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스프라바토 나잘스프레이 출시 기자간담회' 개최
국내 비급여로 환자 100% 치료 비용 부담해야…의료기관 모니터링 문제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우울증 분야에서 30년 만에 처음 등장한 새로운 기전의 신약인 얀센의 스프라바토 나잘스프레이(성분명 에스케타민염산염, 이하 스프라바토)가 국내 임상에서 자리 잡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적잖아 보인다.

최소 2가지 이상의 경구용 항우울제에 적절하지 반응하지 않는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에게 스프라바토가 새로운 치료옵션이 될 수 있지만, 고가의 비용과 환자 모니터링 등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대한정신약물학회 이상열 이사장은 17일 서울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스프라바토 나잘스프레이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우울증의 초기치료를 위한 전략'에 대해 강연했다.
▲대한정신약물학회 이상열 이사장은 17일 서울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스프라바토 나잘스프레이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우울증의 초기치료를 위한 전략'을 주제로 강연했다.

한국얀센은 17일 서울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스프라바토 나잘스프레이 출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비강 분무용 치료제인 스프라바토는 지난해 3월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치료 저항성 우울증 성인 환자에 대해 경구용 항우울제와 병용할 수 있다고 승인받았다.

국내에서는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최소 2가지 이상의 다른 경구용 항우울제에 적절히 반응하지 않는 성인의 중등도에서 중증의 주요 우울장애 치료로 경구용 항우울제와 병용하는 용법으로 허가받았다.

외국 3000달러...국내에선 비급여 출시

먼저 스프라바토가 가진 한계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고가의 치료 비용이다. 

전 세계적으로 스프라바토 클리닉을 운영하는 캐나다 CRTCE(Canadian Rapid Treatment Center of Excellence) 클리닉에서는 2주에 4회 스프라바토를 투여하는데 약 3000달러(한화 357만원)가 필요할 정도로 비용이 비싸다. 

현재 국내에서 스프라바토는 비급여로 출시됐다. 즉 의료기관에서 스프라바토의 가격을 결정하며 환자가 100% 치료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한국얀센 신경정신사업부 정보선 이사는 "우리나라의 약가시스템에서 비교약제는 기존 경구용 항우울제로 돼 있어, 스프라바토의 임상적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약가시스템 상 불리한 실정"이라며 "현재 환자가 100% 치료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급여가 적용되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한정신약물학회 이상열 이사장(원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약제 급여등재에 관한 논의를 했었다. 그런데 신체질환 관련 고가의 치료제는 모두 허가해주는데 정신질환 치료제는 한 알당 1000원 정도인 선택적 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와 비교해 약가를 낮추려고 한다"면서 "국내 우울증 환자가 많고 환자들이 겪는 고통을 고려해 스프라바토가 급여등재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고가의 비용 문제 때문에 환자가 치료를 중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스프라바토는 치료 1일 차 56mg 투여 후 유도기(투여 1~4주차)까지 56mg 또는 84mg을 주 2회 투여하며, 유도기가 끝난 시점에 치료 유익성을 평가해 치료 지속유무를 결정한다. 이와 함께 유지기 중 투여 5~8주 차에는 주 1회씩 56mg 또는 84mg을 투여하며, 9주차 이후에는 1주 또는 2주 간격으로 56mg 또는 84mg을 투여해야 한다. 

한국얀센 의학부 고민정 상무는 "비용 때문에 치료 효과를 느껴도 중단하는 환자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치료제를 중단했을 때 심리적 또는 신체적 의존현상이 나타났는지 분석한 연구에서 금단증상은 없었고, 실제 처방한 의료진에 따르면 치료 중단 후에도 우울증상 재발 없이 효과가 유지된다고 한다. 앞으로 이와 관련한 데이터가 더 모여야 치료 중단 시 우려할 점과 대안 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모니터링 위한 제반시설 갖춘 의료기관에서 치료 가능

환자 모니터링에 대한 문제점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스프라바토는 해리증상, 어지러움, 메스꺼움, 졸음, 혈압상승 등의 이상반응이 보고된다.

이에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는 의료기관에서 의료전문가의 감독하에 스프라바토를 직접투여해야 하고, 의료전문가는 환자가 임상적으로 안정되고 의료기관을 떠날 준비가 될 때까지 환자를 최소 2시간 동안 모니터링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환자 모니터링에 대한 수가가 따로 책정되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스프라바토 처방 후 환자 모니터링에 대한 수가는 아직 없다"면서 "그러나 임상가 입장에서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가 느끼는 고통을 생각한다면 스프라바토 처방을 충분히 시도해볼 만 하다"고 밝혔다. 

모니터링을 위한 제반시설을 갖춘 의료기관에서만 치료가 가능하다는 문제점도 있다. 

정 이사는 "스프라바토 투약 후 환자 모니터링이 필수이기에 이를 위한 제반시설이 준비된 곳에서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며 "모든 의원에서 스프라바토 처방이 가능하진 않겠지만,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정신과 전문병원에서 전문 의료진 감독하에 환자를 모니터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환자가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시간부터 모니터링 완료까지 시간을 고려하면, 외래환자는 정기적으로 의료기관에 내원해 스프라바토 치료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이사장은 "입원환자에게 스프라바토를 투약하는 것이 가장 편할 수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기존 항우울제로 우울증상이 개선되지 않고 고통을 느끼는 외래환자라면, 다른 대안 없이 잔류증상을 유지하고 삶의 질이 저하된 채 진료를 받을 것인지 혹은 입원해서 새로운 치료를 투약할 것인지는 환자가 선택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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