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규모 집계 방식마다 달라…복지부 조사 추진

▲ 정부의 약가규제 정책들. 보건복지부는 내년 시행 예정인 실거래가 약가인하를 앞두고 제약업계의 메르스 피해상황 파악에 나섰다.

정부가 실거래가 조사에 따른 약가인하 의지를 피력하자 제약업계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피해 입은 제약산업에 가혹한 처사라고 주장하며 제도 개선과 유예를 촉구했다.

그러나 6월, 7월 등에 걸쳐 메르스로 인한 수천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제약업계의 주장과 달리 IMS Health, 유비스트 등 일부 데이터에서 처방액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자 일각에서는 제약업계의 피해가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보건복지부 또한 매출분석을 통해 메르스 피해 상황을 집계하고, 매출 감소가 미미할 경우 약가인하를 추진하겠다는 모양새를 취해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약업계의 피해 조사와 처방액 증가 차이가 왜 발생했는지 짚어보고, 향후 약가인하를 반대하는 제약업계의 목소리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내다봤다.

피해는 수천억원…매출은 성장?

IMS Health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국내 제약시장의 전체 매출은 7조 36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 국내 제약사는 4조 4579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5.7% 성장, 다국적사는 2조 9090억원으로 3.8% 성장했다.

이와 관련해 IMS 측은 국내 제약시장이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고, OTC에서는 메르스 여파로 면역력 제품 등 매출이 더 늘었다고 설명했다.

유비스트의 자료를 보면 7월 원외처방 조제액은 전년 동월 대비 2.0% 감소한 8138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7월 의약품 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 3.5% 증가한 1조 537억원으로 집계됐다. 메르스 여파로 6월 증가율이 1.8%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회복세라는 분석이다.

반면 제약업계가 추산한 피해액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지난 6월 제약협회 이사장단 회의에서는 메르스로 인한 제약업계 피해 규모가 월 2500억원대 이상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아울러 협회는 보다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전 회원사를 대상으로 매출 감소금액과 요양기관이나 약국 등으로부터의 수금 실적, 임상시험 관련 차질 발생 사례와 이로 인한 피해 규모 등 전반적인 실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지난 5월 대비 매출액은 1200억원 상당으로 평균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7월 매출감소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정확한 피해 추산 결과가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6월과 7월간 업계 직접 피해액 규모는 3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6월과 7월간 매출 피해는 약 10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특히 환자들의 병원 기피 현상에 따라 원내조제용 의약품 피해는 상대적으로 더 심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집계방식이 차이 불러…매출 외 피해도 심각

이에 대해 제약업계 관계자는 "피해 추계는 어디까지나 추계다. 방법에 따라 편차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제약협회의 피해 현황 조사는 매출 감소 현황, 월별 수금실적 현황, 기타 피해 현황 등에 대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OTC, ETC의 월별 매출실적과 수금실적 등을 비교하고, 6월부터 8월까지에 대해서는 가능한 예상치로 작성하는 방식을 취한 것.

설문에 참여한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가 보통 1년치 예상매출을 짜놓는데, 예상 월 매출액이 100억원인 경우 실제 매출액이 70억원에 그쳤다면 예상보다 매출액이 30억원 감소한 것으로 기재했다고 전했다.

그는 "인구 고령화 등으로 전체 처방량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증가율이 10%로 예상됐는데 5%가 증가했다면, 이걸 산업이 성장했다고만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보다 정확한 조사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EDI 데이터를 활용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다른 관계자는 피해 추산 결과의 비교대상이 IMS나 유비스트 데이터가 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유비스트는 약국 패널에서 얻은 처방의약품의 급여자료이고, IMS 데이터도 패널 요양기관이 공급업체로부터 받는 유통데이터이기 때문이라는 것.

해당 관계자는 "매출 실적에는 건강기능식품이나 음료, 화장품도 포함된다. 기준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면서 "집계방식에 따라 산업에 대한 희비가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처방실적, 매출액 등으로는 제약업계의 피해를 추산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메르스 사태로 인한 의료기관 폐쇄로 임상시험 중단, 영업활동 위축, 대금결제 지연, 생산의약품의 공장 재고비용 증가 등 금액으로 추산하기 힘든 피해가 막대했다는 주장이다.

또 협회가 피해 조사에 나섰을 때 직접적인 피해를 모두 언급하기에는 주가 등에 영향을 미치거나 회사의 보안적인 영역을 노출시킬 수 있어 피해가 과소 집계됐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약가인하 단행, 산업 육성 저하 우려"

특히 제약업계는 메르스 피해 이전부터 약가인하 저지에 힘을 실어왔기 때문에, 매출 감소가 적었다고 약가인하를 단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또 불법거래에 해당하는 의약품 도매업소의 구입가 미만 판매가 약가인하 금액 산출대상에 포함되는 것과 저가구매 행위가 원내 입원환자용 의약품을 구입하는 대형 의료기관에 집중돼 입원환자용 의약품의 인하율이 7~10%에 달하는 등 집중적으로 피해를 입은 점도 문제로 전해졌다.

제약협회는 이 같은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복지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하고, 산업계의 입장을 전달하겠다는 계획이다.

협회 관계자는 "산업활성화 측면에서 재투자를 할 수 있는선순환 구조의 확립이 필수적인 만큼,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복지부는 5월부터 7월까지 제약사의 매출 실적을 확인하고, 매출의 급격한 감소가 확인되면 추가로 청구실적을 확인할 방침이며 현재 매출실적 파악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제약업계에서 메르스로 인한 급격한 매출감소가 있었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실제로 타당한지 확인 작업에 나선 후 조사 결과에 따라 약가인하 유예 여부 등을 결정할 것으로 풀이된다.

복지부 이선영 보험약제과장은 "제약업계의 주장대로 메르스 여파가 매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모르겠지만, 지금도 다양한 제약산업 육성제도를 펼치고 있기 때문에 실거래가 약가인하의 유예가 제약산업 육성에 기여한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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