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일산병원 김유리·성빈센트병원 황유미 교수팀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연구결과 Korean Circulation Journal에 게재
집단지성(CI) 기반 ECG판독, 의뢰시간↓ 부정맥 전문의와 유사 정확도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디지털 헬스케어 적용이 어려운 심전도(ECG) 분야에 효과적인 집단지성(CI) 기반 모바일·애플리케이션 ECG판독 플랫폼이 등장했다. 

동국대 일산병원 김유리 교수·성빈센트병원 황유미 교수팀(심장내과)이 이런 'ECG 판독 모바일·애플리케이션(앱)' 플랫폼을 개발한 결과, ECG 판독앱은 전통적 의료체계의 '의뢰서 기반 ECG 판독'과 유사한 효과를 보였다. 

특히 지난 1월 18일 대한심장학회지 'Korean Circulation Journal'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ECG 판독앱은 전통 판독 방법의 의뢰 시간보다 짧고, 정확도 관련해 부정맥 전문의 판독과 일치율이 유사했다. 

아울러 김·황 교수팀은 "CI를 활용한 ECG 컨설팅앱 플랫폼은 전통적 진료의뢰서 체계의 ECG 판독보다 빠르고 결과도 신뢰할 수 있다"며 "1차 의료기관과 상급종합병원에 있는 의료진간의 협력을 기존 의뢰서 시스템보다 편하게 확장할 수 있다"고 논문을 통해 밝혔다. 

의료계 디지털헬스케어 '붐'에 인터엠디는 부정맥에 'CI' 활용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부정맥 등 심장질환을 진단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의료계에 활용하는 추세지만, ECG 경우 판독의 복잡성으로 인해 AI가 활발히 적용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임상현장에서 의료진이 ECG 판독에 대해 소통을 하기 위해 병원·의원 간 또는 병원 내 상호컨설팅(inter-consulting)을 활용했다. 그러나 인터넷 기술 발전에 따라 CI를 활용한 모바일 ECG 판독이 강력한 도구로 떠올랐다. 

CI는 기본적으로 집단지성이 각 개인보다 더 정확하고 빠른 결과에 도달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세계적으로 CI를 활용해 의료진 간 질의응답(Q&A)을 공유하는 플랫폼은 'QuantiaMD' 및 'Sermo' 등이 있지만, 국내에는 의료진 간 활용할 수 있는 컨설팅 플랫폼이 없어 많은 1차 의료기관은 간단한 ECG 판독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김유리 교수팀은 2017년 디지털헬스케어社 '인터엠디(InterMD)'와 함께 1차 의료기관 의사를 위한 모바일 앱 기반 ECG 컨설팅 플랫폼을 발전시켰다.

의료진은 인터엠디의 모바일 앱을 통해 환자의 병력과 ECG를 내과·응급의학과를 포함한 ECG 판독전문가들과 간편하게 공유하고 판독을 받을 수 있다. 

플랫폼은 인터넷, 모바일 휴대폰, 태블릿, 노트북, 데스크탑 컴퓨터에서 활용할 수 있으며 현재 국내에서 약 3만명 이상의 의사들이 사용하고 있다. 

사용법은 일반 모바일 앱과 유사하다. 

인터엠디의 모바일 앱 모습. ⓒ2021. The Korean Society of Cardiology.
인터엠디의 모바일 앱 모습. ⓒ2021. The Korean Society of Cardiology.

1차 의료기관 의료진이 환자를 식별할 수 있는 개인정보를 제거한 간략한 병력(medical history) 및 ECG를 게시판에 올리면 시스템에 연결된 전문가 2명 이상이 확인해 답변을 올리는 방식이다. 

아울러 페이스북처럼 실시간으로 댓글이 달리는 시스템으로 전문가들 사이에서의 의견이 달랐을 때도 서로 참고해 가장 효율적으로 판독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ECG를 게시판에 올린 바로 그 시점에 접속한 판독 전문가가 없으면, SNS 등 자동 알림이 등록된 전문가에게 보내지고 접속 가능한 전문가에게 실시간 답변을 요청할 수 있다. 

김 교수팀에 따르면 이런 모바일 앱은 1차기관의 의료진과 심전도 판독을 전문적으로 시행하는 부정맥 전문의 간 격차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부정맥 초기 진단을 강화하고 1·2차 의료기관으로부터 3차 의료기관으로 불필요한 진료의뢰(referral)를 줄일 수 있다. 

ECG 판독의뢰 '35시간→6시간'...판독일치율 98% vs 100%

김 교수팀은 앱을 개발한 후 CI를 활용한 심전도 판독이 전통 진료의뢰 체계보다 효과·정확도를 검토하기 위해 후향적 레지스트리 연구를 진행했다. 

CI 기반 심전도 판독은 전문가 2명 이상이 ECG를 판독한 경우에만 포함됐다. 또한 CI는 심장내과를 포함해 내과, 응급의학과, 직업환경의학 등 심전도 판독 전문의 팀으로 구성됐다. 

