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IC 2023서 TRAILBLAZER-ALZ 2 임상3상 결과 공개
중간 수준 타우(tau) 환자 iADRS 35%, CDR-SB 36% 악화 지연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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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최근 치매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한데 이어, 또 다른 치료제 '도나네맙'도 가능성을 확인했다.

일라이 릴리의 도나네맙은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인지 및 기능 악화를 지연시키는 효과를 확인했다. 더불어 타우(tau) 단백질 수준에 따라 치료제 효과가 다르다는 점을 밝혀내 치매 치료제 연구에 또 다른 시사점을 줬다. 

17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국제컨퍼런스(AAIC 2023)에서 도나네맙의 임상3상 TRAILBLAZER-ALZ 2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결과는 같은날 JAMA 온라인판에도 게재됐다. 

연구는 8개국에서 모집된 1736명의 초기 증상성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이들은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PET)에 의해 아밀로이드 및 타우의 병리학적 축적이 확인됐다. 

참가자들은 도나네맙 또는 위약을 4주 간격으로 72주 동안 정맥 주사하는 군에 1:1로 무작위 배정됐다. 도나네맙군은 사전 정의한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 기준을 충족하면 맹검 방식으로 위약을 투여받도록 전환됐다. 

1차 목표점은 76주차 통합 알츠하이머병 평가 척도(iADRS) 점수의 변화였다. iADRS는 인지 및 일상생활 기능을 평가하는 복합지표로 점수가 낮을수록 손상이 더 큼을 나타낸다. 2차 목표점은 임상치매척도점수(CDR-SB) 변화로 점수가 높을수록 증상이 더 나빠짐을 의미한다.

연구는 참가자들을 질병 진행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인 타우 수치에 따라 중간 수준과 높은 수준으로 계층화해 분석했다.  

인지 및 기능 악화 지연…타우 수준 낮을수록 효과↑

연구 결과, 도나네맙은 질병의 임상 또는 병리학적 단계와 관계없이 인지 및 기능 악화를 지연시켰다. 특히 중간 수준 타우 환자에서 더 큰 효과가 나타났다.

중간 수준 타우 환자에서 도나네맙군은 iADRS와 CDR-SB 점수 악화를 각각 35%, 36% 유의하게 지연시켰다. 타우 수준과 관계없이 도나네맙 치료를 받은 모든 환자에서 iADRS와 CDR-SB 점수 악화가 각각 22%, 29% 유의하게 느려졌다. 

하위 분석 결과 경도인지장애 참가자(214명)에서 도나네맙은 iADRS와 CDR-SB 악화를 각각 60%, 46% 늦췄다. 중간 수준 타우 환자 중 도나네맙군의 47%가 1년 동안 CDR-SB 악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도나네맙군은 18개월의 연구 기간 동안 다음 임상 단계로 진행될 위험이 위약군에 비해 39% 낮았다. 이는 위약군과 동일한 수준의 인지 및 기능 저하에 도달하기까지 추가로 7.5개월이 더 걸림을 의미한다.

도나네맙은 특히 침착된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제거하는 효과가 컸다. 도나네맙군은 18개월 동안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84% 감소했으며 위약군은 1% 감소에 그쳤다. 참가자들의 약 절반이 사전 정의된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 기준에 도달해 12개월차에 도나네맙 복용을 중단했다.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 발생률은 총 36.8%였다. ARIA-부종(ARIA-E) 발생률은 24%로 이중 증상이 있는 환자는 6.1%였으며, ARIA-뇌 미세출혈(ARIA-H) 발생률은 31.4%였다. 

레켐비 vs 도나네맙, 차이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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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발표는 이달 6일 같은 아밀로이드 베타 표적 치료제 '레켐비'의 FDA 허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 자연스레 두 치료제 간 비교도 이어지고 있다. 

레켐비는 임상3상 CLARITY-AD 연구에서 위약군에 비해 CDR-SB 점수 악화를 27% 지연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도나네맙은 중간 타우 수준 환자에서 35%, 전체 환자에서 29% 악화를 지연시켰다. 

ARIA-E, ARAIA-H 발생률은 레켐비가 12.6%, 17.3%였고, 도나네맙은 24%, 31.4%로 나타나 도나네맙 치료 환자의 부작용 발생률이 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아직 직접 비교 연구가 없는 만큼 두 치료제의 효과와 안전성을 서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레켐비는 2주 간격, 도나네맙은 4주 간격으로 투여해 도나네맙의 편의성이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도나네맙의 경우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 기준에 도달하면 투여를 중단해 환자에 따라 그 치료 기간이 더 짧을 수도 있다. 

릴리는 2분기 FDA에 도나네맙의 허가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올해 말까지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천대길병원 박기형 교수(신경과, 대한치매학회 기획이사)는 "도나네맙의 수치가 조금 좋지만, 어떤 치료제가 좋다고는 말할 수 없다"며 "세계적으로 이런 약제들이 계속 허가받고 상용화 단계까지 올라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제 허가 및 연구에 영향을 받아 AAIC의 논의도 구체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전까지는 기초적 이야기들이 많았던 반면 올해는 진단 기준에 대한 이야기 등 구체적 논의가 많았다"고 전했다. 

타우 검사 중요성 부각되나

도나네맙 연구가 갖는 차별점은 타우 검사를 통해 환자들을 계층화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타우 수준에 따른 치료제 효과를 살필 수 있었고, 타우 검사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타우 검사 필요성에 대한 질문은 지난 5월 도나네맙의 임상3상 탑라인 결과 발표 때부터 제기된 바 있다.

릴리 신경과학 R&D 부사장 Mark Mintun은 17일 AAIC 2023 현장에서 "우리는 타우 수준에 따라 환자를 계층화했지만 여기에 다른 치료제 임상시험에 포함되지 않은 범위의 환자군은 없었다"며 "타우 검사는 유용할 수 있지만 필수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치료제 사용 전 타우 검사는 당장 의무가 아닐 수 있으나, 앞으로 바이오마커로 중요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박 교수는 "약의 효과가 타우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고, 향후 진단 기준에서 타우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이미 베타 아밀로이드만 있고 타우가 없는 사람에서 치매가 잘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져 있다. 약의 부작용이 적지 않아 꼭 써야 하는 사람을 골라내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국내를 비롯해 아직 타우 검사를 상용화 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지 않아 승인은 베타 아밀로이드만 검사 후 사용하는 식으로 될 가능성이 크다"며 "약제 사용 전 타우 검사가 필수가 될지는 FDA 승인 방향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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