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25일 발표, 사실상 학사 유연화 조치와 국가고시 추가
특혜' 반발 목소리 커져, 기복귀자와 복귀 예정자 간 역차별 우려도
본과 3~4학년 졸업 두고 정부·의총협 vs KAMC 입장 차 진통 후문도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정부가 의과대학 학생들의 복귀를 위해 사실상 학사 유연화와 의사 국가시험(국시) 추가 기회를 부여하자, 의료교육 정상화를 둘러싼 특혜 논란과 학내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교수들 사이에서는 의학교육 질 저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총협이 교육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속도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과대학 총장들의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는 지난 25일 교육부에 복귀 방안을 제출했고,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예과 1·2학년은 한 학년으로 묶어 내년 3월에 2학년으로 진급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본과 1, 2학년은 올해 1학기부터 수업을 들은 기복귀생과 동일하게 각각 2030년과 2029년 2월에 졸업한다. 이를 위해 1학기 미이수 학점은 방학 중 계절학기 등을 활용해 이수하도록 했다.
관건이 됐던 본과 3학년 졸업은 2027년 2월 또는 8월 졸업을 각 대학이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본과 4학년은 기복귀생과 구별해 8월에 졸업하게 하되, 별도 국시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의사 면허 취득 경로를 마련했다.
이 같은 복귀생의 학사일정을 위해 대학들은 학칙 개정에 나서고 있으며, 일부 대학은 8월부터 특별학기를 개설했다.
하지만 이는 실질적으로 유급과 제적 등의 학사처분을 무력화하는 결과를 낳았고, 이에 대한 반발 여론도 커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재명 정부는 의대 증원 정책을 정치적으로 공격하며 의대생 학사 유연화와 전공의 수련 특혜 등 의사 지키기에 열과 성의를 다하고 있다"며 "국민이 느낄 배신감과 절망을 생각한다면 특혜 제공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복귀자와 복귀예정자, 의대생과 비의대생 갈등
기복귀자와 복귀예정자 간의 갈등도 교육 정상화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본과 4학년을 제외하고 기복귀자와 복귀예정자의 졸업이 동일하게 진행되면서 사실상 기복귀자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일부 복귀예정 학생들이 먼저 복귀한 학생들을 '감귤'이라 부르며 온라인 상에서 신상을 공개하고 조롱하는 사례가 여러차례 보고된 바 있어, 이들을 격리하지 않고 학사를 진행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교육부는 지난 10일 의대생 및 의사전문 온라인 사이트 '메디스태프'에 기복귀생을 대상으로 보복을 예고하는 글이 올라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몇몇 대학은 '괴롭힘 금지 서약서'를 받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실효성 의문은 여전하다.
의총협은 "이미 교육받고 있는 학생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고, 교육부도 복귀생보다 기복귀생 보호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보호조치는 드러나지 않았다.
교내 갈등은 의대 내부에 국한되지 않는다. 타과 학생들의 불만도 심화되고 있다.
차의과대학교의 비의대생 300여명은 지난 18일 공동 성명을 내고 "의대생 대상 과도한 학사 유연화는 명백한 차별"이라며 "학사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집단 휴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의대생들은 특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지방 의대생 A씨는 "수업을 늘려서 듣는 대신 졸업 시점을 당기는 조기졸업의 제도가 의대에는 없었다"며 "이번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 예외적으로 다른 과처럼 조기졸업제를 적용해 달라는 것인데 이를 특혜로 모는 것은 억울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수도권 의대생 B씨는 "필수 임상 실습 주수는 52주인데, 보통 본과 3학년에 실습 교육을 많이하고 국시준비를 하는 4학년은 실습교육을 적게 받는다"며 "이를 조절하면 충분히 교육의 질 저하 없이 졸업을 당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수들 의대교육의 질 저하 우려 "여건 안 된다"
그러나 의대 교수들 사이에는 의대교육의 질 저하를 피할 수 없다는 토로가 나온다. 예과 더블링 인원에 대응하기에는 현재 의대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 의대의 경우 교수 인력 부족 문제 심화도 겹친 상황이다.
한 지방 의대 C교수는 "전문의 중심으로 체제를 전환하면서 수도권 대학병원에서 지방 의대교수를 다수 흡수해갔다"며 "모 대학의 한 진료과는 4명의 교수 중 1명만 남은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실습이 진행되는 본과는 더욱 문제다. 실습 일정은 1년 단위로 짜야하는 데 갑작스럽게 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전공의 집단 사직 후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대학병원 교수들의 부담 가중도 문제다.
수도권 대학병원 D교수는 "많은 요소를 고려해 커리큘럼이 구성되는데, 이를 갑자기 변경하면 실습 내용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대학이 본과 3학년 3월 졸업을 시도할 경우, 교수들의 업무에 심각한 부하가 걸려 결국 제대로 가르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발표 역시 의대교육 부실화 문제를 우려한 의대 학장단의 의견으로 원안에 비해 교육 기간이 연장됐다는 후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애초 교육부가 전날인 24일 의대교육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려 했으나. 의총협은 본과 3학년 2월 졸업 의견이 우세했고,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에서는 8월 졸업의 의견이 많아 일치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결국 3학년 졸업은 각 대학의 여건에 맞춰 결정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는 수업 정상화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교육부는 "학생이 복귀하지 않으면 24, 25, 26학번이 중첩돼 학사 일정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며 조속한 복귀와 수업 재개를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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