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효과·편리한 제형 내세운 산후우울증 치료제 '주라놀론'
폐동맥고혈압 증상 완화 넘어 역전 노리는 '소타터셉트'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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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글로벌 제약 산업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는 지표 중 하나는 그 해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거나 승인에 도전한 신약들 목록이다. 이를 통해 최근 신약 개발 트렌드와 시장이 필요로 하는 약물이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다. 

본지는 창간 22주년을 맞아 FDA에 신약승인신청(NDA)를 제출한 산후우울증 치료제 주라놀론,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소타터셉트, 유전자가위 치료제 엑사셀, 궤양성대장염 치료제 에트라시모드 등 4가지 약물을 살펴봤다. 4가지 신약은 새로운 기전을 토대로 현재까지 승인된 치료제가 없거나, 치료제가 있음에도 미충족 수요가 남아있는 질환을 타깃하고 있다. 

① 드디어 출시? FDA 승인 기대되는 신약들

②유전자가위 치료제·궤양성 대장염 신약도 허가 '대기중'

3일이면 효과, 산후우울증 대안 될 '주라놀론'

전 세계 우울증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우울증 신약 개발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 바이오젠과 세이지가 개발한 ‘주라놀론’의 FDA 승인 여부가 곧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울증 치료에 많이 사용되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나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 재흡수 억제제(SNRI)는 뇌의 세로토닌 수용체를 표적한다. 

반면, 주라놀론은 경구용 신경활성스테로이드(NAS)로 뇌 신경전달물질인 감마 아미노부티르산(GABA-A) 수용체를 표적해 양성 알로스테릭을 조절하는 새로운 작용 기전을 갖고 있다. 

주라놀론은 GABA-A 수용체 연결을 복원해 우울증이 있는 사람의 조절되지 않는 신경 네트워크 균형을 빠르게 재조정한다. 기존 치료제는 효과 발현까지 시간이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리는 반면, 주라놀론은 효과가 더 빠르게 나타난다는 장점이 있다. 

5월 3일 미국정신의학회지에 실린 주요우울장애(MDD) 환자 대상 임상3상 연구에 따르면 2주간 주라놀론을 복용한 환자의 우울 증상이 위약군 대비 유의하게 개선됐다. 효과는 복용 3일만에 나타났다. 

미국 버지니아의대 Anita H. Clayton 박사 연구팀은 18~64세 환자를 대상으로 14일 동안 1일 1회 주라놀론 50㎎ 또는 위약을 복용하도록 했다. 1차 목표점은 15일째 해밀턴우울증평가척도(HAM-D) 17개 항목의 총점 변화였다. 

주라놀론군에 266명, 위약군에 268명을 무작위 배정해 연구를 진행한 결과 15일차 주라놀론군의 우울 증상이 위약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주라놀론군의 HAM-D 점수 최소제곱평균 변화는 -14.1점, 위약군은 -12.3점이었다. 

주라놀론군의 우울 증상은 복용 3일째부터 크게 개선됐다. 3일차 HAM-D 점수의 최소제곱평균 변화는 주라놀론군 -9.8점, 위약군 -6.8점이었다. 이러한 차이는 치료 및 추적관찰 동안 지속됐다. 

주라놀론이 기대를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산후우울증(PPD) 치료 효과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현재 산후우울증 치료제로 승인받은 제품은 세이지가 개발한 ‘줄레소’가 유일하다. 그러나 줄레소는 병원에서 60시간 동안 투여하는 정맥주사 형태로 환자 불편함이 크다. 이에 경구제인 주라놀론이 허가를 받으면 편의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후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3상 SKYLARK 연구 결과, 주라놀론 복용군은 15일째 우울 증상이 위약군 대비 유의하게 개선됐다. 주라놀론 50㎎으로 치료받은 PPD 환자의 14일차 HAM-D 점수 최소제곱평균 변화는 -15.5점으로 위약군 -11.6점에 비해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 

치료 3일차부터 45일차까지 HAM-D 점수 7점 이하에 해당하는 관해를 달성한 비율도 주라놀론군이 위약군보다 높았다. 

주라놀론은 지난해 12월 FDA에 주요우울장애 및 산후우울증 치료제로 신약승인신청(NDA)을 제출한 상태다. FDA가 올해 2월 주라놀론을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함에 따라 8월 5일 최종 승인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소타터셉트, 폐동맥고혈압 '완화' 아닌 '역전' 꿈꾼다

새로운 폐동맥고혈압(PAH) 치료제의 FDA 승인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폐동맥고혈압은 폐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에 이상이 생겨 폐가 부어 오르고 혈관이 좁아져 폐동맥 혈압이 상승하는 희귀질환이다. 폐동맥 벽에 있는 세포의 과증식으로 인해 협착 및 비정상적 수축이 발생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포스포디에스테라아제-5 억제제, 엔도테린 수용체 길항제 등 10개 이상의 치료제가 PAH에 승인을 받아 사용 중이다. 

그러나 기존 치료제는 혈관 수축을 통한 증상 완화를 목표로 하며, 근본적 치료제는 없는 상태다. 여러 약제를 병용해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들이 있어 PAH 환자의 5년 내 사망률은 43%에 달한다. 

이 가운데 MSD의 ‘소타터셉트’가 긍정적인 임상시험 결과를 얻으며 PAH 치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지 기대가 모인다.

소타터셉트는 단백질 복합체인 액티빈과 형질전환성장인자인 TGF-β를 결합한 약물이다. 폐혈관 세포 사이의 비정상적 신호를 차단해 질병 진행을 부분적으로 역전(reversing)시킨다.

지난 3월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2023)에서 공개된 임상3상 STELLAR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타터셉트는 PAH 환자의 보행 거리를 크게 개선하고 위약 대비 사망 위험을 낮췄다. 

연구는 기본 치료를 받고 있는 323명의 PAH 환자를 1:1 무작위 배정해 3주마다 소타터셉트 혹은 위약을 투여했다. 연구에 참가한 환자들은 3가지 이상의 약물 치료를 받고도 가벼운 걷기에도 숨이 차는 중증이었다. 1차 목표점은 치료 24주차 6분 보행검사 거리 변화였다. 

연구 결과 24주차 6분 보행검사 거리 변화의 중앙값은 소타터셉트군 34.4m(95% CI 33.0~35.5), 위약군 1.0m(95% CI -0.3~3.5)로 소타터셉트군에서 더 큰 개선을 보였다. Hodges-Lehmann 측정에 따른 두 군의 6분 보행검사 거리 변화 차이는 40.8m(95% CI 27.5~54.1; P<0.001)였다. 

소타터셉트는 WHO 기능 등급(WHO FC) 및 폐혈관 저항(PVR)을 포함한 9개의 2차 목표점 중 8개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을 나타냈다. 임상적 악화 또는 사망 위험 역시 위약 대비 84% 감소했다(HR 0.16; 95% CI 0.08~0.35).

내약성도 우수했으며, 위약군과 비교해 소타터셉트군에서 더 빈번하게 나타난 부작용은 경미한 출혈, 모세혈관확장증, 현기증, 헤모글로빈 수치 증가, 혈소판감소증 및 혈압 상승이었다.

소타터셉트는 2020년 4월 FDA 혁신치료제로 지정됐으며, 임상3상 결과를 근거로 NDA를 제출하고 우선 심사 지정을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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