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부의 감염병 대응 역할 확대
감염병 위기 경보 ‘심각’ 단계 격상…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설치
복지부 복수차관제 도입 질병관리본부 ‘청’ 승격 등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한 2020년 경자년(庚子年)의 해가 저물고 있다. 올해 초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코로나19(COVID-19) 감염병 확산은 전 세계를 혼란과 공포에 빠트렸고, 코로나19 감염 확산세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행히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내년 상반기부터는 백신 투약이 가능해져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 것이라는 희망도 보이고 있다. 2020년 보건의료정책은 코로나19 블랙홀에 빠져 추진되던 정책들이 지연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1년간 보건복지부의 복수차관제 도입과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 등 정부의 역할과 기능은 확대됐지만 성과는 아직 미지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의료계와의 갈등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지난 1월 20일 국내로 상륙했다. 중국 우한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던 중국 여성이 발열증세를 보여 인천의료원에 격리됐고, 국내에서 코로나19 1호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어 1월 24일 55세 내국인 남성이 2번 확진자가 되면서 국내에 본격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게 됐다. 

정부는 1월 27일 보건복지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범부처 대응에 들어갔다.

의료계도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 비상대응본부를 가동하면서 대국민 정보제공과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 등과 방역 및 진료 업무연계를 수행했다. 하지만 보건당국의 감염병 대응 방식의 폐쇄적 행정을 비판하면서 메르스 사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정상적인 위기관리 소통 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제기했다.

서울대병원 정문 입구에서 병원 관계자가 방문객들의 문진표 작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

정부는 대구 신천지 사태로 인한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라 감염병 위기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하고,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범부처 대응 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했다. 감염병 위기 경보 심각 단계 격상은 2009년 신종플루 이후 2번째로 11년 만의 일이었다.

정부는 코로나19 지역 내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도입해 대구 신천지 사태 이후 확산 급증세를 어느 정도 진정시켰다. 코로나19 발발 3개월간 생명을 담보로 코로나19 방역과 진료에 전념한 의료진에 대한 국민 여론은 이익단체로서의 부정적 인식에서 감사함의 대상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됐다.

정부와 국민은 '고맙습니다',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을 통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운영 및 병실 폐쇄 등으로 손실을 본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 범위를 지난 메르스 사태보다 넓은 방향으로 검토할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기대만큼의 보상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방역시스템 강화 위한 질본의 청 승격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세계 표준이 된 K-방역과 방역시스템 강화, 공공보건의료 체계 및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질본을 청으로 승격하고, 복지부의 복수차관제 도입을 공식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더욱 강화하고 전문 인력을 확충해 지역체계도 구축해 지역의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겠다"며 "공공보건의료 체계와 감염병 대응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가 동의한다면 복지부 복수차관제를 도입하고 감염병 전문병원과 국립 감염병연구소 설립도 추진하는 등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 K-방역을 보강해 방역 1등 국가가 되겠다"고 부연했다.

이후, 지난 6월 질본 청 승격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된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질본의 감염병 대응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고 인력과 예산을 확충해 역량을 보다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조직 개편은 복잡한 논의를 거쳐야 가능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질병관리청 승격과 기능 독립은 공론화부터 법안 제출까지 40여 일이 걸리지 않을 정도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청으로 승격된 질병관리청은 감염병 관련 기능 수행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감염병 감시부터 조사·분석, 위기대응 및 예방까지 전주기를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질병관리청의 첫 임무는 역시 코로나19 재확산 억제를 위한 방역 대응력 강화다. 이에 역학조사관 역량개발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정원을 확충했으며, 코로나19 완전 극복을 위한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국민의 신뢰와 기대에 부응해 코로나19 극복을 최우선과제로 삼겠다"며 "앞으로 감염병부터 만성질환까지 국민 건강안전의 전반을 아우르면서 든든하게 지켜나가는 전문적이고 혁신적인 행정기관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한 바 있다.

질본의 청 승격과 함께 복지부의 숙원사업이었던 복수차관제도 이번 코로나19가 가져온 복지부의 호재 중 하나다. 복지부는 10년 전부터 복수차관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의료계와 국회는 복지부가 보건의료와 사회복지라는 두 분야를 함께 담당하고 있지만 두 분야의 업무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업무 간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1장관-1차관제로는 의사결정의 병목현상이 가중돼 다양하고 복잡한 보건의료 관련 정책에 적절히 대응하고 정책의 질을 향상시키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교육부 다음으로 많은 예산 규모를 자랑하고 있으며, 소관법령도 310여 개가 넘는다. 차관 1인은 보건 12개, 복지 7개 등 총 19개의 정부위원회 당연직 위원장을 맡고 있다. 또 다수의 부처가 업무 효율성 향상을 위해 복수차관제를 운영하는 만큼 복지부도 보건의료 분야 전문 차관을 도입해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2015년 메르스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복지부의 복수차관제 필요성이 더욱 강하게 요구됐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복수차관이 됐지만 보건분야 전문가가 아닌 행정가가 차관이 되면서 실질적인 보건분야 전문성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 질병청과 복수차관의 성과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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