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시대, 의료 패러다임 변화 움직임
방문진료 현장을 따라가보다

[메디칼업저버 박서영 기자] 병원 한 번 가려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는 환자들이 있다. 그들에게 계단을 오르내리고 몇 개의 정거장을 지나는 일은 각오 없이 불가능한 도전이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위해 어떤 의사들은 직접 환자의 집을 찾는다. 의사들이 도착한 그곳은 순식간에 가정집에서 병원이 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방문진료가 성행하고 있다. 고령화가 먼저 시작된 일본의 경우, 방문진료를 담당하는 의료기관 비율이 20%를 훌쩍 넘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참여율은 채 1%도 되지 않는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장애 환자에게 병원까지 와주길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단 의사만의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미비한 시스템이 의사들에게 큰 메리트가 되지 못하는 탓이다. 그렇다면 그 ‘1% 이하’ 의사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본지는 그들의 조금 특별한 의료 현장을 함께 해보기로 한다.

1) 기다리는 의사에서 찾아가는 의사로

2) 환자의 집은 가정집 아닌 병원이 된다

기존 의료체계에서 이동하는 역할은 언제나 환자였다. 의사는 앉아서 환자를 기다렸다. 당연시 여겨졌던 이 관계가, 최근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바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아직 미약하지만 패러다임이 조금이나마 흔들리는 것은 분명하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5월 12일까지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의원을 모집했다. 그 결과, 349개 의원이 참여했다. 사업은 시범 형식으로 2025년 12월까지 진행된다.

이는 2019년 실시해 2022년 종료 예정이던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을 3년 더 연장한 것이다. 고령화와 저출산이 심해지면서 방문진료 필요성이 높아진다는 것에 다수가 공감했다.

통계청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17년 14%였던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23년 18%로 오른 상황이다. 앞으로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돼 2025년 20.6%, 2030년 25.5%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고령인구 가운데 3개월 이상, 5개가 넘는 의약품을 만성 복용하는 비율만 해도 70.2%다. 꾸준한 관리 및 돌봄이 시급한 이들에게 가장 우선으로 제시되는 대안이 바로 방문진료다.

 

일본, 가산 수가 · 방문간호 스테이션 운영

우리나라보다 고령화를 일찍 맞이한 일본은 이미 방문진료가 준 보편적 시스템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2017년 기준 일본에서 방문진료를 실시한 진료소는 전체의 21.8%(2만 167개소)이며, 병원은 32.2%(2702개소)다.

또 다양한 가산 수가를 마련해 의료진의 참여를 이끌었으며, 방문간호 스테이션을 운영해 간호사와 물리치료사 등의 인력을 배치하기도 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이미 거동 불편자 등에게 방문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응급실 이용률과 의료비 지출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우리나라 역시 방문진료 시범사업의 효과 ‘맛보기’는 마친 상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추진을 위한 방문의료 모델 개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사업 참여 전 36.4%였던 환자들과 의료기관 입원율은 참여 후 30.9%로 5.5%p 감소했다. 특히 재가 기간이 증가하면서 의료비도 절감됐다.

보험연구원은 “방문진료가 환자의 불필요한 입원을 줄이고 시설 입소를 지연시킴에 기여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예방 가능 입원율과 복약 순응도, 응급의료서비스 이용률, 사망률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이는 방문진료가 향후 다학제로 이뤄질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참여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81.4세였으며, 여성 74.0% 남성 26.0%로 성별 차이가 두드러졌다. 설문조사 응답자 339명 가운데 만족한다는 비율은 79.9%였으며, 불만족은 20.1%에 불과했다.

반면 방문진료 의사를 주치의로 인식한 비율은 전체의 43.4%로 절반을 넘지 못했다. 주치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그 이유로 “의사가 자주 오지 않고, 간단한 처방만 해주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이외에 주기적으로 진료하는 의사가 이미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의원들의 참여도가 저조하다는 것이다. 저수가와 시간 분배 등의 문제로 의사들에게는 사실상 메리트가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 개최된 대한재택의료학회 심포지엄에서 박건우 이사장은 “방문진료를 선호하는 의사들이 분명히 있다. 시스템만 받쳐준다면 충분히 활성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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