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경정신의학회, 서현역 사건 관련 성명서 발표
"현행 법∙제도로 국민 구할 수 없어…근본적 변화 필요"
병원 전단계 관리∙이송 시스템, 국가책임제 도입 강조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최근 발생한 서현역 사건과 같은 비극을 예방하고 사후관리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지난 6일 중증정신질환 관련 범죄에 대한 성명서를 내고 향후 제도 변화의 중점으로 삼아야 할 점들을 제시했다.

학회는 사건 발생 초기 조현성 인격장애 등 정신과 진단명 보도에 대해 사건와 정신질환과의 연관성이 분명히 파악될 때까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경찰 조사결과 서현역 피의자는 3년간 치료를 중단해 왔으며 피해망상이 사건의 원인으로 발표됐다. 이에 예방과 사후관리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회는 "2016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에 대해 인권 강화의 취지는 공감하나, 충분한 준비 없이 자타해위험성을 입원의 필수요건으로 법제화할 경우 적절한 치료가 어려워져 사고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정신 질환에 대한 편견만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행 법과 제도에 의한 정신질환자 치료와 회복을 위한 시스템은 더 이상 환자, 가족, 그리고 국민 누구도 제대로 구할 수 없으며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 후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제도 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학회는 이에 환영하는 입장을 내비치며 제도 개선에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중요 사항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 있기를 간절히 요청한다"고 전했다.

학회는 먼저 "환자만 비난할 것이 아니라 시스템 개선을 통해 누구나 적절한 치료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끔찍한 범죄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당연하나 질환 자체의 문제가 아닌 조기에 치료받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도록 하는 의료-복지 시스템 부제가 문제라는 관점이다. 

또한 "불특정 다수를 향한 폭력 사건 발생 시 국민의 안전과 정신건강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한다"고 전했다. 

사망자 유가족과 부상자, 목격자의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정신건강 지원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또한 자극적인 언론 보도난 현장 동영상, 유언비어에 노출돼 간접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음을 우려했다. 

더불어 "정신질환의 조기발견과 조기치료를 위해 이러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이송제도를 포함한 법과 제도의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미국, 유럽은 물론 대만 역시 자타해우려가 있는 정신질환 발견 시 경찰과 소방에 의료기관까지의 이송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는 중증 정신질환에 대한 민원이나 신고가 들어와도 전국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등 병원 전단계와 이송에 대한 관리가 미비하다.

또 "감당하기 어려운 중증 정신질환 치료를 가족이 아닌 국가가 책임지는 '중증 정신질환 국가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핵가족 또는 1인 가구 중심 사회에서 중증 정신질환을 더 이상 개인과 가족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학회는 보호의무자 입원제도 폐지와 사법입원 또는 정신건강 심판원제도의 도입을 학회 공식 의견으로 내세웠다. 

이와 함께 "사후 예방을 위한 법정신의학회의 활성화와 치료 감호 시스템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며, 정신질환 치료와 회복을 위해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는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