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사 파업 시 비상진료 대응계획 마련
공공의료기관 적자 심한데 활용?
PA 역시 불법이라 한계 뚜렷할 듯 우려

정부는 의료 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병원과 PA 간호사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료 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병원과 PA 간호사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메디칼업저버 박서영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발표 이후로 의사들이 단체행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의료 시스템 마비가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비상진료 대응계획이 적절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눈길을 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대응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 브리핑 자리에서 비상진료체계를 설명했다.

먼저 응급·중증 환자들이 대형병원 응급실을 우선 이용할 수 있도록 중증도에 따른 소방청 환자 이송지침을 새롭게 적용하며, 경증·비응급 환자는 대형병원에서 종합병원으로 적절히 연계·전원한다.

또 대형병원 내 응급·중증수술과 중환자실, 투석실 운영 등에 진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진료체계를 전환하고, 중앙응급상황실을 확대 운영한다. 기존에 5월까지 단계적 개소 예정이던 광역응급상황실 4개소를 조기 가동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지점은 공공의료기관 운영 확대다.

정부는 10개 국립대병원과 35개 지방의료원 6개 적십자병원 등 114개 공공병원의 평일 진료 시간을 오후 8시로 확대하고, 주말과 공휴일에도 외래진료를 실시한다.

전국 409개의 응급의료기관 응급실도 24시간 운영하며, 12개 국군병원 응급실 역시 일반인에게 개방한다.

진료보조(PA) 간호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안도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이들의 의료행위는 현행 의료법 체계에서 불법인데,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PA 법제화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공공병원 역할 확대시킨다는 정부
공공의료계 제 역할 수행하려면 지원 강화 이뤄져야

지난해 공공병원 관계자들이 적자를 호소, 지원금 증액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한 모습 @메디칼업저버 DB
지난해 공공병원 관계자들이 적자를 호소, 지원금 증액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한 모습 @메디칼업저버 DB

그러나 공공의료기관 활용이 과연 비상진료체계에 적합한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지난 3년간의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당시 공공의료기관은 감염병 전담 병원 역할을 수행했다. 이때 발생한 적자 금액이 지난해 12월 기준 3200억원에 달한다.

병상 이용률은 80%에서 40% 안팎으로 떨어졌다. 의사들이 떠났으며, 필수 진료 과목도 문을 닫았다. 약제비 대금을 미루는 한편, 직원 임금체불도 불가피한 상황에 놓인 터였다.

당시 공공의료계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4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제시한 손실보상급 지급은 공공병원 최대 6개월, 거점전담병원 최대 1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정부는 필수의료혁신 전략에서 지역거점병원의 기능 및 역할 강화를 제외했으며, 오히려 공공성 강화 사업 예산을 전년 대비 95억원 삭감하기까지 했다.

의사 파업으로 상황이 어려워지자 다시 공공의료계에 손을 내미는 정부의 태도가 과연 진정성있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조승연 회장은 “그동안 의료 대란에 대응하려면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한다고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정부가) 들은 척도 안 하다 또 이렇게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이 됐다”며 “그래도 정부 정책이 그런 건데 저희가 어쩌겠나. 해야지. 참여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공공의료기관 내 인력 보강이 미비하다 보니 중증도가 높은 환자를 커버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며 “끝나고 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없던 일이 되겠지만”이라고 씁쓸하게 덧붙였다.

공공의료기관 운영 시간이 확대됨에 따라 의료진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지만, 아직 보상책에 관해서는 정부에게 들은 바 없다고도 전했다. 이 부분에 대해 지속적으로 요청하겠다는 설명이다.

PA 간호사 근거법도 없는데 업무 확대시키자?
간호계 “말도 안 되는 소리” 비판

PA 간호사들은 지난해 5월 간호법 제정을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PA 간호사들은 지난해 5월 간호법 제정을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PA 간호사 활용 역시 애초에 법제화되지 않은 사안이다 보니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간호사들이 의사 업무까지 수행했다 뜻하지 않게 책임까지 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의사·간호사 업무 범위를 명확히 구분하는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던 점을 생각해 보면, 정부의 이번 대책이 얼마나 무계획적인지 알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의 간호계 관계자는 “진짜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PA는 원래도 투입되고 있었다. 지금도 이미 (전공의 업무가) 간호사들한테 많이 떠넘겨져 있는 상태다. 그런데 여기서 뭘 어떻게 확대를 하겠다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간호협회 역시 19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PA 간호사 적극 활용 방침과 관련해 간협과 사전 협의하지 않았으며, 이후로도 공식적 협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먼저 간호사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법적 보장 및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법 보호 체계에 명시하면 간호사들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PA 간호사 양성화 방안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14일 성명서를 통해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무면허 의료행위 금지를 해제하는 대통령 긴급명령을 발동해야 하고, PA 간호사에 수술보조 허용을 일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며 “나아가 PA 간호사 양성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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