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난 13년간 국가별 신약개발 효율성 비교 결과에서 증가율만은 수준급
개발 효율성 수치는 강국에 비해 절대적으로 낮아 FDA 신약 허가 전환에 난항
개방형 혁신 활성화와 인재확보 통해 개발단계 효율성 향상 가장 시급한 숙제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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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신약 연구개발의 효율성이 점차 좋아졌지만, 신약개발 강국에는 아직 명함을 내밀지 못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 10여년간 여러 차례 제약바이오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했으나, 여전히 다른 선도국에 비해 높은 경쟁우위를 가지지 못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진단된 것.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협동과정 기술경영경제정책 전공 박하영 교수는 최근 '제약바이오산업 혁신 효율성 국가 비교 연구'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산업은 신약개발 연구비나 논문 및 특허 수에서 상당한 개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18년 기준으로 신약개발 최종 산출물인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임상시험과 허가 신약 수의 합계에서 OECD 20개 국가 중 11위다.

이어 신약개발 연구 효율성은 7위, 개발 효율성은 11위, 전반적 효율성은 10위에 머무르고 있다.

이번 분석은 OECD 20개 국가의 제약바이오산업 연구개발 투입 및 산출에 대한 2001~2018년 자료를 이용해 메타효율변경분석(Meta-frontier analysis)을 적용한 연구 및 개발의 2단계 네트워크 자료포락분석(Data envelope analysis, DEA)으로 수행됐다.

DEA 분석에서 연구개발 투입요소가 중간 산출물로 전환되기까지, 중간 산출물이 최종 산출물로 전환되기까지 각각 2년과 3년 총 5년의 시차가 있는 것으로 가정했다.

또한 DEA 분석과 함께 연구대상 기간 중 국가별 연구 및 개발 효율성의 연평균 증감률 분석을 통해서 효율성의 증감 추세와 패턴도 파악했다.
 

美, 모든 지표에서 OECD 20개국 중 압도적 성과
그 뒤를 영국·스위스·일본·프랑스 등이 잇고 있어

총 13년(2006~2018년)의 신약개발 효율성을 분석한 결과 OECD 20개국 중 미국이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은 투입요소와 중간 및 최종 산출물 지표 모두에서 분석개상 13년간 자료의 평균과 합이 가장 컸으며, 특히 최종 산출물 지표인 임상시험 수와 허가 신약 수 합계의 76.86%(2만 4378건)와 69.64%(954건)가 미국 국적의 기관에서 등록한 것이었다.

국가별 분석기간 신약개발 투입 및 산출변수 통계(2006~2018년) 

미국 다음으로 혁신성과가 큰 3개국은 영국(1689건, 5.32%; 130건, 9.49%), 스위스(1546건, 4.87%; 28건, 2.04%), 일본(1106건, 3.49%; 37건, 2.7%)이다.

논문 수에서도 미국이 13년동안 총 4만 4468편(34.49%)을 발표해서 가장 많았고, 그 다음 3개국은 영국 1만 4780편(11.46%), 일본 1만 2180편(9.45%), 독일 1만 943편(8.49%)으로 확인됐다.

특허 수 합계도 미국이 1만 7624건(50.35%)으로 20개국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덴마크 3406건(9.73%), 일본 3078건(8.79%), 프랑스 2004건(5.73%)이 각각 2, 3, 4위에 랭크됐다.

13년동안의 연구개발비 합계의 경우 미국이 4822억 5600만PPP(구매력평가지수)달러(60.14%)로 20개국의 절반 이상을 지출했고, 그 뒤를 일본 1241억 7800만PPP달러(15.49%), 독일 535억 9500만PPP달러(6.68%), 스위스 352억 1800만PPP달러(4.39%)가 잇고 있다.

연간 연구개발 인력 합계는 미국(371만 1000명, 30.69%), 일본(152만 9000명, 12.65), 독일(150만 6000명, 12.46%), 프랑스(65만 7000명, 5.43%) 순이다.

반면, 한국은 △승인 임상시험 수 107건(0.34%) △허가 신약 수 6건(0.44%) △논문 수 4650건(3.61%) △특허 수 679건(1.94%) △연구개발비 지출액 92억 200만PPP달러(1.15%) △연구개발 인력 51만 6000명(4.27%)에 불과하다.  

즉, 한국은 모든 수치에서 상위권은커녕 중하위권 그룹에도 겨우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 국가, 연구 효율성이 개발 효율성보다 높아 
전 세계적으로 개발 단계에서의 효율성 문제 경험

메타효율변경분석을 연도별 자료에 적용한 2단계 DEA 결과를 국가별로 정리, 신약개발의 전반적 효율성의 평균이 높은 순서로 분류하면 아일랜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신약개발 연구 효율성이 개발 효율성보다 높았다.

