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이어 기면증 등 전문 치료제 개발 도전
개발 동력 사라진 순환기·내분비 신약...작년도 희귀질환·항암제 개발 트렌드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신약 허가 경향은 향후 제약업계와 임상의학 분야 방향성의 바로미터가 된다. FDA의 허가 경향에 따라 R&D의 중심이 이동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FDA 약물평가연구센터(CDER)에 따르면 2019년 합성의약품 및 생물의약품 신약 48개가 허가 관문을 통과했다. 

FDA는 최근 5년(2015~2019년)간 220개의 신약을 허가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5년 45개, 2016년 22개, 2017년 46개, 2018년 59개, 2019년 48개 등이다. FDA의 신약 허가 경향을 보면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에 집중돼 있다는 게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는 글로벌 제약업계가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①FDA 허가 신약, 희귀질환 치료제 대세...항암제도 강세
②개발 도전 잇따르는 전문 치료제...내분비·순환기 신약 '감감'

 

전문 치료제 개발 도전…여성 분야도 주목

희귀질환 치료제와 항암제를 제외하면 전문 치료제 개발에 이목이 집중된다. 편두통, 기면증, 파킨슨병 치료제를 비롯해 여성질환 치료제도 상당수 FDA로부터 허가받았기 때문이다.

우선 편두통 치료제 분야는 새로운 약물이 매년 나오고 있다. 릴리는 2018년 FDA로부터 편두통 치료제 앰겔러티(갈카네주맙) 허가를 받은 데 이어 2019년에는 레이보우(라스미디탄)까지 허가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기면증에서는 2019년에만 수노시(솔리암페톨)와 와킥스(피톨리산트) 등 두 개의 약물이 허가받았다. 이중작용 도파민·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저해제(DNIR) 수노시는 국내 기업인 SK바이오팜과 재즈파마슈티컬스가 공동 개발한 기면증 신약으로, 성인 기면증 및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환자에게서 과도한 주간 졸림증을 치료하는 용도로 허가를 취득했다.

또 다른 주인공인 미국 하모니 바이오사이언스의 와킥스(피톨리산트)는 FDA로부터 기면증 환자의 과도한 주간 졸림증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FDA 승인으로 미국 마약단속국(DEA) 규제를 받지 않는 최초의 과도한 주간 졸림증 치료제가 됐다.

대표적 퇴행성 뇌질환 중 하나인 파킨슨병 치료제도 등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파킨슨병 치료제는 대부분 운동 증상만 조절 가능하며, 신경세포의 퇴행을 늦추거나 멈추게 할 수 있는 치료제는 없는 실정이다.

최근 5년간 FDA는 2종의 파킨슨병 치료제를 승인했다. 2017년 허가받은 뉴론파마의 자다고(사피나마이드)는 선택적 MAO-B 억제 기전으로, FDA가 10년 만에 새롭게 승인한 파킨슨병 치료제다. 자다고는 레보도파 혹은 카비도파가 잘 듣지 않는 파킨슨병 환자의 병용요법으로 사용 가능하다.

2019년에는 파킨슨병 증상을 보이는 성인 환자의 보조 치료제로 누리안츠(이스트라드파이린)가 승인받았다. 누리안츠는 오프 에피소드(off-episode)를 경험하는 성인 파킨슨병 환자에게 레보도파/카비도파와 병용되는 1일 1회 경구용 제제다. 누리안츠는 미국에서 파킨슨병 치료에 사용되는 유일한 아데노신 A2A 수용체 길항제로 이름을 올렸다. 

여성질환 치료제도 두각을 보였다. 여성 저활동성 성욕장애(HSDD) 치료 목적으로 개발된 바이리시(브레멜라노타이드)는 성기능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추신경계 멜라노코르틴 수용체에 작용, 성적 반응 및 욕구와 관련된 활성화 기전으로 효과를 낸다.

