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정액 포괄수가 개선과 방문진료·방문재활 요양병원 참여 요구 높아
남충희 회장, "간병비 급여화 및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 제도 개선 시급" 강조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요양병원들이 보건의료정책에서 차별받으면서 노인의료가 붕괴되고 있다고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요양병원들이 보건의료정책에서 차별받으면서 노인의료가 붕괴되고 있다고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모든 보건의료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는 요양병원계가 고사직전까지 몰리면서 노인의료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일당정액 포괄수가제와 요양시설과의 기능 중복으로 인한 경영 악화 등은 요양병원들의 생존 자체를 힘들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요양병원협회 남충희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들은 14일 출입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불합리한 수가제도 개선 및 간병비 급여화,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남 회장은 지난 5월 19일 대전을 시작으로, 26일 대구, 6월 2일 부산, 9일 광주, 16일 서울에서 요양병원 대표자를 대상으로 2023 상반기 요양병원 정책설명회를 개최하고, 요양병원협회의 회무 추진 방향 소개와 의료 현장 목소리를 수렴했다.

남 회장은 "요양병원 정책설명회에 참석한 병원 대표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턱밑까지 물이 차올랐는데, 탈출구가 없다고 호소했다"며 "정부의 요양병원 패싱, 차별 정책이 계속되면서 노인의료가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요양병원 입원환자 별도 본인부담 상한, 대표적 차별 정책

남 회장은 요양병원 대표자들이 지적한 정책 배제, 차별 정책의 하나로 요양병원 입원환자에 대한 별도의 본인부담 상한선 설정을 꼽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까지 요양병원에 120일 초과 입원한 소득 하위 50%에 한해 급성기병원보다 45~62만원 높은 본인부담상한액을 설정해 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요양병원 장기입원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120일 초과 입원한 전체 환자의 본인부담상한액을 급성기병원보다 최대 234만원 높였다.

이에 따라 소득 10분위의 본인부담상한액은 급성기병원에서 치료받으면 780만원이지만, 요양병원에 121일 이상 입원하면 1014만원으로 크게 높아져 환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남 회장은 "요양병원은 장기입원이 불가피한 환자들이 입원하는 의료기관"이라며 "이런식으로 보장성을 축소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또 요양병원에서 퇴원한 환자에 대한 방문진료 및 방문재활치료를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현재 방문진료는 일차의료기관에 한해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방문재활치료 역시 재활의료기관으로 제한돼 있다.

남 회장은 "요양병원은 다양한 전문의와 간호인력, 치료사, 사회복지사 등이 상주하고 있어 다학제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요양병원에서 퇴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방문진료 및 방문재활치료를 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200병상 미만 요양병원의 입원환자 안전관리료 수가 부재에 대해 정부의 전향적 변화를 요구했다.

입원환자 당 1일 안전관리료 수가는 200병상 이상 병원의 경우 3350원, 100~200병상 미만 1270원을 받고 있다. 반면, 200병상 이상 요양병원은 1540원, 환자 안전에 더 취약한 200병상 미만 요양병원은 전혀 수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간호 인력 구인난과 야간 근무 간호사 보상 취약 

간호 인력 구인난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요양병원은 급성기병원보다 구인난이 심각하고, 야간 근무 간호사에 대한 보상이 더 취약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야간 전담 간호사 관리료와 야간간호료를 급성기병원에만 지급하고 있어 요양병원 간호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 남 회장은 주장이다.

현재 의원,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은 2~3인실 상급병실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지만, 요양병원은 대상에서 제외돼 환자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

남 회장은 "요양병원에 대해서도 입원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감염 관리를 위해 급성기병원과 동일하게 상급병실에 대한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대유행 과정에서 감염병 치료 능력을 입증했으며,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CRE), 반코마이신내성장알균(VRE), 반코마이신내성황색포도알균(VRSA), 인플루엔자 등 다양한 감염병 환자들이 격리실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격리실 수가는 병원급이 1인실 19만 5800원, 2인실 13만 1880원, 다인실 11만 1420원을 받고 있는 반면, 요양병원은 1인실 12만 5460원, 2인실 8만 3640원, 다인실 7만 260원으로 낮고, 심지어 의원급 보다 낮게 책정돼 있다는 것이다.

남 회장은 "급성기병원에는 적용하지 않는 입원료 체감제를 시행해 격리실 입원 후 16일~30일 입원료 10%, 31일 이후 15%를 삭감해 요양병원이 수가를 더 받기 위해 장기입원을 조장하는 이미지를 국민에게 심어주고 있다"며 "정부는 요양병원에 대한 수가를 차별하면서도 당직간호사 기준을 급성기병원보다 더 강화해 노인의료의 정착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급성기병원의 야간 당직간호사 기준은 환자 200명당 2명인 반면, 요양병원은 80명당 1명을 적용하고 있다.

남 회장은 요양병원은 급성기병원과 달리 야간 응급진료가 많지 않다며, 당직간호사 기준을 강화해 낮시간에 집중해야 할 간호의 질을 떨어뜨리고 구인난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 필요

남 회장은 요양병원 입원급여 적정성 평가 및 의무 인증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 방식으로 적정성 평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 회장은 "2주기 3차 평가부터 종합점수 하위 5% 요양병원에 대해 6개월간 각종 가산수가를 환류하면 매년 50~70개 요양병원이 폐업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10년 뒤 살아남는 요양병원은 절반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2022년 1512개 요양병원이 올해 1413개로 100개 가까이 감소했다.

남 회장은 "2021년과 2022년 2년 간 178개 요양병원들이 경영난으로 폐업했다"며 "적정성 평가 결과 하위 5% 요양병원들은 6개월 간 가산수가 3억 5000만원을 받지 못해  경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평가 체계에서는 아무리 잘해도 하위 5%는 발생하게 되며, 이들은 경영난으로 폐업하게 된다. 정부가 일정한 의료 질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절대평가를 진행해야 한다"며 "현재 적정성평가에 대한 위헌적인 틀을 바꾸기 위해 헌법소원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요양병원에 대한 의무인증 강요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인증비용의 20%를 부과하는 불합리한 제도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자율인증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 회장은 "요양병원에 대한 차별, 배제를 이제 멈추고 만성기 치료, 재활, 투석, 호스피스, 감염, 암진료가 필요한 중증환자들에게 보다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잘못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박성백 총무위원장은 "정부가 요양병원의 의료 질 향상을 위해 적정성 평가 제도를 도입했지만, 현장과 괴리가 크다"며 "하위 5% 요양병원들이 수가를 받지 못한만큼 간호인력을 간호조무사로 대체하고, 의료진의 임금을 삭감하는 등 의료질 제고 노력과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포괄수가제 역시 처음 도입 당시에는 좋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수가 인상분보다 지출이 더 커지면서 요양병원들이 재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며 "포괄수가제를 유지하더라도 욕창 등 특정 질병군 치료에 대해서는 행위별수가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간병 급여화가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정부는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경도 및 선택입원 환자들을 줄일 것으료 요양병원계에 요구하고 있다며, 대략 30%의 환자를 축소시키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경도 및 선택 입원환자, 사회적 입원은 요양병원에서 퇴원시키는 것이 맞다"면서도 "30%의 환자를 줄이는 대신 고도환자에 대한 간병을 급여화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영배 기획위원장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 대한 기능 재정립을 정추가 시급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선 위원장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 대한 기능 및 역할 재정립이 되지 않아 그 기능에 맞게 분화시켜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적 틀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 대한 명확한 기능 및 역할 부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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