영국, 덴마크, 일본을 제외한 연구대상 17개국에서 연구기간 중에 연구 효율성이 증가 추세를 보였던 반면, 개발 효율성은 11개국에서 감소 추세를 보여 결과적으로 아일랜드, 영국, 스위스, 프랑스, 일본, 벨기에의 전반적 효율성은 감소세를 나타냈다.

연구 및 개발의 2단계 혁신 효율성 분석모형
연구 및 개발의 2단계 혁신 효율성 분석모형

이는 기존의 제약바이오산업 선진국들도 연구단계(신약물질의 발견과 논문 게재 및 특허 출원 등) 이후, 개발단계(FDA에서 IND 승인 신청을 하는 단계까지의 동물실험과 임상시험 및 신약 허가 등)에서 효율성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OECD 20개국 중 주요 8개국(미국, 영국, 스위스, 일본, 독일, 아일랜드, 한국)의 신약개발 연구·개발·전반적 효율성을 살펴보면 변화 패턴에 따라 크게 5개 그룹으로 나뉜다.

첫 번째로 혁신성과(연구대상 기간 중 승인 임상시험 수와 허가 신약 수의 합) 1위인 미국은 2위인 영국의 14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최종 산출물 우위(미국 2만 5332건, 영국 1819건)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투입요소의 규모 자체도 컸다.

미국의 이 같은 우위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높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개발 효율성과 이에 따라 덩달아 높아진 전반적 효율성에 기인했다.

두 번째 그룹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투입요소로 높은 혁신성과를 내는 영국과 아일랜드로, 영국은 연구 효율성(평균 0.91)에서, 아일랜드는 개발 효율성(평균 0.65)에서 각각 연구대상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국가별 분석기간 평균 신약개발 효율성 및 연평균 증감률(2006~2018년)

세 번째 그룹이 일본과 독일로,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투입요소에 비해 신약개발 효율성이 낮은 특징을 지녔다.

두 국가 모두에서 연구 효율성 평균은 0.2 수준, 개발 효율성 평균은 0.07 수준으로 높지 않았고 낮은 개발 효율성이 전반적인 효율성을 낮추고 있었다.

실제로 연구대상 기간 중에 개발 효율성의 연평균 증감률은 독일 -2.0%, 일본 -2.3%였다.

네 번째가 중간규모 정도의 투입요소로 상대적으로 높은 혁신성과를 내고 있는 작은 제약 강국 스위스다. 

스위스는 임상시험 수와 신약 수의 합이 1574건으로 혁신성과 2위인 영국 다음으로 높았으며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개발 효율성과 연구 효율성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했다.

마지막 다섯 번째 그룹에 네덜란드와 함께 한국이 포함됐다.

이 두 국가에서는 연구 및 개발 효율성과 더불어 전반적 효율성이 연평균 10% 안팎의 증가를 보였으며 한국에서는 연구 효율성, 네덜란드에서는 개발 효율성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전반적 효율성 개선에도 FDA 신약 허가 전환 어려움
개방형 혁신 활성화와 인재확보 등 가장 시급한 숙제

결국, 2010년 전후로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진 제약바이오산업의 혁신 생산성 저하는 연구단계보다는 개발단계에서의 생산성 저하 때문이며, 생산성 저하 현상도 국가 그룹별로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신약개발 효율성은 연구대상 기간 동안 연구·개발·전반적 효율성 모두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개발 효율성이 절대적으로 낮아서(2018년 기준 미국 전반적 효율성 0.18 대비 한국 전반적 효율성 0.02) 투입요소와 중간 산출물의 규모가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음에도 이를 임상시험과 최종 산출물인 FDA 허가 신약으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연구원(사진제공: SK바이오사이언스),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SK바이오사이언스의 연구원(사진제공: SK바이오사이언스),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이와 관련 박하영 교수는 "제약바이오산업이 국가 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개방형 혁신 활성화 관련 인재확보로 개발역량 확충과 이를 통한 개발단계 효율성 향상이 가장 시급하다"며 "질 좋은 신약물질의 개발단계로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 제약바이오기업과 대학, 공공연구소의 제휴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교수는 이어 "일부 제약바이오산업 선진국들이 경험하고 있는 혁신 생산성 저하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 기업들의 규모가 크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신약개발 연구 및 개발단계 효율성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자료는 국가별·연도별로 수집됐으며 투입요소인 연구개발비 지출액과 연구개발 인력은 각각 OECD ANBERD(Analytical business enterprise R&D), STAN(Structural analysis) 데이터베이스를, 중간산출물인 논문 수와 특허 수는 각각 Scopus와 Wipson 통계를, 최종 산출물인 승인 임상시험 수와 허가 신약 수는 각각 미국 FDA ClinicalTrials.gov, NDA(New drug application)/BLA(Biological license application) 정보를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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