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암 백신 키트루다+mRNA-4157
혈우병 원샷 치료제, 록타비안과 헴제닉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2023년 계묘년(癸卯年)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본격적인 엔데믹이 시작된 2023년은 글로벌 제약업계가 다시금 신약 개발을 시작하게 만든 디딤돌이 된 한 해였다.

항암·희귀질환 분야에서는 엔데믹이 시작되면서 중단했던 연구를 재개하거나, 또는 기존 임상시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방식으로 치료가 어렵거나 미충족 수요가 있는 질환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특히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한 약물들은 적응증 확대에 나서며 ‘올커머’에 도전했고, 이를 견제하기 위한 신약도 개발됐다.

아울러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당시 주목받은 mRNA 기술을 항암제 영역에 접목하거나 평생 약을 복용해야 했던 질환에 이른바 ‘원샷’ 치료제가 개발되기도 했다.

① 항암 분야 주목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② 암 백신, 그리고 혈우병 원샷 치료제 등장 

암 백신도 상용화에 가까워지고 있다.

백신은 후천적으로 면역을 부여하는 의약품인 만큼 암을 예방하고자 면역원성 생성을 위해 특정 세포를 표적으로 삼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하지만 임상연구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되면서 암 백신 탄생이 앞당겨질 것이란 기대가 크다. 

올해 열린 미국암연구학회 연례학술대회(AACR 2023)와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3)에서는 절제술을 시행한 고위험 흑색종(3~4기) 환자를 대상으로 MSD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와 모더나 mRNA-4157 병용요법의 효능과 안전성을 키트루다 단독요법과 비교한 임상2b상 KEYNOTE-942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mRNA-4157은 개별 환자의 종양 돌연변이를 표적하도록 설계된 개인 맞춤형 신항원 치료제다. 환자가 종양 변이 신호에 특이적 항종양 반응이 발생하도록 면역체계를 활성화하게 설계됐다. 

AACR 2023에서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치료 18개월째 mRNA-4157+키트루다 병용군의 무재발생존(RFS)은 78.6%로, 키트루다 단독군 62.2% 대비 사망 또는 재발 위험을 44% 낮춘 것으로 나타나 1차 목표점을 충족했다.

아울러 종양돌연변이부담(TMB)에 따라 RFS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두고 평가한 추가분석 결과도 공개됐다.

TMB는 면역항암제의 주요 반응 예측인자로, 이론적으로는 TMB가 높을수록 신생 항원이 많아지는 것으로 예상한다. 

추가분석 결과, mRNA-4157+키트루다 병용군은 TMB가 높은 환자 집단에서 키트루다 단독군 대비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35% 줄였고, TMB가 낮은 환자 집단에서는 41% 감소시켰다. 즉 TMB와 관계없이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치료 관련 이상반응 대부분은 경미했고, mRNA-4157+키트루다 병용군과 키트루다 단독군 간 심각한 이상반응 발생률은 비슷했다.

이런 가운데 ASCO 2023에서는 주요 2차 목표점인 치료 18개월째 원격 전이 무진행생존(DMFS) 결과가 공개됐다. 연구에서 DMFS는 첫 투여일부터 원격 재발 또는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까지의 시간으로 설정했다.

연구 결과, mRNA-4157+키트루다 병용군의 DMFS는 91.8%, 키트루다 단독군은 76.8%로 집계, 원격 전이 또는 사망 위험을 65%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95% CI 0.145~0.828; P=0.0063).

국소재발, 원격재발, 기타 유형의 재발을 경험한 환자 비율은 mRNA-4157+키트루다 병용군이 각각 13.1%, 6.5%, 2.8%였던 반면, 키트루다 단독군은 각각 18%, 20%, 2%였다. 특히 원격 재발 또는 사망 환자 비율은 mRNA-4157+키트루다 병용군이 8.4%였지만, 키트루다 단독군은 24%에 달했다.

아울러 RFS의 바이오마커인 순환종양DNA(ctDNA)에 의한 미세잔존질환(MRD)을 평가한 하위분석 결과도 나왔다.

평가 가능한 환자 중 88%는 베이스라인에서 ctDNA 음성이었다. 이들에게 mRNA-4157+키트루다 병용요법을 투여한 결과, 키트루다를 단독으로 투여할 때에 비해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78% 감소시켰다. 이 같은 경향성은 ctDNA 양성 환자 집단에서도 유사했다.

