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결정권 놓고 의료계와 정부 실랑이
상반기 내 통과 강조 국회, 의료계 의견에 힘 싣는 모양새
의료계 과반수 이상 구성, 보정심 결정 방향 추측 우세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2월 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주최하는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 공청회에 참여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에서 의료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 법안을 추가 발의하면서, 2월 공청회 이후 추계위 추진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다만, 아직 주관 부처와 의료계, 보건계, 국회 등의 의견 차이가 커 합의까지 난관이 예상된다.
수급추계위 법안은 의대를 비롯한 의료 인력 대학 정원을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추계하여 심의하는 수급추계위원회 설립이 골자다.
가장 먼저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며 추계위원회 설립을 추진했다. 해당 안은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산하에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설치해 지역·진료권 단위별, 전문과목 및 진료과목별로 보건의료 인력을 추계하고 심의하도록 하고 있다. 또 이를 토대로 보정심에서 보건의료 인력 대학 정원, 지역 의사 정원, 지역별 의료 인력 정원 등을 정하도록 했다. 특히, 부칙으로 2026년도 의대 정원을 논의하는 내용을 포함해 즉시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같은 당 강선우 의원도 수급추계위 설립법안을 발의했다. 2026년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특례조항에 "전 학년도 증원 규모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 등을 이유로 증원 규모의 조정이 필요한 경우 감원할 수 있다"고 명시한 점이 다르다.
민주당은 이들 법안을 우선처리 법안으로 지정하고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원포인트 심사로 통과시키려 했으나,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보건의료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12월 상정하면서 논의가 미뤄졌다.
김미애 의원의 법안은 야당 측 법안 두 건과 마찬가지로 수급추계위원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의대 정원 감원이나 정원 재논의와 같은 직접적인 언급이 없다. 또한, 보정심의 분과위원회로서 수급추계위원회를 두고 수급추계를 실시하며, 전문적인 수급추계 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수급추계센터'를 설립하도록 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정부와 의료계 의견 달라 2월 공청회 이후 논의
양당에서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까닭에 수급추계위법안은 1월 임시국회 중 입법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었다. 지난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다른 50여 개 법안과 함께 보건의료 인력 수급추계위원회 법안을 심사했다. 하지만 의료계와 교육부의 반대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교육부는 추계위원회가 설립되더라도 그 역할을 '심의'가 아닌 '자문기구'로 남기고, 의대 정원의 최종 결정권은 교육부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복지부 역시 교육부의 반대 의견이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수급추계위원회가 '심의'가 아닌 '의결 기구' 역할을 해야 하며, 보건의료인 단체 추천 위원이 과반 이상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고, 위원회 내 전문가 단체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현재 안만 보면 정부가 중간 조정자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결정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라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논의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위원회 구조와 위원 구성에서 전문가 의견이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추계위 심사를 수용할 수 있는 보정심 구성 역시 복지부 장관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와 의료계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국회는 우선 복지부가 마련한 정부안을 중심으로 2월 초 공청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공청회에서 모인 의견을 바탕으로 법안을 재논의할 예정이다.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2026년 의대 정원 학사 일정을 고려하면 의료 인력 추계 기구 신설은 시급한 문제"라며, "이대로 시간만 보낸다면 의대 정원 조정 등 의료 대란 해결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서 의료계 주장 담은 법안 추가발의, 상반기 내 통과 필요성 강조
이런 가운데, 지난 24일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이 추계위 법안을 추가로 발의했다. 해당 안은 의료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수급추계위원을 공급자 대표 단체 추천 전문가 10명, 의료기관 대표 단체 추천 전문가 3명, 보건의료 수요자 대표 단체 추천 전문가 3명, 보건의료 학회·연구기관 추천 전문가 3명 등으로 구성해 과반수를 의료 전문가로 배치했다.
또한, 보정심이 의료 인력 수급 관련 정책을 심의할 때, 수급추계위 심의·의결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고, 2026년도 정원에 대한 추계위 및 보정심의 심의 결과를 교육부 장관이 존중하도록 하는 부칙을 추가했다.
서 의원은 "의사 인력 적정 규모 추계에 있어 의료 전문가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며, "의료 전문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법안이 공청회에서 논의되어, 합리적이고 전문적인 수급추계위 신설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여당에서 의료계 의견을 반영한 추계위 법안이 추가로 발표되면서, 공청회 이후 국회에서 논의될 추계위 법안의 형태가 서 의원 안과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민주당 조원준 보건의료정책 수석전문위원은 "추계위 추진에서 민주당의 의견만 고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반적으로 보정심 산하에 추계위를 두고 보정심이 최종 결정 역할을 하되,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추측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2월 공청회 이후 법안이 상정될 경우, 2026년도 의대 정원 조율 문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사 일정상 3월 안에 다음 해 대학 정원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윤 의원은 "지난해에는 4월에 의대 정원 확대안이 발표되었고, 최종 결정도 하반기에 이루어졌다"며, "이번에도 학사 일정 조율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원 결정의 마지노선을 8월로 보고 있으며, 추계위 논의는 상반기 내에 마무리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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