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켐비 피하주사(SC), 정맥주사(IV)와 효과 같거나 더 좋아
SC 제형 허가 시 자가 투여 가능...환자 편의성·복약 순응도 개선 기대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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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에자이와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피하주사(SC) 제형이 기존 정맥주사(IV) 제형과 마찬가지로 효과를 확인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회사 측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SC 제제 허가를 획득할 경우 환자들이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자가주사가 가능해져, 편의성과 치료 순응도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레켐비는 지난 7월 FDA 허가를 획득한 경도 인지장애 및 초기 알츠하이머 치료제다. IV 제형으로 개발돼 환자가 2주에 한번 병원을 방문해 투여받아야 한다. 

레켐비SC, IV보다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율 더 높아

레켐비 개발사인 에자이와 바이오젠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된 알츠하이머 임상시험 컨퍼런스(CTAD 2023)에서 레켐비 SC 제제와 IV 제제를 비교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레켐비 임상3상 Clarity AD 오픈 라벨 확장 연구의 하위 연구로 참가자 중 72명은 매주 SC 제제를, 322명은 격주로 IV 제제를 투여받았다. 

연구 결과, 치매 원인 물질로 꼽히는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율이 IV군보다 SC군에서 더 높게 나타나 SC 제제의 효과가 입증됐다. 

치료 6개월차 아밀로이드 PET 검사 분석에서 SC군의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율은 IV군에 비해 14% 높았다. SC군은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40.3±2.27 센틸로이드(centiloid) 감소한 반면 IV군은 -35.4±1.14 센틸로이드 감소했다. 

SC 제제의 전신 주사 반응은 흔하지 않고 경미한 수준이었으며, 특히 SC 제제로 처음 레켐비를 투여받은 환자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다. SC 제제를 투여받은 환자의 국소 주사 부위 반응 비율은 전체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ARIA 발생률 높지만 "표본 적어 추가 연구 필요"

▲에자이와 바이오젠의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에자이와 바이오젠의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문제는 치매 치료제 최대 부작용으로 꼽히는 뇌 부종, 뇌 미세혈관 출혈 등 아밀로이드 관련 비정상적 영상 소견(ARIA)이 IV군보다 SC군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IV군의 ARIA-E, ARIA-H 발생률과 ARIA-H 단독 발생률이 각각 12.6%, 17.3%, 8.9%인데 반해 SC군은 16.7%, 22.2%, 8.3%였다. 

그러나 바이오젠 측은 SC군과 IV군의 ARIA-E 발생률은 비슷한 수준이며, 두군의 표본 크기 차이로 인해 정확한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SC 제제로 새로 치료받은 환자 수가 72명으로 적은 규모인 만큼 한두 사례가 부작용 발생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SC 투여의 혈류 내 최고 농도가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ARIA 발생률을 잠재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예측했다. 주 1회 주사하는 SC 제제가 격주로 주사하는 IV 제제보다 약물에 더 안정적인 노출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길병원 박기형 교수(신경과, 대한치매학회 기획이사)는 "ARIA 부작용 표본이 너무 적어 아직 어떤지 정확하게 파악이 어렵고 더 큰 연구가 필요하다"며 "주사를 놓는 위치에 따른 국소 부작용은 피하주사 제형에서 오히려 적어 ARIA 부작용 관점에서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자가주사'로 환자 편의성 향상 기대

SC 제제 개발 시 환자들이 얻는 이점은 뚜렷할 것으로 보인다. 치매는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으로 경도인지장애 단계부터 평생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자가주사가 가능한 SC 제제가 허가되면 환자들의 질환 관리는 더 용이해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또 다른 치매 치료제 개발사인 로슈와 릴리도 피하주사 제형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에자이와 바이오젠은 내년 3월 31일까지 미국식품의약국(FDA)에 레켐비SC의 생물학적제제 허가 신청서(BLA) 제출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박기형 교수는 "환자들이 정맥주사를 맞기 위해 한달에 한번씩 병원에 와야하고 주사 후에도 병원에 계속 있어야 하는데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당뇨병 환자들도 그렇듯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자가주사가 필요하다. 피하주사 제형이 개발되면 환자 편의성이나 복약 순응도 면에서는 훨씬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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