3등급 이상 치료 관련 이상반응은 두 군이 유사했는데, mRNA-4157+키트루다 병용군에서는 피로, 주사부위 통증, 오한 등이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암 백신의 새로운 경쟁자도 등장할지 관심이 모인다.

바이오엔텍과 제넨텍은 mRNA 암 백신 오토진 세부메란의 임상1상을 진행 중이다. 앞서 바이오엔텍과 제넨텍은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오토진 세부메란과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 병용요법의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이 연구에서 오토진 세부메란+티쎈트릭 병용군의 50%는 새로운 신생항원 특이 T세포 면역반응을 유도했고, 면역반응을 보인 환자군은 그렇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RFS가 연장됐다.

 

혈우병 ‘원샷’ 치료제의 등장 

혈우병 분야 최대 화두인 ‘원샷’ 치료제도 등장했다.

B형 혈우병 치료제 헴제닉스(에트라나코진 데자파르보벡)에 이어 A형 혈우병 치료제 록타비안(발록토코진 록사파르보벡)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두 약물은 평생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혈우병 환자에게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혁신 치료제로, 이목은 더 집중된다.

헴제닉스는 B형 혈우병 환자에게 1회 투여하는 유전자 치료제다. 혈류에 직접 투여해 5형 아데노바이러스벡터(AAV5)로 인해 변이된 혈액응고인자 제9인자의 복제품인 FIX-Padua를 전달하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활성을 5~8배 높인 혈액응고인자 제9인자를 생성, B형 혈우병 환자의 비정상 출혈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그동안 B형 혈우병은 혈액응고인자 제9인자를 출혈 예방 차원에서 주입, 결핍된 혈액응고인자를 일시적으로 대체하거나 보충하는 방식으로 치료해왔다.

해당 치료법은 분명히 효과는 있지만, 환자들이 평생 약물 투여 일정을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미충족 수요를 1회 투여로 해결할 수 있는 원샷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B형 혈우병 환자의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약물 주입 부담을 줄인 것이다.

헴제닉스의 주요 연구는 중등도~중증 B형 혈우병 환자 5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HOPE-B 연구다.

연구 결과, 헴제닉스 투여 6개월 후 혈액응고인자 제9인자가 생성된 환자 비율은 39%였다. 투여 24개월 후에는 36.7% 환자에서 혈액응고인자 제9인자가 생성됐다.

특히 헴제닉스 투여 7~18개월 사이 연간 출혈률은 혈액응고인자 제9인자가 포함된 혈장 제제를 투여받은 환자군보다 54% 감소, 1차 목표점을 충족했다.

아울러 헴제닉스 투여군 94%는 예방요법을 중단한 채 상태를 유지했다. 흔하게 발생한 이상반응은 간 효소 상승, 두통, 특정 혈액 효소 수치 상승, 독감과 유사한 증상 발현 등이었다.

A형 혈우병에서도 원샷 치료제 록타비안이 등장했다. 혈우병은 A, B, C형 등 아형이 존재하는데, 이 중 A형 혈우병이 전체 환자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A형 혈우병의 특징은 혈액응고인자 제8인자 단백질을 생성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한다.

록타비안은 5형 AAV5를 통해 기능성 유전자를 간 세포에 전달, 세포에게 혈액응고인자 제8인자를 만들도록 유도하는 기전이다.

핵심 연구는 중증 A형 혈우병 환자 134명을 대상으로 록타비안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한 임상3상 GENEr8-1 연구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최소 3년 동안 추적관찰됐다. 

연구 결과, 록타비안은 투여 1년 동안 연간 출혈률과 대체요법 필요성을 상당수준 감소시켰다. 투여 2년 후에는 환자 84.5%의 혈액응고인자 제8인자 활동의 중앙값이 6~39%인 경증 혈우병 수준으로 유지됐고, 95%는 예방요법을 중단했다.

특히 3년차 관찰 결과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한 대부분 환자는 출혈이 없었고, 92%는 더 이상 예방적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수준까지 도달했다.

흔한 이상반응은 알라닌아미노전이효소(ALT) 수치 상승이었는데, 해당 이상반응은 치료 2년 동안 지속됐다. 이외에 두통, 메스꺼움, 아스파테이트아미노전달효소(AST) 수치 증가 등이 확인됐다.

두 약물은 평생 약물을 투여해야 하는 A형, B형 혈우병 환자에게 질환으로부터의 자유를 줄 가능성이 높지만, 약가가 초고가라는 점은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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