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대비 1.5배인 55개 신약 허가…종양학·신경학 분야 치료제 다수
산후우울증·1형 고옥살산뇨증에 첫 경구제…최초 유전자 가위 치료제·RSV 백신도 등장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지난해 미국식품의약국(FDA) 약물평가연구센터(CDER)는 2023년 총 55개의 신약을 승인한 것으로 집계됐다. 승인 건수가 36건에 불과했던 2022년에 비해 50%가량 증가한 수치로, 20년여 만에 가장 높은 기록이다.

FDA는 지난 12월 29일 2023년 신규 의약품 승인(Novel Drug Approvals for 2023) 내역을 발표했다. 이는 CDER에서 검토한 신약승인신청(NDA)과 생물학적 제제 승인신청(BLA)을 집계한 것으로, 바이오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에서 심사한 유전자치료제 및 세포치료제, 백신 및 혈액 제품은 제외됐다.

적응증별로는 예년과 같이 종양학 분야 치료제의 승인 건수가 가장 많았다. 2023년 총 13개(24%)의 항암제가 승인받았다. 신경학 분야가 9개(16%)로 2위, 전염병과 혈액학 분야가 각각 5개(9%)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모달리티(modality)별로는 저분자 화합물(small molecules)이 34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단일클론항체(mAB) 등 바이오 신약(Proteins) 17개, 짧은 간섭 리보핵산(siRNA) 등 올리고핵산(oligonucleotide) 치료제 4개가 승인됐다.

제약사별로는 화이자가 6개로 가장 많은 신약을 승인 받았다. 화이자는 작년 한해에만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니르마트렐비르/리토나비르), 궤양성대장염 치료제 '벨시피티(에트라시모드)'와 편두통 치료제 '자브즈프렛(자베게판트)', 원형탈모증 치료제 '리트풀로(리틀레시티닙)', 성장호르몬 결핍증 치료제 '엔젤라(성분명 소마트로곤)', 다발골수종 치료제 '엘렉스피오(성분명 엘라나타맙)'을 허가받았다.

종양학 분야 혁신신약 다수 승인...신경학 분야 '규제 유연성' 눈길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가장 많은 치료제가 승인된 종양학 분야에서는 혁신신약(first-in-class)이 여러 개 탄생했다.

지난해 11월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최초의 AKT 억제제 계열 유방암 치료제 '트루캅(성분명 카피바서팁)'이 승인을 획득했다.

스프링웍스 테라퓨틱스의 성인 데스모이드 종양 치료제 '옥시베오(니로가세트타트)', 얀센의 다발골수종 치료제 '탈베이(탈퀘타맙)'도 승인받았다.

신경학 분야에서는 FDA의 규제 유연성이 눈길을 끌었다. FDA가 대리 바이오마커, 임상적으로 유의한 이점을 입증하기에 결정적이지 못한 증거, 단일 임상2상 등을 기반으로 몇 개의 신약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SOD1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루게릭병(ALS) 환자에 승인된 바이오젠과 아이오니스의 '토퍼센'은 임상3상에서 SOD1 ALS 환자의 질병 진행을 늦추는데 실패했다. 다만 신경 손상 바이오마커인 신경섬유의 경쇄(NfL) 수준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9명의 FDA 자문단은 NfL 감소 효과를 토대로 해당 치료제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만장일치로 투표했고, 신속 승인을 권고했다.

에자이와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레카네맙) 역시 유연한 규제의 혜택을 받았다. FDA는 과거 논란을 불러일으킨 아두카누맙과 마찬가지로 레켐비의 아밀로이드 감소 효과에 근거해 신속 승인을 결정했다.

이후 임상3상 CLARITY 결과를 바탕으로 레켐비를 완전 승인했다. 다만 신경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아밀로이드 감소 효과가 환자에게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이점을 제공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미충족 수요 컸던 치료제들도 등장

최초 유전자 편집 치료제·RSV 백신 승인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치료 옵션이 부족해 미충족 수요가 컸던 질환에 등장한 신약들도 눈길을 끌었다.

아스텔라스 '베오자(페졸리네탄트)'가 안면홍조 등 폐경으로 인한 혈관운동증상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바이오젠과 세이지의 '주르주배(주라놀론)'는 산후 우울증(PPD) 여성을 위한 최초의 경구제로 승인됐다.

노보 노디스크의 '리브플로자(네도시란)'는 희귀 유전 질환인 1형 원발성 고옥살산뇨증(PH1)에 허가를 받았다. GSK의 '제스두브록(다프로두스타트)'는 만성신장질환(CKD) 환자의 신성빈혈 치료에 승인된 최초의 경구 옵션이 됐다.

한편 바이오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가 지난해 승인한 의약품은 총 16개로 CRISPR-Cas9 유전자 가위 기술을 기반으로 한 첫번째 치료제와 호흡기 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 등이 포함됐다.

최초의 유전자 편집 치료제가 된 크리스퍼 테라퓨틱스와 버텍스의 '카스게비(엑사셀)'는 지난해 12월 겸상 적혈구병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같은 날 블루버드바이오의 유전자 치료제인 '리프제니아(로보티베글로겐 오토템셀)' 역시 겸상 적혈구병 치료제로 승인됐다.

아스트라제네카의 RSV 백신 '베이포투스(니르세비맙)'가 신생아 및 영유아를 대상으로 승인을 받았으며, GSK '아렉스비'가 60세 이상 성인에, 화이자 '아브리스보'가 60세 이상 성인 및 영아 보호를 위한 임산부 접종에 승인받았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