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켐비 피하주사(SC) 제형 임상도 성공적...치매 자가 관리 시대 올까
'중간 수준 타우 환자에서 더 높은 효과' 치매서 타우 영향 밝혀낸 도나네맙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2023년 계묘년(癸卯年) 한 해가 저 물고 있다. 본격적인 엔데믹이 시작된 2023년은 글로벌 제약업계가 다시금 신약 개발을 시작하게 만든 디딤돌이 된 한 해였다.

정신건강 분야에서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성과가 돋보였다. 바이오젠·에자이의 레켐비(레카네맙)가 지난 7월 FDA 허가를 획득하면서 치매의 근본 원인을 억제할 수 있는 치료제 등장을 알렸다.

레켐비는 기존 정맥주사(IV) 제형뿐 아니라 피하주사(SC) 제형도 비슷한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집에서 자가 주사로 치매를 치료하는 시대가 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울러 릴리의 도나네맙은 알츠하이머협회 국제컨퍼런스(AAIC 2023)에서 발표된 임상3상 결과를 토대로 허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본지는 2023년 국제학술대회를 뜨겁게 달군 질환별 주요 약물을 재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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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켐비, 치매 자가 관리 시대 열까

FDA는 지난 7월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동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를 정식 승인했다.

레켐비는 치매 원인 물질로 지목되는 베타 아밀로이드를 타깃하는 치료제다. 허가 기반이 된 임상3상 CLARITY-AD 연구에서 레켐비는 경도 인지장애 및 경증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 감소 진행을 지연시키는 효과를 확인했다.

179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18개월 동안 레켐비 10mg/kg 또는 위약을 격주로 투여한 결과, 레켐비군의 임상치매척도 (CDR-SB) 점수가 위약군에 비해 0.45점 적게 변화해 인지기능 악화가 27% 지연됐다.

10월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된 알츠하이머 임상시험 컨퍼런스(CTAD 2023)에서는 레켐비 피하주사(SC) 제형과 기존 정맥주사(IV) 제형을 비교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치매는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으로 경도인지 장애 단계부터 평생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자가주사 가능한 SC 제형이 개발되면 편의성과 치료 순응도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연구는 Clarity AD 오픈라벨 확장 연구 의 하위 연구로 참가자 중 72명은 매주 SC를, 322명은 격주로 IV를 투여 받았다. 연구 결과, SC군의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율이 IV 군보다 더 높게 나타나 효과를 입증했다.

치료 6개월 차 아밀로이드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PET) 분석에서 SC군의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율은 IV군에 비해 14% 높았다. SC군은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40.3±2.27 센틸로이드(centiloid) 감소한 반면 IV군은 -35.4±1.14 센틸로이드 감소했다.

SC군의 전신 주사 반응은 흔하지 않고 경미한 수준 이었으며, 특히 SC 제제로 처음 레켐비를 투여받은 환 자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다. SC군의 국소 주사 부위 반응 발생률은 전체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문제는 치매 치료제 최대 부작용으로 꼽히는 뇌 부종, 뇌 미세혈관 출혈 등 아밀로이드 관련 비정상적 영상 소견(ARIA)이 IV군보다 SC군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IV군의 ARIA-E, ARIA-H 발생률과 ARIA-H 단독 발생률이 각각 12.6%, 17.3%, 8.9%인데 반해 SC군은 16.7%, 22.2%, 8.3%였다. 그러나 바이오젠 측은 SC군과 IV군의 ARIA-E 발생 률은 비슷한 수준이며, 두군의 표본 크기 차이로 인해 정확한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SC 제제로 새로 치료받은 환자 수가 72명으로 적은 만큼 한두 사례가 부작용 발생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SC 투여의 혈류 내 최고 농도가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ARIA 발생률을 잠재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예측했다. 주 1회 주사하는 SC 제제가 격주로 주사하는 IV 제제보다 더 안정적인 약물 노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타우’ 영향 밝혀낸 도나네맙

레켐비에 이어 또 다른 베타 아밀로이드 타깃 치매 치료제인 릴리의 도나네맙도 가능성을 확인했다.

7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국제컨퍼런스(AAIC 2023)에서는 도나네맙의 임상3상 TRAILBLAZER-ALZ 2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해당 연구에서 도나네맙은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인지 및 기능 악화를 지연시키는 효과를 확인했다. 더불어 타우(tau) 단백질 수준에 따라 치료제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을 밝혀내 치매 치료제 연구에 또 다른 시사점을 줬다.

연구는 8개국에서 모집된 1736명의 초기 증상성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이들은 PET 검사에 의해 아밀로이드 및 타우의 병리학적 축적이 확인됐다. 참가자들은 도나네맙 또는 위약 을 4주 간격으로 72주 동안 정맥 주사하는 군에 1:1 무작위 배정됐다.

도나네맙군은 사전 정의한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 기준을 충족하면 맹검 방식으로 위약을 투여 받도록 전환됐다. 1차 목표점은 76주차 통합 알츠하이머병 평가 척도(iADRS) 점수 변화였다. iADRS는 인지 및 일상생활 기능을 평가하는 복합지표로 점수가 낮을수록 손상이 더 큼을 나타낸다. 2차 목표점은 임상 치매척도점수(CDR-SB) 변화로 점수가 높을수록 증상이 더 나빠짐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의 특징은 참가자들을 질 병 진행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인 타 우 수치에 따라 중간 수준과 높은 수준으로 계층화해 분석했다는 점이다.

연구 결과, 도나네맙은 질병의 임상 또는 병리학적 단계와 관계없이 인지 및 기능 악화를 지연시켰다. 특히 중간 수준 타우 환자에서 더 큰 효과가 나타났다. 중간 수준 타우 환자에서 도나네맙 군은 iADRS와 CDR-SB 점수 악화를 각각 35%, 36% 유의하게 지연시켰 다.

타우 수준과 관계없이 도나네맙 치료를 받은 모든 환자에서 iADRS와 CDR-SB 점수 악화가 각각 22%, 29% 유의하게 느려졌다. 하위분석 결과, 경도인지장애 참가자(214명)에서 도나네맙은 iADRS와 CDR-SB 악화를 각각 60%, 46% 늦췄다. 중간 수준 타우 환자 중 도나네 맙군의 47%는 1년 동안 CDR-SB 악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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