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젬픽' 만성 신장 질환 대상 임상, 사전 지정 유효성 충족해 조기 중단
글로벌 증시 뒤흔드는 GLP-1…치매·NASH 적응증 확보까지 기대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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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높은 비만 치료 효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약물 세마글루타이드가 신장 질환에서도 효과를 입증하며 더 큰 성장을 예고했다.

이에 더해 치매, NASH 등 추가 적응증 확대 노력이 이어지고 있어 성공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10일(현지시각) 노보노디스크는 세마글루타이드의 만성 신장 질환(CKD) 환자 대상 임상시험 FLOW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독립적인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가 실시한 중간 분석에서 사전 지정한 유효성 기준을 충족하는 결과가 나와 연구를 조기 중단한다는 설명이다. 

2019년 시작된 FLOW 연구는 28개국 400개 이상 기관에서 제2형 당뇨병 및 CKD 환자 3534명이 참가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신장 손상 진행 및 신장 질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표준치료 보조요법으로 세마글루타이드 1.0mg과 위약의 효과를 비교했다. 

연구는 1차 목표점인 5가지 복합 평가변수를 통해 세마글루타이드 사용이 CKD 진행 지연과 신장 및 심혈관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 평가했다.

복합 평가변수에는 eGFR 수치 최소 50% 감소, 투석 및 신장 이식 등 대체 요법 시작, CKD로 인한 사망,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등이 포함됐다.

중간 분석 결과, 세마글루타이드는 신장 기능 저하를 50% 이상 지연시키고 심혈관 및 CKD 관련 사망 위험을 감소시켜 1차 목표점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FLOW 연구의 정확한 데이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2024년 상반기에 공유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증시 뒤흔드는 GLP-1 돌풍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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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GLP-1 제제는 비만 치료 효과가 입증된 후 제약업계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약물이다.

대표 생산 업체인 노보노디스크와 릴리는 최근 업계를 넘어 전 세계 주식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떨치는 중이다.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뉴욕 증시에서 지난 1년간 90%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고, 유럽 시장에서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릴리 역시 지난 1년간 주가가 88% 이상 증가했다. 

반면 비만 치료제 발전이 식품 수요에도 잠재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지난 6개월 간 펩시, 코카콜라, 캠벨 수프 등 나스닥 내 식품 기업 주가는 13.5% 하락했다. 

FLOW 연구의 조기 종료가 발표된 직후인 지난 12일에는 혈액 투석 서비스와 관련 의료기기를 취급하는 다비타, 프레지니우스, 박스터 등 기업의 주가가 10~20% 가까이 폭락하기도 했다.

이날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하루 만에 6.27% 급증했으며, 릴리 주가 역시 4.48% 급상승해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노보노디스크는 13일 2023년 매출 및 영업이익 전망을 상향해 발표했다.

회사는 당초 27~33%로 예상한 올해 매출 성장률을 32~38%로, 31~37%로 예상한 영업이익 증가율을 40~46%로 높여 잡았다.

GLP-1은 만병통치약? 치매·NASH도 잡을까

세마글루타이드의 영역 확장 노력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신장 질환뿐 아니라 치매와 간질환 등 다양한 질환을 적응증으로 확보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한국노보노디스크는 올해 2월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알츠하이머병 정복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세마글루타이드가 치매의 주 원인인 염증 활성화를 줄이는 효과가 있어 이를 토대로 치매 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앞서 심혈관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임상3상 연구 3건의 사후 분석 결과에서 세마글루타이드군의 치매 발병률은 위약군 대비 약 50% 낮게 나타났다. 또 세마글루티드의 동물연구 결과를 종합한 결과 기억 기능 개선 및 타우 축적 감소를 포함한 알츠하이머 관련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 

노보노디스크는 2021년 4월 식약처로부터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의 효과와 안전성을 연구하는 임상3a상 EVOKE와 EVOKE PLUS 연구를 허가 받았다. 두 건의 임상은 각각 전 세계 약 1830명을 대상으로 173주간 진행될 예정으로 2025~2026년 종료가 예상된다.

노보노디스크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노보노디스크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세마글루타이드의 NASH 및 간섬유증 환자 대상 임상3상 ESSENCE 연구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올해 3월 공개된 임상2상 결과에 따르면 세마글루타이드는 NASH 및 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의 섬유증을 유의하게 개선하지 못했다. 다만 심장대사 매개변수와 간 지방 및 손상 지표에서 주목할 만한 개선이 보고됐다. 

노보노디스크는 길리어드와 협력해 NASH 환자 대상 3제 요법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NASH는 병리학적으로 매우 복잡한 질환으로 여러 치료법을 결합하는 것이 환자에게 더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세마글루타이드와 길리어드의 FXR 작용제인 실로펙서, ACC 억제제 피르소코스타트의 단독 및 병용요법을 평가하기 위한 2b상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연구 결과 세마글루타이드 단독 투여군에 비해 두 치료제와 병용 투여한 군의 내약성이 더 좋았으며, 탐색적 유효성 분석에서도 병용 투여군의 간섬유증이 더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와 NASH 모두 아직 뚜렷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미충족 수요가 큰 질환인 만큼, 세마글루타이드가 효과를 입증할 경우 비만 못지 않게 큰 수요 상승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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