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 모두 '니치'는 공통분모
린자골락스·엘리셀...올해 FDA 승인 앞둔 약물 주목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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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미국과 유럽의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좌우한다. 때문에 세계 제약바이오 산업을 이해하려면 이들이 개발하고, 미국식품의약국(FDA)이 허가 또는 허가 심사를 준비 중인 약물들을 눈여겨봐야 한다.

시장에 나오는 글로벌 제약사의 약물들은 주력해야 할 분야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앞으로의 방향성을 알려주기도 한다.

본지는 창간 21주년을 맞아 지난해 FDA로부터 허가를 획득한 약물, 그리고 올해 FDA로부터 허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신약을 통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트렌드를 분석했다.

① FDA 신약 허가기조 '니치버스터'...전문화·세분화
② FDA 승인 앞둔 약물도 '니치'..."트랜드 바뀐다"

 

FDA 승인 앞둔 신약도 ‘니치버스터’

FDA 허가 방향성은 신약 연구개발 분야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를 포함해 환자 개개인에 맞춰진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제약업계는 전문적인 치료제가 없는 분야라면 개발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편두통 치료제는 2018년, 2019년 연이어 새로운 약물이 등장했고, 신경세포 퇴행을 멈추게 할 수 있는 파킨슨병 치료제도 2개가 승인됐다. FDA 방향성이 니치버스터 약물로 이동한 데는 글로벌 빅파마들의 시선이 이미 전환됐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FDA로부터 신약 허가를 받은 순환기 약물과 내분비 약물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나마 허가받은 신약도 혈압상승제, 정맥혈전색전증제제 등 일반적인 만성질환에 사용하는 약물이 아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FDA가 허가하는 신약은 향후 연구개발 트렌드와 밀접하다”며 “새로운 신약이 등장하는 질환에 대한 연구는 활발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트렌드는 향후 허가가 기대되는, 즉 FDA가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법(PDUFA)에 따라 심사 기일을 앞둔 약물들의 면면에서도 드러난다.

자궁근종 관련 과다월경출혈 개선제는 올해 FDA 승인을 앞두고 있다.

FDA는 옵세바의 폐경 전 자궁근종 관련 과다월경출혈 개선제 린자골락스의 신약승인신청서(NDA) 검토에 돌입했다. 

PDUFA에 따른 심사기간은 오는 9월 13일이다.

린자골락스가 FDA로부터 허가를 받는다면 자궁근종에 유연한 용량을 제공할 수 있는 최초이자 유일한 생식샘자극호르몬분비호르몬(GnRH) 수용체 길항제가 된다.

NDA 신청은 2개의 임상3상으로 구성된 PROMISE 연구가 근거다. 두 연구의 공통 1차 효능 목표점은 과다월경출혈 감소로, 월경손실량이 80mL 미만이며 등록 당시 대비 치료 24주째 월경량이 50% 이상 감소한 경우로 정했다.

미국에서 574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PROMISE1 연구 결과, 치료 24주째 린자골락스 200mg 1일 1회+호르몬 ABT 병용요법군의 1차 효능 목표점 반응률은 75.5%, 린자골락스 100mg 단독군 56.4%로, 위약군보다 유의하게 개선됐다. 

유럽과 미국에서 진행된 PROMISE2 연구에서도 린자골락스 병용요법군의 1차 효능 목표점 반응률은 93.9%, 린자골락스 단독군은 56.7%로 나타났다. 반면 위약군은 29.4%에 그쳤다. 특히 린자골락스 치료는 52주 동안 효능이 지속됐다. 린자골락스 병용요법군의 치료 52주차 반응률은 91.6%, 린자골락스 단독요법군의 반응률은 53.2%였다.

옵세바 Brian O’Callaghan 대표는 “린자골락스는 다양한 여성에게 보다 개별화된 치료 옵션을 제공, 미충족 수요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FDA 산하 세포 · 조직 · 유전자 치료제 자문위원회(CTGTAC)는 만장일치로 블루버드바이오가 개발 중인 유전자 치료제 엘리셀(엘리발도진 오토템셀)의 승인을 권고했다. PDUFA에 따른 심사 기간은 올해 9월 16일이다. 

CTGTAC이 승인을 권고할 경우 FDA는 대체로 이를 존중한다는 점에서 허가 가능성은 높게 점쳐진다.

엘리셀은 작년 8월 임상3상 연구 중 참여 환자에게서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이라는 이상반응이 발생해 진행을 보류했었고 올해 1월 FDA로부터 심사 기한 3개월 연장 통보를 받기도 했지만, 승인을 권고받았다.

엘리셀의 승인이 이뤄질 경우 로슈 럭스터나(포레티진 네파보벡), 노바티스 졸겐스마(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에 이어 FDA로부터 세번째로 승인받은 유전자 치료제로 이름을 올린다. 특히 대뇌 부신백질영양증(CALD) 치료제로서는 최초다.

CALD는 소아기에 발생해 빠르게 진행하면서 비가역적 신경기능을 손상 시킨다. 증상이 발현되면 10년 이내 사망에 이르는 희귀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ABCD1 유전자 변이로 인해 발생하며 주로 부신, 뇌, 척수의 백질에서 간사슬지방산(VLCFAs)의 독성 축적을 유발한다.

엘리셀은 환자의 조혈모세포에 ABCD1 유전자의 기능적 복사본인 렌티-D 렌티바이러스벡터(LVV)를 체외 주입하는 1회성 유전자 치료제다. 기능적 ABCD1 유전자를 추가함으로써 간사슬지방산 분해를 촉진하는 ALDP 단백질을 생성하도록 돕는 기전이다. 

이번 승인 신청은 임상2/3상 Starbeam 연구와 임상3상 ALD-104 연구가 기반이다. 우선 Starbeam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환자 90.6%는 치료 24개월째 
주요기능장애(MDF) 없이 생존하면서 1차 목표점을 달성했다.

또 평가 가능한 환자 28명 중 26명은 치료 24개월까지 신경기능점수(NFS)를 1점 이하로 유지했고, 이 중 24명은 NFS 점수 변화가 없었다.

이상반응은 바이러스성 방광염, 범혈구감소증, 구토 등이 발견됐다. 연구 참여자 모두에게서 이식편대숙주병, 이식편 실패 또는 거부, 이식 관련 사망 등은 보고되지 않았다. 2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ALD-104 연구는 현재 환자 등록이 완료돼 후속 조치가 진행 중이다.

블루버드 Andrew Obenshain 대표는 “이번 승인 권고는 엘리셀의 중증 유전 질환에 대한 1회성 치료제로서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치명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인 CALD 환자에게 중요한 치료옵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향후 효능은 높이고 부작용은 최소화한 맞춤형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FDA는 암을 포함해 희귀질환 치료제, 이른바 ‘니치버스터’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임상시험계획 승인과 허가 과정에서 혜택을 주는 등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며 “유전자 변이 타깃, 희귀질환 등을 첫 적응증으로 정하면 환자 수가 적어 상업화가 어렵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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