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구팀,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 뇌 분석 결과 TAF15 단백질 응집 구조 발견
새 표적 활용한 진단 및 치료법 개발 기대...루게릭병 등 운동 뉴런 질환과 관련 가능성도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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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알츠하이머 치매보다 더 조기에 발병하는 전두측두엽 치매 발병과 관련된 단백질 응집 구조가 발견됐다.

이 단백질을 표적으로 그간 치료법이 전무했던 전두측두엽 치매의 진단과 치료 연구에 진척이 생길 지 주목된다. 

지난 6일 nature에는 전두측두엽 치매에서 발견되는 TAF15 단백질 응집 구조를 조사한 영국 케임브리지대 MRC 분자생물학연구소 Stephan Tetter 박사팀의 연구 논문이 실렸다. 

치매의 한 종류인 전두측두엽 치매는 전체 치매 중 약 10%를 차지하며, 다른 치매에 비해 이른 나이인 45~65세에 주로 발생한다. 

치매를 포함한 대부분 신경퇴행성 질환은 아밀로이드라고 불리는 필라멘트 응집과 관련이 있다. 연구자들은 대부분 질병에서 응집되는 단백질을 확인해 진단 및 치료의 표적으로 삼고 있다. 

그동안 전두측두엽 치매의 약 10%에서 이러한 악성 단백질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해 원인 파악에 어려움이 있었다. 

FUS 아닌 TAF15 단백질 응집이 원인

새 표적 활용해 진단·치료 가능해질까

이에 연구팀은 기증된 치매 환자 4명의 뇌를 극저온 전자현미경(Cryo-EM)으로 관찰해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단백질 응집 구조를 확인했다. 

Cryo-EM은 2017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기술로, 영하 200도로 동결한 생체분자를 원자단위까지 영상분석이 가능하도록 만든 현미경 장비다.

그간 전두측두엽 치매는 타우(Tau), TDP-43, FUS 단백질 응집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 중에서도 FUS 응집이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4명의 전두엽 및 측두엽 피질 조직을 분석한 결과, FUS가 아닌 TAF15 단백질 응집이 공통적으로 나타남이 발견됐다.

TAF15 단백질 응집은 이전에 다른 신경퇴행성 질환이나 신경학적으로 정상인 사람에게서 관찰된적이 없어, 연구팀은 TAF-15 단백질 응집으로 전두측두엽 치매를 특정 지을 수 있다고 결론냈다. 

더불어 2명의 운동 피질과 뇌간에서 TAF-15 단백질 응집을 발견했으며, 그 중 한 명이 전두측두엽 치매 발생 전 루게릭병 가능성을 진단 받음에 따라 TAF-15가 운동 뉴런 질환과 연관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제 전두측두엽 치매가 있는 일부 사람은 근육에 대한 통제력이 점차 상실되는 운동 신경 질환을 함께 앓고 있다. 

Stephan Tetter 박사는 "이번 연구 이전에는 신경퇴행성 질환에서 TAF15가 아밀로이드 필라멘트를 형성하는 것이 알려지지 않았고, 그 구조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는 예상치 못한 결과"라며 "Cryo-EM이 이전 기술의 능력을 넘어서는 통찰력을 제공함으로써 치매와 신경퇴행성 질환의 분자 병리학에 대한 이해를 더욱 광범위하게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의 교신 저자인 Benjamin Ryskeldi-Falcon 박사는 "이번 발견은 전두측두엽 치매의 분자적 기초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변화시켰다"며 "핵심 단백질과 그 구조를 확인 했으므로 이러한 유형의 전두측두엽 치매 진단과 치료를 위해 이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 이는 알츠하이머를 특징 짓는 아밀로이드 베타 및 타우 단백질 응집을 표적으로 삼는 기존 파이프라인 전략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개발 중인 치료제 대부분 GRN 돌연변이 대상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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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측두엽 치매는 원인이 확실하게 파악되지 못한 만큼, 알츠하이머 치매에 비해 개발 중인 치료제 역시 드물다. 

일부 개발 중인 치료제는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 중 3분의 1가량에서 나타나는 GRN 돌연변이 전두측두엽 치매(FTD-GRN) 치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6일 영국 아비아도바이오는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AVB-101의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 대상 임상1/2상을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FDA는 AVB-101을 신속 심사 대상으로 지정했다. 

AVB-101는 프로그래눌린(GRN) 돌연변이가 있는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를 위해 개발 중인 아데노관련바이러스(AAV) 유전자 치료제다. 해당 돌연변이는 뇌 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프로그래눌린(GRN) 단백질의 생산 부족을 초래한다. 

AVB-101는 중추 신경계 전체에 GRN 유전자의 기능적 사본을 전달해 GRN 단백질이 정상적인 수준을 회복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질병 진행을 늦추거나 멈추도록 설계됐다. 

이 밖에도 미국 디날리 테라퓨틱스와 릴리의 자회사인 프리베일 테라퓨틱스가 FTD-GRN 치료제를 개발 중으로 임상1/2상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다만 전두측두엽 치매의 3분의 1 정도만이 GRN 돌연변이로 인해 발병한다는 점에서, 이들 치료제가 개발에 성공해도 전체 환자에게 사용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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