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I, 체중에만 의존해 체지방과 근육 구별할 수 없어 비만 진단 한계
美의사협회 "BMI, 적절한 비만 진단 지표 아냐…개인별 적용 시 예측력 떨어져"
허리둘레를 이용해 비만 평가하는 WHtR·WWI 지표 주목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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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비만 진단에 활용하는 체질량지수(BMI)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지표를 함께 활용해야 한다는 데 학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BMI는 체중에만 의존하기에 체중 관련 건강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제한점이 있다. 또 총 체지방률은 비만에 해당하지만 BMI 기준상 비만하지 않은 '마른 비만'을 놓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BMI로 비만을 진단하는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BMI는 비만을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진료현장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어, BMI와 함께 다른 지표를 활용해 비만을 진단해야 한다는 데 중지가 모인다. 

 

BMI, 의학적 관리 필요한 비만 진단 어려워

BMI는 1895년 미국 보험업계가 만든 비만도를 평가하는 지표다.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눠 지방량을 추정하기에 비만 여부를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1990년대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 진단에 BMI를 공식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진료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BMI는 비만을 파악하는 단순 계산식이기에, 의학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비만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 비만 전문가 단체인 '캐나다 비만(Obesity Canada)'은 2020년 '성인에서 비만: 임상 가이드라인'을 발표, 비만 환자는 체중 또는 BMI와 독립적으로 합병증 및 사망 위험이 높다며 BMI가 비만 관련 합병증을 판단하는 정확한 지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Annals of Internal Medicine 편집장인 미국 토머스 제퍼슨대학 Christine Laine 교수는 동저널 5월호를 통해 BMI보다 더 나은 비만 평가 지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Laine 교수는 "BMI는 인종, 성별, 체격, 근육량 등에 따라 달라지는 체성분을 평가하기엔 완전하지 않다"며 "BMI가 비만을 평가하는 최선의 척도이기 때문에 사용하기보단, 계산이 단순하기 때문에 초기 비만 선별도구로 활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근육량 많고 체지방 적은 운동선수,  BMI 기준이라면 '비만'으로  분류될 수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BMI의 가장 큰 한계점은 체중에만 의존하기에 체지방과 근육을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로, 체지방량이 적고 근육량이 많은 운동선수는 체중이 많이 나가면서 BMI가 높아져 비만으로 분류된다.

반대로 체지방량이 많고 근육량이 적은 일반인은 BMI에 따라 정상으로 구분될 수 있다.

고대 안암병원 김신곤 교수(내분비내과)는 "운동선수는 BMI에 따라 비만으로 분류될지라도 대사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다. 이것이 BMI 역설(paradox)"이라며 "이 때문에 고령은 BMI가 낮아도 사망 위험이 높고, BMI 기준상 과체중이거나 비만 단계가 높지 않다면 오래 산다. 결국 BMI는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사람을 분류하는 데 좋은 지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BMI는 체지방량을 직접 확인하고 계산하지 않기에, 같은 BMI일지라도 나이, 근육량, 성별, 인종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체지방률이 다를 수 있다.

미국 메이오클리닉 연구팀 조사 결과에 의하면, BMI가 25kg/㎡ 이상인 성인의 체지방률은 남성 14~35%, 여성 26~42%로 다양하게 나타났다(Int J Obes (Lond) 2008;32(6):959~966).

즉, BMI는 정확한 체지방 정보를 제시하기 어려워 체내에서 지방이 어떻게 분포됐는지 확인할 수 없다. 이는 내장지방이 팔과 다리에 분포된 지방보다 건강 악화 위험을 높인다는 점에서 BMI의 한계를 보여준다.

 

BMI만 사용했을 때보다 DEXA 활용 시 비만 진단율 2배 높아

이에 지난 6월 미국의사협회(AMA)는 BMI가 비만을 진단하는 적절한 도구가 아니라며 의료진은 BMI에만 의존해 비만을 진단하지 않도록 권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AMA는 BMI가 비히스패닉계 백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BMI 활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반인구에서 BMI가 체지방량과 의미 있는 연관성을 보이지만 개인별로 적용하면 예측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주목했다.

즉, 진료현장에서 비만 진단 시 BMI만 활용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 BMI만으로 비만을 진단하면 비만 환자를 놓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중에너지방사선흡수계측법(DEXA)으로 측정한 총 체지방률에 따른 비만 진단율은 BMI만 활용했을 때보다 2배가량 높았다. 이는 BMI가 대사건강을 반영한 완전한 지표가 아니며 비만을 과소평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럿거스로버트우드존슨의대 Aayush Visaria 교수는 "진료현장에서 BMI를 폭넓게 사용하지만, 이번 연구는 BMI가 진정한 비만을 과소평가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허리둘레 등 추가 평가 없이 BMI만으로 비만을 판단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연구 결과를 근거로 BMI로 비만을 진단하는 시대가 끝나가는 시점에 있다고 평가했다.

 

비만 진단에 'BMI+ α' 필요성 떠올라

하지만 진료 현장에서는 BMI가 비만을 평가하는 지표로 자리 잡았고 이를 기준으로 치료전략을 결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BMI를 활용하지 않기 보단, 다른 지표를 함께 사용해 비만을 진단해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체지방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DEXA를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DEXA는 장치가 필요하지 않은 BMI와 비교해 진료현장에서 활용하기엔 실용적이지 않다.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내분비대사내과)는 "DEXA 장치는 비싸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에서 구입하기 어렵고 일반 국민도 비만 진단에 쉽게 사용할 수 없다"며 "또 DEXA로 체지방을 확인할지라도 비만 평가 기준에 대한 표준화가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이에 대한 기준 정립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MA는 비만 진단 시 BMI와 함께 신체비만지수(BAI), 상대지방량(RFM), 허리둘레, 유전적/대사적 요인 평가 등 근거 있는 비만 진단법을 활용하도록 제안했다.

특히 학계는 허리둘레를 이용해 비만을 확인하는 지표에 주목한다. 허리둘레를 키로 나눈 비율인 WHtR(Waist-to-height ratio)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BMI가 35kg/㎡ 미만인 성인이라면 WHtR을 계산해 복부비만을 평가하도록 권고했다. BMI가 35kg/㎡ 이상의 고도비만이 아니라면 복부비만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연구팀도 허리둘레를 감안한 WWI(Weight-Adjusted Waist Index) 지표를 개발했다. 김신곤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WWI는 허리둘레를 체중의 제곱근으로 나눠(cm/√kg) 비만을 평가한다. 

김 교수는 "WWI는 체지방과 근육을 구별할 수 있는 지표로, BMI보다 심혈관질환, 당뇨병, 고혈압, 사망 등과 더 연관성을 보임을 확인했다"며 "BMI에 따른 비만 진단 기준은 인종에 따라 다르지만, WWI를 적용하면 아시아인과 서양인 모두 표준분포(standard distribution)가 같았다. 인종별 BMI 진단 기준이 다른 가운데 WWI는 인종과 관계없이 동일하게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BMI에 더해 합병증을 확인해 비만을 진단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 교수는 "비만 진단에 BMI의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사용하는 이유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며 "향후 BMI만으로 비만을 진단하기보단, BMI가 일정 기준 이상이면서 비만 관련 합병증이 있다면 임상비만(clinical obesity)으로 정의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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