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개발한 약물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는 데 있어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 획득은 결승선이자 새로운 시작점이다.

그러나 임상 연구에서 좋은 결과를 낸 약물도 다양한 이유로 허가가 반려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결승선을 넘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 결과를 확신하기 어렵다.

이에 최종 승인 여부가 결정되는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법(PDUFA) 심사 기한이 가까워질수록 업계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올해는 어떤 약물이 결승선을 넘을 수 있을까. 확정된 PDUFA 기한을 바탕으로 2024년 허가 여부가 결정되는 국내외 약물들을 살펴봤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희귀 간질환 치료제 후보 엘라피브라노

지난해 12월 7일 FDA는 프랑스 제약사 입센과 젠핏의 희귀 간질환 치료제 엘라피브라노의 신약허가신청(NDA)을 접수하고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했다. 엘라피브라노는 희귀 담즙정체성 간질환인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PBC) 2차 치료제로 허가 도전에 나선다. 

PBC는 간에서 담관이 점차 파괴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담관이 손상되면 간에서 신체 독소를 제거하는 능력이 억제되고, 간 조직에 흉터가 생겨 간경변이 발생한다. 
일반적인 증상으로 심한 피로와 가려움증이 나타나며, 치료하지 않을 경우 간부전을 유발하거나 경우에 따라 사망에 이를 수 있다. 

PBC는 환자 상당수가 기존 치료제로 혜택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 10년 동안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하지 않아 미충족 수요가 큰 상태다. 

엘라피브라노는 1일 1회 경구 복용하는  PPAR-α/δ 이중 항진제로 인슐린 저항성, 혈당 항상성 및 지질 대사를 개선하고 염증을 감소시키는 약물이다. 

임상3상 ELATIVE 연구에서 담즙 정체와 관련된 생화학적 지표를 유의미하게 개선했다. 연구는 UDCA에 반응이 불충분하거나 내약성이 없는 PBC 환자 161명을 대상으로 엘라피브라노와 위약의 효과 및 안전성을 비교했다. 그 결과, 52주차에 엘라피브라노군의 51%, 위약군의 4%가 개선을 보였다. 52주차 ALP 수치는 엘라피브라노 투여군 중 15%에서 정상화됐고, 위약군에서는 정상화된 환자는 없었다.

FDA는 엘라피브라노의 허가 여부를 오는 6월 10일까지 결정할 예정이다. 

40년 만에 위마비 첫 치료제 나올까 

최초의 위마비 치료제가 등장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12월 FDA 허가를 신청한 반다파마슈티컬스의 트라디피턴트의 승인 여부가 올해 9월 18일까지 결정된다.

위마비는 메스꺼움, 구토, 팽만감, 복통 등 증상과 함께 음식물 소화 시간이 지연되는 질환이다. 성인의 경우 당뇨병이 가장 큰 원인이며, 소아는 감기·위장염 등 바이러스 감염이 주요 원인이다.

트라디피턴트는 뉴로키닌-1(NK-1)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로 위마비 환자의 메스꺼움을 단기적으로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특발성 및 당뇨병성 위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트라디피턴트의 효과를 분석하기 위한 위약 대조 연구 VP-VLY-686-3301, 3302에서 트라디피턴트군의 메스꺼움 증상은 위약군 대비 유의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5점까지인 위마비 핵심 증상 일일 일기(GCSDD) 점수에서 치료 4주 후 트라디피턴트군의 평균 점수 변화는 -1.15점, 위약군은 -0.85점이었다(P=0.0138). 특히 위약군 대비 트라디피턴트군의 메스꺼움 증상은 없는 날 수가 크게 증가했다(20.96% 대 12.52%, P=0.0085).

위마비 치료제에 대한 FDA의 승인 검토는 이번이 30년 만으로, 허가되면 40년 만에 최초로 등장한 신약이 될 전망이다.

새 기전 조현병 치료제 KarXT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조현병 치료 신약 KarXT(성분명 자노멜린-트로스피움)의 허가 여부도 올해 중 발표될 전망이다. 

