야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와 대면접촉을 해야 완전한 진료가 가능하다는 의학적 믿음 때문에 비대면 방식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진료를 떠나 수입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며 "그러나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기는 어렵다. 비대면 방식을 조금씩 경험하며 의료인과 환자가 적응해 나가는 점진적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 비대면 유망분야에 선정된 '의료'
감염병 시대를 계기로 정부는 비대면 의료 구축에 더욱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지난달 정부가 선정한 8대 비대면 유망분야에는 '스마트 의료 인프라·돌봄시스템 구축'을 골자로 하는 의료분야도 포함됐다. 

비대면 활성화 방안에는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 2021년까지 호흡기전담클리닉 1000개소를 설치하고, 의원급 의료기관 5000개소에 화상진료 장비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호흡기전담클리닉은 사전 전화상담 등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대면진료가 필요할 경우 예약제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과 장애인 등 건강취약계층을 위한 비대면 돌봄시스템 확충에도 주목하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건강취약계층에게 맞춤형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보건소 모바일 헬스케어를 전국 13만명으로 확대하고, 건강취약계층 12만명을 대상으로 사물인터넷(IoT)·AI를 활용한 디지털 돌봄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자 생활습관 관리 강화를 위해 2025년까지 만성질환자 20만명을 대상으로 자가측정기기를 보급할 방침이다.

 

2. 온라인 플랫폼 기반 사업 가속화
이러한 현장의 수요를 반영해 민간에서는 온라인 비대면 의료 플랫폼이 다수 구축돼 왔다.

소프트넷은 병원 정보시스템과 의료 디바이스를 연동한 개인건강기록 플랫폼(inPHR)을 통해 사용자의 생애주기, 질병, 질환별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플랫폼은 기침·인후통·근육통 등 10가지 증상을 체크하고 위험신호를 사전 감지해 대시보드를 통해 의료진에게 알리는 기능이 있으며 고대 안암병원, 중앙대병원 등이 사용 중이다.

헬스케어 데이터 양방향 플랫폼 기업인 레몬헬스케어는 최근 코로나19 경증환자 치료시설인 생활치료센터에 통합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개시했다. 환자용 모바일 앱 기반 사물인터넷 생체 모니터링을 통해 제한된 의료인력으로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안전하게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환자용 앱과 의료진용 웹서비스간 비대면 영상진료도 가능하다.

메디히어는 미국의 원격의료 시스템을 국내 의료환경으로 개선해 적용한 '원격진료 플랫폼 서비스'를 명지병원, 한양대병원 등에 제공했다. 내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진료과가 연계됐고, 환자는 진료과목과 의사를 선택한 뒤 원격 화상진료를 받을 수 있다.

원격의료 허용에 따라 의약품 배달 서비스 허용 여부에 대한 논란도 자연스레 대두됐다.

복지부가 최근 공고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방안'에 따르면 처방전은 의료기관에서 팩스 또는 이메일로 환자가 지정한 약국에 환자의 전화번호를 포함해 전송하게 되며, 환자의 전화번호는 전화 복약 지도에 사용된다. 

의약품 수령 방식은 환자와 약사가 협의해 결정한다. 약사는 환자에게 유선 또는 서면으로 복약지도 후 의약품을 조제 및 교부한다.

의약품의 수령방식을 자체적으로 결정한다는 이 부분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의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방안 공고에 기초해 비대면 진료 후 약을 배송받을 수 있는 앱이 등장해 약국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앞서 닥터가이드가 출시했던 '배달약국'은 약사법 위반 논란으로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지만, 이 업체는 최근 비대면 진료 종합 플랫폼으로 보완한 '닥터나우'를 출시했다. 환자가 앱을 통해 선택한 의사에게 비대면 진료를 받은 후 의사가 처방한 약을 집에서 배달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의료계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권장한다면 결국 의약품 배송도 허용해야 하는데 전후관계가 바뀐 것 아닌가"라며 "대면을 줄이기 위해 비대면 진료를 해도 약을 사기 위해 약국에 들러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세대 정형선 교수(보건행정학과)는 "의료계에서 느끼는 변화와 구조에 대한 우려감, 영리화와 산업중심으로 갈 것에 대한 우려를 복지부가 의료적 관점에서 명확히 풀어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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