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오스 '미타피바트', 수혈 비의존(NTD) 알파/베타 지중해빈혈 대상 임상3상 성공
레블로질·진테글로 등 고가 치료제 환자 접근성 떨어져...저가 경구 옵션 등장 기대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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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희귀 혈액질환인 지중해빈혈 치료제가 하나둘 등장하고 있으나, 가격이 워낙 높아 환자들이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가운데 경구제 형태로 개발된 미타파비트가 임상3상에 성공하면서 환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생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3일 미국 아지오스 파마슈티컬스는 수혈 비의존성(NTD) 알파 또는 베타 지중해빈혈 성인 대상 미타파비트의 임상3상 연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중해빈혈은 유전적 결함으로 헤모글로빈이 결핍되는 희귀 혈액질환이다. 중동, 동남아, 아프리카 등 지중해 지역에서 많이 발견돼 지중해빈혈이라 부른다.

정상 헤모글로빈 분자는 각 두 개의 알파체인과 베타체인으로 구성되는데, 헤모글로빈을 만드는 유전자가 잘못돼 알파 또는/및 베타 체인을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해 질환이 발생한다.

미타피바트는 적혈구 유지를 위한 필수 효소인 피루브산 키나아제(PK) 활성화제로, 2022년 피루브산 키나아제 결핍증 치료제로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미타피바트의 글로벌 임상3상 ENERGIZE 연구에는 총 194명의 환자가 등록됐다. 참가자 중 130명이 미타피바트 100mg 1일 2회 투여군에, 62명이 위약군에 배정됐으며 각각 122명(93.8%), 62명(96.9%)의 환자가 24주간 치료를 완료했다.

1차 목표점인 헤모글로빈 반응은 기준점 대비 12주차부터 24주차까지 평균 헤모글로빈 농도가 1g/dL 이상 증가한 것으로 정의했다.

연구 결과, 미타피바트군 42.3%가 헤모글로빈 반응을 보여 1.6%가 반응한 위약군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P<0.001).

미타피바트군은 주요 2차 목표점인 12주차부터 24주차까지 평균 FACIT-피로 점수와 평균 헤모글로빈 농도에서도 위약 대비 유의한 개선을 나타냈다.

이상반응 발생률은 두 군에서 유사하게 나타났으며 미타피바트군 중 4명(3.1%)가 이상반응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했다. 아지오스는 다가오는 학회에서 ENERGIZE 연구의 보다 자세한 데이터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혈 의존·비의존 환자 모두 미충족 수요 커

적혈구 성숙제·유전자 치료제 등 신약 속속 등장

한편 지중해빈혈은 증상의 심각도에 따라 수혈 필요성이 갈린다.

경증의 경우 특별한 치료 없이 엽산을 섭취하며 경과를 지켜보면 되지만, 중증의 경우 생명 연장을 위해 정기적 수혈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줄기세포 이식이 필요한 환자도 있다.

수혈 의존성 지중해빈혈은 잦은 수혈이 심장, 간, 췌장 등에 철분을 축적시켜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혈 횟수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제를 필요로 한다.

수혈 비의존성 지중해빈혈의 경우 수혈 의존성에 비해 치료의 긴급성이 낮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지중해빈혈국제연맹(TIF)에 따르면 평균 헤모글로빈 수치가 10g/dL 미만인 수혈 비의존성 환자는 장기 손상, 삶의 질 저하, 조기 사망, 장기적인 합병증 발생 위험이 더 높다는 점에서 역시 치료제 개발이 요구된다.

다행히도 최근 몇년간 지중해빈혈 치료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중해빈혈 치료제로 가장 먼저 승인된 제품은 BMS '레블로질(성분명 루스파터셉트)'로, 2019년 FDA로부터 수혈 의존성 베타 지중해빈혈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레블로질은 TGF-β 상과(superfamily) 리간드에 결합해 스매드(Smad) 2/3 경로의 과활성화를 억제하고 말단 적혈구 생성을 향상시키는 치료제다. 수혈 의존성 베타 지중해빈혈 환자 336명을 대상으로 한 BELIEVE 연구에서 레블로질군의 21.4%가 수혈 부담이 감소한 반면, 위약군은 4.5%에 그쳤다.

레블로질은 지난해 3월 유럽에서 수혈 비의존성 베타 지중해빈혈에도 승인을 받으며 적응증을 넓혔다.

수혈 비의존성 베타 지중해빈혈 성인 14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2상 BEYOND 연구 결과, 레블로질군 96명 중 74명(77.1%)이 치료 13주차부터 24주차까지 연속 12주 동안 평균 헤모글로빈 수치가 1.0g/dL 증가해 1차 목표점을 충족했다. 위약군에서 이에 도달한 환자는 0명이었다.

베타 지중해빈혈의 근본적 원인을 치료하는 유전자 치료제도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2022년 블루버드바이오 ‘진테글로’가 수혈의존성 베타 지중해빈혈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진테글로는 환자 맞춤형 원샷 치료제로, 환자의 조혈모세포에 기능을 복제한 개량형 베타글로빈 유전자를 주입해 정상 수준의 헤모글로빈을 생산하도록 하는 기전이다.

지난해 말 겸상 적혈구 빈혈 치료에 승인된 버텍스파마슈티컬스 '카스게비(엑사셀)'가 수혈의존성 베타 지중해빈혈 치료제로도 FDA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카스게비는 크리스퍼(CRISPER)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한 신약으로 태아 혈색소(HbF) 생산을 막는 BCL11A 유전자의 인핸서(enhancer)를 잘라내고 환자의 몸에 주입해 헤모글로빈 생성을 정상화한다. 카스게비의 승인 여부는 3월 30일까지 결정될 예정이다.

'높은 가격'에 있어도 쓰기 힘든 치료제

접근성 높은 경구제 등장할까

BMS '레블로질(성분명 루스파터셉트)'
BMS '레블로질(성분명 루스파터셉트)'

문제는 이들 치료제의 가격이 초고가로, 환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유전자 치료제인 진테글로의 1회 치료 비용은 약 37억원이며, 카스게비 역시 29억원에 달한다. 사실상 국가 지원 없이는 개인이 사용하기 힘든 수준이다.

주사제인 레블로질의 경우 이들 치료제 보다는 가격이 낮지만 1회 투여에 700여 만원이 소요돼 역시 환자들의 비용 부담이 크다.

비용효과성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아직 건강보험 급여적용도 되지 않고 있다.

아지오스의 미타피바트는 경구제로, 이들 치료제보다는 낮은 가격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승인 시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아지오스는 아직 NTD 지중해빈혈에 대한 FDA 승인을 신청하지 않을 예정으로, 수혈 의존성 환자 대상 ENERGIZE-T 임상 결과 발표 후 두 연구 데이터를 통합해 광범위한 적응증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2024년 중반에 ENERGIZE-T 연구의 주요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며, 2024년 말까지 FDA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레바논 베이루트아메리칸대병원 Ali Taher 박사는 "ENERGIZE 연구 결과는 미타피바트가 알파 또는 베타 지중해빈혈 환자를 포함한 모든 NTD 지중해빈혈 환자를 위한 최초의 경구 치료제가 될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이어 "NTD 지중해 빈혈은 치료하지 않을 경우 이환율 및 사망률과 지속적인 연관이 있으나 현재 승인된 경구 치료법이 없다"며 "임상적으로 중요한 형태의 지중해빈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미충족 수요가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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