연구팀은 2017년 12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연속으로 판독된 ECG 376개를 분석했다. 이 중 159개(42.3%)는 모바일 앱 기반 ECG 컨설팅 앱을 통해 판독됐고, 다른 217개(57.7%)는 전통적인 컨설팅 의뢰체계를 통한 3차병원 내 심장내과 전문의를 통해 판독됐다.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양군에서 모인 모든 심전도는 '전기생리학자(electrophysiologist)', 즉 부정맥 시술 전문의가 최종 판독을 검토했다. 

연구 결과, CI 체계를 활용한 모바일 ECG 판독앱의 초기 판독 시간이 전통 ECG 판독체계보다 더 빨랐다(6.6시간 vs 35.8시간, p<0.0001). 

또한 CI 체계 내 ECG 판독 응답률은 전통체계의 3차 의료기관의 판독 응답률보다 컸다(답변 개수 3.1개 vs 1.2개, p<0.0001).

부정맥 전문의와 판독 일치율은 두 체계에서 유사했다(98.6% vs 100%, p=0.158). 

공유를 통해 정확한 답을 찾아갈 수 있는 '집단지성' 빛 발할 것

이런 긍정적인 결과에 따라 본지는 이번 연구를 주도한 동국대 일산병원 김유리 교수를 만나 디지털 헬스케어의 현재와 미래, 특히 심장내과에 활용되는 AI·CI 등 신기술에 대해 들어봤다.

임터엠디 플랫폼이 의료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인터엠디 설립자는 아니지만 이번 모바일앱 기반 ECG판독 시스템은 의사가 필요한 협진을 보다 쉽고 편리하게 접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정보 플랫폼이다. 

정보 플랫폼에 CI 기반 의료 정보콘텐츠가 누적되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검증된 심전도뿐만 아니라 의학 전반의 Q&A를 통해 의사의 신뢰를 얻고 있다. 

동국대 일산병원 김유리 교수(심장내과)는 2일 인터엠디 'ECG 모바일-앱 판독 플랫폼'에 대해 설명했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동국대 일산병원 김유리 교수(심장내과)는 2일 인터엠디 'ECG 모바일-앱 판독 플랫폼'에 대해 설명했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향후 특정 질병을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하는 증례연구 섹션도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의사는 개개인이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고 국내 디지털 인프라는 세계적으로 안정된 점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의료계뿐만 아니라 인터엠디는 이런 기술 발전을 통해 의사들이 환자 진료·치료, 예방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스템을 설립하려고 한다. 

디지털앱 ECG판독 입증으로 '의사' 및 '전문가'가 위협되는지.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근래 모든 사람은 AI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인터엠디는 새로운 방향에서 접근했다. 특히 이번 플랫폼은 "의사들의 집단지성"로 구성된 플랫폼이기 때문에 의사가 없으면 이뤄질 수 없다.

앞서 논문에도 언급한 것처럼 심전도 판독분야는 복잡도가 높기 때문에 AI가 아직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울러 현재 심전도는 판독 경력이 많은 전문가에게 의존하고 있으며 종종 부정맥 전문가들끼리도 완벽한 일치율이 보이지 않은 경우가 있다. 

여기서 집단지성이 빛을 발하게 된다. 전문가들끼리도 서로의 답변을 공유하고 보다 더 정확한 방향으로 답을 찾아갈 수 있다. 

아울러 인터엠디는 우리나라의 뛰어난 의료진의 지식을 활용해보자 시작한 것이다.

대부분 국내 의사는 전문의(specialist)로, 동네의원의 대부분 의료진도 전문의 자격증이 있으며 1·2차 의료기관에서도 많은 임상 경험을 축척한 뛰어난 전문가가 많기 때문이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과대홍보 vs 두려움 대상으로 받아드리는데 실체는.  
디지털 헬스케어 '트렌드'에 따라 검증되지 않은 기기·소프트웨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의료진뿐만 아니라 환자에게도, 전체 의료비용을 증가하는 등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처럼 디지털 헬스케어를 기존 방식과 비교해 검증된 방식으로 사용하면 기술 발전에 기반해 더욱 효율적인 의료진 간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인터엠디의 모바일 앱 기반 ECG 플랫폼 경우, 1·2차 의료기관에서 시행한 심전도 판독을 빠르게 재확인해 초기 진단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고 불필요한 진료의뢰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심전도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판독의 어려움 때문에 지금껏 시행하지 못했던 경우에도 전문가들이 판독을 쉽게 얻을 수 있고 안심하고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이는 결국 환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부정맥 분야에서 디지틸헬스케어 활용을 제한하는 게 있다면. 
부정맥 전문의로서 최근 웨어러블 ECG를 임상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애플과 삼성은 스마트와치에 ECG 측정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고, 우리나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병원에서 검증된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를 사용해 부정맥 진단율을 높이는 것에 대한 보험수가도 책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병원 처방없이 개인이 ECG를 측정했을 때 전문가가 심전도를 판독해줘도 수가를 받지 못해 전문가들의 정보 활용에 한계가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행위가 비급여라도 전문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