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콜린 임상 재평가 실시...유효성 입증 못하면 급여삭제 가능성↑
국정감사서 콜린 약효 인정한 식약처...제약업계, 대책 모색 중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급여 재평가를 논의했던 지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모습.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에 대한 임상 재평가를 결정하면서 제약업계가 난감한 모습이다.

특히 식약처는 모든 적응증에 대한 재평가를 추진,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급여 삭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식약처 "모든 적응증에 재평가"

식약처는 23일 허가받은 효능·효과 모두에 대한 콜린알포세레이트 임상재평가를 공시했다. 

이에 따라 △뇌혈관 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 △감정 및 행동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 등 3개 적응증 모두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한다. 

일부 효능·효과에 대한 임상시험만 진행할 경우 허가사항은 변경되며, 오는 12월 23일까지 임상시험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다만, 신규 업체가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품목허가를 받고자 하는 경우 임상시험계획서를 포함한 재평가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만일 12월 23일까지 임상시험계획서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행정처분 조치되며, 정기적으로 임상시험 진행 경과를 보고하지 않거나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에도 행정처분 조치가 취해진다.

 

임상 자료 없는 난감한 제약업계

식약처의 이 같은 결정에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를 갖고 있는 제약사들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임상 자료를 확보한 업체는 대조약인 글리아티린을 갖고 있었던 대웅제약과 종근당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 나머지 제약사는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임상적 효용을 평가할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임상 자료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허가 당시 식약처에 제출한 새로울 게 없는 자료로, 재평가를 위한 임상시험에 난항을 겪는 것이다.

이에 제약업계는 대책 모색에 분주하다. 업계에 따르면 약 100여곳의 제약사 실무진들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긴급 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는 임상재평가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재평가를 위한 임상을 진행하지 않는다면 급여삭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적응증을 취사선택하자는 분위기다. 

실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2018년 품목허가가 갱신됐다. 식약처가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안전성과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품목허가가 갱신됐지만, 식약처가 재평가를 결정한 만큼 이를 위한 임상을 하지 않을 순 없을 것"이라며 "3개의 적응증 가운데 치매를 중심으로 한 재평가 임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게다가 재평가를 위한 임상을 독자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만큼 공동임상도 하나의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대웅바이오 글리아타민이 916억원(유비스트 기준), 종근당 글리아티린 723억원 등 두 품목이 시장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이들을 중심으로 공동임상이 진행될 것이란 분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매출에 비례해 임상에 투입된 비용을 분담하는 공동임상을 진행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매출이 아주 적은 곳을 제외하고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를 갖고 있는 제약사 대다수는 공동임상에 참여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임상 실패하면 '크리티컬' 타격...식약처 지적 목소리도

업계는 재평가 임상에 실패할 경우 큰 손실을 우려하기도 한다.비용을 지출하며 임상을 새롭게 진행했지만,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해 적응증이 삭제된다면 판매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매출은 지난해 3525억원이다. 이 가운데 급여가 유지되는 치매 영역은 603억원으로 17%에 달한다. 이마저도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다.

A제약사 관계자는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온다면 치매 관련 적응증마저 급여에서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며 "비용은 비용대로 지출하면서 시장 퇴출을 맞이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식약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식약처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약효가 있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의 급여 축소 발표에 앞뒤가 다른 정책을 펼친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국감에서 식약처 이의경 처장은 전문의약품은 임상 자료가 있고, 8개 국가에서 허가 사례가 있다면 허가를 내주는 규정에 부합하다며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허가 갱신 사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B제약사 관계자는 "품목허가 갱신 당시와 달라진 게 없음에도 복지부와 심평원의 결정에 자신들의 판단을 뒤집은 정책을 내놨다"며 "식약처 스스로 자신들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비전문가 조직이 된 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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