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의료법 제33조 제1항 위배된다고 판단
"현 의료기술 수준으로는 부적정한 의료행위 이뤄질 가능성"
김준래 변호사 "종래의 대법원 판결보다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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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환자의 요청으로 이뤄진 전화 진료도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정부와 여당이 비대면진료 육성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례가 전화진료를 원칙적으로 비허용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 제1부는 환자의 요청을 받고 전화로 진료한 후 한약을 처방한 A한의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의료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A한의사는 1심에서 30만원 벌금형을 받고, 2심과 대법원에서 모두 기각돼 1심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원격지에 있는 환자에게 행하는 의료행위, 법 위반"

쟁점은 A한의사의 전화진료 행위가 의료법 제33조 제1항에 위배되는지의 여부였다.

의료법 제33조 제1항은 '의료인은 이 법에 따른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아니하고는 의료업을 할 수 없으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외에는 그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의료법이 의료인에 대해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영위하도록 한 것은 그렇지 않을 경우 의료의 질 저하와 적정 진료를 받을 환자의 권리 침해로 의료질서가 문란하게 된다"며 "국민의 보건위생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의료법 제34조 제1항은 '의료인은 제33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컴퓨터·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의료인이 원격지에서 행하는 의료행위를 예외조항으로 뒀지만, 이를 의료인 대 의료인의 행위로 제한적으로만 허용한 것이다.

특히 대법원은 현재의 의료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의료인이 원격으로 전화 진료를 행할 경우, 환자의 상태를 관찰해가며 행하는 일반적인 의료행위와 동일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환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의료기관에 설치된 시설과 장비 활용에 제약이 생겨 부적정한 의료행위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보건위생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를 종합하면 의료인이 전화를 통해 원격지에 있는 환자에게 행하는 의료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법 제33조 제1항에 위반되는 행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대법원은 이를 의료법 제33조 제1항, 제2항에서 정한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봤다.

환자의 요청으로 전화 진료를 했더라도 예외조항에 해당하지 않고, 의료법 제33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이라는 판단이다.

앞서 원심은 이 사건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고, 대법원 또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의료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전화진료 가능성 열어뒀던 종전 판결과 달라

"원칙적으로 비허용한다는 입장...더욱 후퇴했다"

법조계는 전화진료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준래 변호사(김준래 법률사무소, 법학박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종래의 대법원 판결과는 다른 입장으로 분석된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화진료는 안된다는 입장으로 더욱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3년 대법원은 의료법상 '직접 진찰'의 범위를 넓게 분석해, 비대면으로 이뤄진 경우에도 의사가 스스로 진찰했으면 직접 진찰을 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올해 5월 판결에서는 '진찰 행위가 전화 통화만으로 이뤄지는 경우에는 최소한 그 이전에 의사가 환자를 대면하고 진찰해 환자의 특성이나 상태 등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는 사정 등이 전제돼야 한다'며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판례에 대해 "전화진료를 해야 하는 특별한 사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보이며, 종전의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나 법제처 유권해석과 유사한 입장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2012년 헌재는 '직접 진찰은 대면진료를 의미한다'고 해석했고, 2015년 법제처도 '의사는 제33조 제1항에 따라 의료기관 내에서 환자를 직접 대면해 진료해야 한다'는 취지로 결정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최근 논의되는 원격의료와도 연관되는 판단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라며 "원격의료는 의료법령이 정하고 있는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인정되므로, 전화진료를 무한정 허용하는 것과는 상충되는 면이 있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한 판단으로도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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