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 "조기 복귀생 보호 위한 불가피한 선택"
학생·학부모 "낙인 효과로 갈등만 키워"

서울 모 대학병원의 실습 의대생
서울 모 대학병원의 실습 의대생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전국 의과대학들이 2학기 복귀 학생들에게 '서약서' 제출을 요구해 학내 분위기가 다시 술렁이고 있다.

일부 의대생과 교수들은 서약서가 학교 질서 회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는 반면, 학생 간 분열과 반발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최근 복귀 대상 의대생들을 위한 공통 서약서 양식을 마련해 전국 40개 의대에 배포했다. 해당 서약서에는 △수업에 성실히 참여할 것 △기존에 복귀한 학생의 학습권을 방해하지 않을 것 △이를 위반할 시 학칙에 따른 제재가 가능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전북대는 복귀생에게 '집단 따돌림이나 부당한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항목을 포함한 서약서를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다수 의대가 각 대학의 사정에 맞게 조항을 수정해 순차적으로 시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교내 질서 회복과 신뢰 재건을 목적으로 서약서를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조기 복귀한 학생들 중 일부는 동료 학생들 사이에서 온라인 비난에 시달리거나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는 것이다.  

지방 국립의대 A교수는 "조기 복귀한 학생들을 대상으로한 온라인 조리돌림 등 괴롭힘 실제로도 나타나고 있다"며 "서약서는 그런 갈등이 재현되지 않도록 하자는 교수진의 절박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사립의대 B교수는 "조기 복귀한 학생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부학장들의 자괴감이 심한 것으로 안다"며 "이미 복귀한 학생도, 복귀를 앞둔 학생도 모두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괴롭힘을 당하는 쪽을 먼저 보호해야 한다"고 전했다. 
 

학생들 "서약서가 도리어 벽 만들어 갈등 유발"

그러나 복귀하는 의대생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도권 사립의대 본과생은 "의대는 졸업 후에도 수련을 함께하는 공동체인데, 서약서는 두 집단 사이에 벽을 세울 수 있다"며 "화해와 복귀를 유도하려면 오히려 신뢰를 바탕으로 한 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 사립의대 본과생은 "지난 등록 과정에서도 서약서를 요구받은 적이 있는데, 오히려 교수님과 학생 사이에 감정의 골만 깊어졌다"며 "지금은 갈등을 봉합해야 할 시기인데, 이런 방식으로는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대생 학부모들도 반발에 나섰다. 전국의과대학학부모회연합(전의학련)은 23일 성명을 내고 "대학이 복귀생을 통제하고 도덕적 낙인을 찍고 있다"며 "정부의 일방적 정책 수용과 대학의 소극적 대응으로 피해를 입은 학생들에게 서약서라는 형식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국시 응시 자격과 졸업 시기를 두고 복귀 시점에 따라 차별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같은 학년임에도 시험 기회가 달라지는 것은 명백한 불공정"이라고 강조했다.

KAMC는 서약서 제출이 법적 강제사항은 아니라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각 학교의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되며, 이는 갈등 예방과 질서 유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일 뿐이다"고 말했다. 다만 복귀 학생과 기존 복귀생 사이의 신뢰 회복을 위해 대부분의 학교가 서약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수도권 의대 학장은 "복귀 학생이 진정으로 수업에 임할 의지가 있음을 명확히 밝히는 것 자체가 중요한 신호"라며 "갈등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라도 서약서를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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