FDA는 최초로 산후우울증 치료제 줄레소(브렉사놀론)도 승인했다. 줄레소는 신속심사 및 혁신 치료제 지정을 거친 끝에 허가를 취득했다. 산후우울증은 자해감이나 자녀에게 상해를 입힐 충동까지 경험할 수 있는 중증질환의 일종이라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전문 치료제가 없는 분야인 만큼 제약사가 도전하려는 분야라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개발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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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기·내분비 분야 잠잠…바이오 신약 비중도 감소

이처럼 FDA의 신약 허가 경향이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로 이동한 데는 글로벌 빅파마들의 시선이 이미 전환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빅파마들은 과거의 성장동력이었던 만성질환 치료제 개발에 한계를 느끼고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 등 새로운 기전의 신약 개발에 몰두해왔다.

이는 FDA 허가 현황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최근 5년간 FDA로부터 신약 허가를 받은 순환기 약물은 2015년 8개, 2017년 2개, 2019년 1개로 총 11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2017년 허가 받은 약물도 혈압 상승제, 정맥혈전색전증 제제로 일반적인 만성질환에 사용하는 약물이 아니다.

이는 내분비질환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내분비질환의 대표격인 항당뇨병제는 2015년 3개, 2016년 1개, 2017년 5개, 2018년 1개였다.

이런 경향성은 2019년 허가 현황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순환기 약물 중 신약으로 허가된 약물은 폴드RX의 빈다켈(타파미디스메글루민) 단 하나다. 이 약물 역시 트랜스티레틴 매개성 아밀로이증 치료제로, 만성질환 신약이 아니다. 특히 항당뇨병제 중에서 FDA로부터 신약 허가를 받은 약물은 하나도 없었다.

글로벌 제약사 한 관계자는 "FDA 허가 경향성은 어떤 분야에 집중해야 하는지, 어떤 질환 치료제를 개발해야 하는지 등 신약 개발 트렌드와 밀접하다"며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하는 분야는 연구가 활발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항암제·희귀질환 치료제 허가 여전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을 겪는 지난해 FDA는 47건(2020년 12월 3일 기준)의 신약을 허가하면서 전년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주목할 부분은 치료제가 없는 희귀질환 영역에서 새로운 옵션이 대거 등장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FDA는 아이거바이오파마슈티컬이 개발한 휴킨슨 길포드 조로증 치료제 조킨비(로나파닙)를 허가했다. 조로증은 조기 노화와 사망을 유발하고 삶을 쇠약하게 만드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조킨비가 승인되기 전까지 조로증에 따른 합병증 치료법은 지지요법이 유일한 옵션이었다.

앨나일람파마슈티컬 옥슬루모(루마시란)는 온파트로(파티시란), 기브라리(기보시란)에 이어 원발성 옥살산뇨증의 세 번째 RNAi 치료제로 FDA 허가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20년 만에 비스타틴 계열 LDL-C 저하제가 등장했다. 허가 신약 대부분이 항암제나 희귀질환 치료제였는데 이상지질혈증 치료제가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에스페리온 테라퓨틱스 넥스레톨(벰페도익산)은 비스타틴 계열 LDL-C 저하제로,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HeFH) 또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환자의 LDL-C를 더 낮춰야 할 때 저콜레스테롤 식이요법 및 최대 용량 스타틴과 함께 1일 1회 경구투여 보조요법제로 사용 가능하다.

넥스레톨은 치료 중임에도 LDL-C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옵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커넥트클리니컬사이언스 문한림 대표는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기고문에서 "개발하려는 의학적 미충족 요구에 소아도 포함되는지, 주요 장기에 영향을 미칠 물리화학적 성상이 있는지 등을 감안해 될 수 있으면 넓은 대상을 환자 범위로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희귀암을 첫 번째 적응증으로 하는 경우 환자 수가 적어 상업화에서 도움을 받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FDA는 암을 포함한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장려하고 임상시험계획 승인과 허가신청 과정에서 여러 혜택을 주는 만큼 진지하게 고려해볼 만한 카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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