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비질이 깬 프로비질 독점 시장...신약 '와킥스' 국내 등장으로 경쟁 돌입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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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국내 기면증 치료제 시장 판도 변화가 임박했다.

2018년 누비질(성분명 아모다피닐)이 등장하면서 프로비질(모다피닐)이 16년 동안 독식해 온 국내 시장에 틈이 생겼고, 최근에는 기면증 치료 신약 와킥스(피톨리산트)가 국내 허가를 획득하면서 신규 옵션 처방권 경쟁이 펼쳐진 것이다.
 

독점 깨진 기면증 치료제 시장

2002년부터 이어온 프로비질 독점 시장은 이성질체를 주성분으로 한 누비질이 16년만에 등장하면서 깨졌다.

이 때문에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었던 상황에서 처방옵션 경쟁이 생기면서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 기면증 시장에 관심이 집중됐다.

기면증 분야 처방옵션 경쟁은 누비질이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허가를 받고 1년여 만에 급여등재 되면서 본격화됐다.

그 이전까지 국내에서 처방 가능한 기면증 치료제는 프로비질과 제네릭 의약품 모다닐 뿐이었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 제제도 기면증 치료에 일부 처방됐지만, 시장의 80%는 모다피닐 성분이 차지한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누비질은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허가를 받고 1년여 만에 급여등재되면서 틈이 발생한 것이다.

누비질과 프로비질은 복용법은 동일하다. 하지만 누비질이 다른 이성질체를 사용하면서 반감기에서 차이를 보인다.

프로비질은 도파민재흡수억제제(DRI)로, 혈관을 확장하는 히스타민과 각성 상태를 유도하는 오렉신(Orexin)의 활동을 촉진하는 기전이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에서는 기면증 치료 목적으로만 사용된다.

각성제의 특성상 의존이나 남용 가능성이 있고, 1% 이내로 매우 드물게 중추신경계 흥분, 정신질환, 혈액 및 림프계 이상 발생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누비질은 프로비질의 주성분인 모다피닐의 두 가지 이성질체인 R-모다피닐과 S-모다피닐 중 R-모다피닐에 속하는 아모다피닐을 주성분으로 한다.

이에 따라 프로비질 대비 약효 지속시간을 개선한 게 특징이다. R-모다피닐은 10~15시간의 반감기로, 3~4시간의 반감기를 가진 S-모다피닐에 비해 길다.

때문에 하루 한 번 아침에 복용하는 방법은 갖지만, 누비질의 약물 반감기가 더 긴 만큼 일상생활 유지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낮 동안 깨어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각성유지검사(MWT)에서도 누비질 150mg/250mg 복용군의 수면잠복기는 기저치 대비 각각 1.3분, 2.6분 증가했지만 위약군은 1.9분 줄었다.

 

새롭게 등장하는 신약...치열해진 처방옵션 경쟁

이런 가운데 국내에 모다피닐 계열이 아닌 새로운 기전의 신약이 허가받으면서 처방옵션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 미쓰비시다나베는 식약처로부터 기면증 신약 와킥스(피톨리산트)의 허가를 획득했다.

와킥스는 탈력발작(cataplexy)을 동반하거나 동반하지 않은 성인 기면증 치료에 효능효과를 갖는다.

와킥스의 주성분인 피톨리산트는 히스타민3 수용체에 결합해 길항제, 역작용제 작용을 하는 새로운 기전이다.

피톨리산트를 투여하면 히스타민 합성과 분비를 막고 있던 히스타민3 수용체가 억제된다. 이 때문에 시냅스의 히스타민 양이 늘어나게 된다.

이전보다 많은 양의 히스타민에 노출돼 활성이 높아진 히스타민 신경세포는 뇌가 깨어있을 수 있도록 각성상태를 유지하고 탈력발작이 나타나는 걸 막는 것이다.

와킥스는 HARMONY1, HARMONY 1bis 등 2건의 임상 3상을 통해 허가를 획득했다.

HARMONY1 연구 결과, 와킥스 투여군의 주간 졸림증 평가척도(ESS)는 5.8점 감소하면서 위약군(-3.4점) 대비 우월했다(95% CI, -5.6~-0.4, P=0.024).

모다피닐 투여군의 경우 ESS가 6.9점 감소했지만 와킥스 투여군이 열등하진 않았다(95% CI, -2.5~2.7, P=0.250).

HARMONY 1bis 연구에서도 와킥스 투여군의 ESS 감소 폭은 18.3점에서 13.3점으로 감소, 18.3점에서 15.5점으로 줄어든 위약군보다 폭이 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면증은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돼 있지만 향후 반감기 연장 등 복용 편의성 개선과 효과를 높인 치료제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며 "다양한 기전의 신약이 개발, 출시를 앞둔 만큼 시장에서의 처방옵션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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