KarXT는 조현병 및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개발 중인 무스카린성 항정신병 약물로, 중추신경계에서 M1/M4 무스카린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이중 작용한다. 기존 치료제와 달리 도파민 수용체를 직접 차단하지 않아 조현병 치료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허가 신청의 기반이 된 EMERGENT-1, 2 ,3, 4, 5 임상 연구에서 KarXT는 조현병의 양성 증상, 음성 증상, 인지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를 입증했다. 

지난해 12월 The Lancet에 공개된 임상3상 EMERGENT-2 연구에서는 조현병 성인 252명을 대상으로 5주 간 하루 2회 KarXT 또는 위약을 투여한 환자를 서로 비교했다. 그 결과 KarXT군은 양성·음성 증후군 평가지표인 PANSS 점수가 9.6점 감소해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을 나타냈다. 특히 KarXT는 졸음, 체중 증가, 추체외로 운동 증상 등 기존 항정신병 약물과 같은 부작용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안전성 측면에서도 이점을 입증했다. 

FDA가 지난해 11월 29일 KarXT의 신약 허가 신청서를 접수함에 따라 오는 9월 26일까지 허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국산 혈액 제제, 블록버스터 도전

글로벌 제약사뿐 아니라 국내 제약사의 FDA 허가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사 제품 2개가 연이어 FDA 허가를 획득한 가운데 올해도 허가 문턱을 넘을 제품이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작년 10월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가 국산 신약 중 7번째로 FDA 승인을 받았다. 이어  PDUFA 기한이 올해 1월 13일로 정해졌던 GC녹십자 알리글로(IVIG-SN 10%)가 정해진 일정보다 한달 빠른 12월에 승인 소식을 들었다. 

알리글로는 혈액의 혈장에서 특정 단백질을 분리·정제해 만든 고농도 면역글로불린 제제다. 선천성 면역결핍증,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 등 일차성 면역 결핍 질환 치료제로 사용된다. IVIG-SN은 면역 체계를 강화해주는 면역글로불린 함유 농도에 따라 5%와 10%로 구분되는데 알리글로는 고농도인 10% 제품이다.

GC녹십자는 2021년 FDA에 알리글로의 허가신청서(BLA)를 제출했으나, 코로나19로 현장 실사가 불가해지면서 비대면 평가를 받았다. 그러다 FDA가 현장실사가 필요하다는 보완요구서한(CRL)을 발송하면서 허가가 늦춰졌다. 지난해 4월 현장실사가 진행되면서 허가 절차가 다시 재개됐다.

미국 내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약 13조원(104억 달러) 규모로 알려져 있다. 대규모 설비 투자와 고도화된 생산 경험에 필수적인 혈액 제제는 생산자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공급 부족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미국 시장 혈액 제제 가격은 국내 보다 4배 가까이 높아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간암 병용요법 노리는 리보세라닙

HLB의 간암치료제 리보세라닙도 올해 중 FDA 허가 여부가 발표된다.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는 지난해 5월 FDA에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을 간암 1차 치료제로 허가 신청했다. 7월부터 FDA 심사가 개시됨에 따라 올해 5월 16일까지 허가 여부가 발표된다.

리보세라닙은 암의 신생혈관생성 수용체(VEGFR-2)를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2세대 표적항암제다. HLB가 글로벌 특허권을 확보한 2011년부터 위암·간세포암·대장암·선양낭성암 등 여러 적응증으로 다국가 임상을 진행해왔다.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임상3상 결과는 지난해 7월 The Lancet된 게재된 바 있다. 연구 결과 미국, 중국 등 13개 국가 54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연구에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 객관적반응률(ORR), 질병통제율(DCR), 반응기간(DoR)을 모두 유의미하게 개선했다.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군의 OS는 22.1개월로 대조군인 소라페닙군 15.2개월 대비 약 7개월 길었다. PFS 역시 소라페닙군의 3.7개월과 비교해 리보세라닙 병용요법군이 5.5개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ORR은 소라페닙군 5.9%, 리보세라닙군 25.4%였다. 특히 OS와 PFS 위험비가 각각 0.62, 0.52로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군이 대조군 대비 사망 위험을 40~50%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