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허가 신약 중 희귀질환 비중 강세...글로벌 시장도 확대 추세
'환자 접근성 향상' 목표...다국적 기업, 희귀질환 혁신 치료제 선봬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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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매년 2월 마지막 날은 유럽희귀질환기구가 정한 세계 희귀질환의 날이다. 4년에 한 번씩 마지막 날이 29일로 끝나는 희귀성에 착안했다.

그동안 국내외 제약업계에서 희귀질환 치료제는 관심 밖 분야였다.

하지만 최근 정책적 지원과 제약기업들의 연구개발을 통해 이전까지 치료 옵션이 없었던 희귀질환에 대한 혁신 치료제가 등장하고 있다. 게다가 용법도 다양해지면서 '혁신'을 입고 넓고 편해지고 있다.

점유율 넓히는 희귀질환 약

희귀질환은 일반적으로 환자 수가 적어 질환과 관련한 정보가 부족해 진단이나 치료가 어려운 질환을 의미한다. 국가마다 희귀질환을 정의하는 기준에는 차이가 있지만,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희귀질환은 약 5000~8000종류로 보고된다.

사실 희귀질환 치료제는 제약사에게 관심 밖 영역이었지만 선진국들이 희귀난치성질환을 공공보건정책의 우선순위로 두기 시작한 1980년 이후부터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제약업계는 희귀의약품 시장이 성장하게 된 요인으로 △시장 독점권 부여 △개발 과정에서의 혜택 △희귀질환 환자 수 증가 등을 꼽는다.

전 세계 희귀의약품 시장 규모는 1449억달러(약 176조원, 2019년 기준)로, 이후 연평균 9%씩 성장해 2024년 2230억달러(약 262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추세는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총 23개의 성분이 신약으로 허가를 받았는데, 이 중 희귀질환약이 8개를 차지했다. 전체 허가 신약 3개 중 1개는 희귀질환약이었던 셈이다.

자세히 보면 작년 상반기에는 아스텔라스 성인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조스타파, 로슈 소아 고형암 치료제 로즐리트렉, 한독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치료제 울토미리스가 허가를 받았다.

노바티스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루타테라, 한독테바 헌팅톤 무도병 치료제 오스테도, 쿄와기린 저인산혈증성 구루병 치료제 크리스비타, 로슈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에브리스디, 미쓰시비다나베 성인 기면증 치료제 와킥스 등은 하반기 허가됐다.

'혁신' 내세워 글로벌 시장 주도하는 빅파마

글로벌 시장에서는 로슈, 세엘진, 존슨앤존슨 등 빅파마를 주축으로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데이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희귀약으로 지정된 의약품 매출은 로슈가 400억달러로 1위를 유지하고 애브비, 존슨앤존슨이 각각 300억달러 규모로 시장을 리딩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외에 아스트라제네카(19.7%), 사노피(16.1%), 다케다(14.9%), 머크(11.4%) 등이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실제 질환별로 보면 글로벌 시장에서 희귀의약품 R&D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분야는 항암제다. 암 치료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높고, 발병 기전과 증상이 세분화돼있어 환자 수가 적은 틈새 적응증이 많은 게 이유다.

희귀암 치료제 시장은 2018년 587억달러로 전체 시장의 43.7%를 차지했고 2024년 997억달러로 성장해 시장 점유율은 44.7%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기도 한다.

다만, 주목할 부분은 복용 편의성 향상을 통해 환자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전신이 마비되는 희귀근육병인 척수성 근위축증은 치료제가 전무했지만 2016년 스핀라자(성분명 뉴시너센)가 개발되면서 새로운 치료 옵션이 생겼다. 유일한 치료 옵션이었던 스핀라자는 척수강 주사법으로, 환자들에게 부담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 허가를 받은 로슈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에브리스디(리스디플람)는 최초의 경구제로 개발, 허가됐다.

에브리스디의 가치는 편의성 향상에서 나온다.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는 척추를 지탱하는 근육 약화로 척추측만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데 이들에게 주사를 통해 약물을 주입하는 치료에 제한이 있다. 또 1일 1회 직접 복용하면 되는 만큼 입원과 통원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효능효과도 입증했다. FIREFISH part2, SUNFISH part2 임상3상 연구 결과, 에브리스디 투여군은 치료 12개월차에 위약군 대비 운동기능평가척도(MFM-32) 점수가 평균 1.55점 개선됐다(P=0.0156). 연령별로는 2~5세 환자(에브리스디군 78.1% vs 위약군 52.9%)에서 MFM-32 점수가 평균 3점 이상 증가한 비율이 가장 컸다. 

국내 허가를 앞둔 시신경 척수염 치료제 엔스프링(스트랄리주맙)은 인터루킨(IL)-6 수용체를 표적하는 기전으로, 시신경척수염 범주 질환 신약 중 유일하게 피하주사 방식으로 편의성을 높였다.

또 FcRc 매개로 반감기를 늘리는 기술(recycling antibody)을 적용, 4주에 1회 약물을 투여하는 것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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