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류마티스내과 김해림 교수, ACR vs EULAR 가이드라인 비교
스테로이드, JAK 억제제 사용 제한 관련 학계 입장 갈려

▲18일 LUPUS&KCR 2023 현장에서 건국대병원 김해림 교수(류마티스내과)가 '류마티스 관절염 관리의 최신 발전'을 주제로 강연했다. 
▲18일 LUPUS&KCR 2023 현장에서 건국대병원 김해림 교수(류마티스내과)가 '류마티스 관절염 관리의 최신 발전'을 주제로 강연했다.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의 스테로이드 사용을 두고 미국과 유럽의 가이드라인이 다소 다른 내용을 권고하고 있어 관심이 모인다.

미국류마티스학회(ACR)는 스테로이드 사용 제한을 더 강하게 권하는 반면 유럽류마티스학회(EULAR)에서는 이를 어느 정도 허용하는 분위기다. 

JAK 억제제 안전성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발표된 ORAL Surveillance 데이터가 큰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이는 고위험군이 많이 포함된 연구 결과로 저위험군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없다는 의견도 맞서고 있다.  

18일 코엑스에서 진행된 2023 세계 루푸스 학술대회 및 대한류마티스 춘계학술대회(LUPUS&KCR 2023)에서는 '류마티스 관절염 관리의 최신 발전'을 주제로 건국대병원 김해림 교수(류마티스내과)의 강연이 펼쳐졌다. 

김 교수는 "작년 가장 큰 이슈는 EULAR 권고사항 개정과 그동안 말로만 돌았던 ORAL Surveillance 데이터가 정식 발표된 것"이라며 ACR과와 EULAR 권고사항의 차이점을 비교해 소개했다.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사용 '제한 vs 반드시 고려'

ACR은 이전 개정인 2015년 이후 6년 만인 2021년에 가이드라인이 발표했으며, EULAR는 3년마다 개정되고 있어 지난해인 2022년에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 

두 가이드라인 간 가장 큰 차이점은 스테로이드 사용에 관한 내용이다. 

ACR은 글루코코르티코이드 활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화학합성항류마티스제제(csDMARD) 치료 시작 시 글루코코르티코이드를 3개월 미만 단기 사용하는 것보다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을 권하고 있으며, 장기 사용은 더 강하게 금하고 있다. 

반면 EULAR은 3개월 이내의 단기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사용을 반드시 고려하라고 권하고 있으며, csDMARD 사용을 시작하거나 교체할 때도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사용을 권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엔 감량해 중단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김 교수는 "ACR이 스테로이드를 강하게 제한하는 이유는 일단 스테로이드를 시작한 환자는 거의 줄여서 끊을 수 없고 굉장히 오랜 기간을 사용하는데, 그런 경우에 예측하지 못한 심혈관 위험이나 감염과 같은 부작용이 많아 초치료부터 제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EULAR은 많은 연구가 논란이 있지만 어떤 연구에서는 10% 환자를 제외하고는 스테로이드를 감량해 중단할 수 있었다는 결과가 있었다"며 "몇가지 임상병리 예를 통해 스테로이드의 효과가 규명이 됐기 때문에 단기 스테로이드 사용을 어느 정도 허용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두 가이드라인은 DMARD를 사용하는 환자가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경우에 어떻게 치료법을 변경할지에 대한 권고도 서로 달랐다. 

ACR은 기존에 많이 사용하는 메토트렉세이트(MTX)에 설파살라진(SSZ)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HCQ)을 붙이는 3제 요법보다는 생물학적 항류마티스제제(bDMARD)나 표적합성 항류마티스 제제(tsDMARD)의 추가를 권하고 있다. 

글루코코르티코이드를 사용하던 환자에게도 사용을 유지하기보다 다른 DMARD로 변경 또는 추가를 권하고 있다. 관절내 글루코코르티코이드가 필요한 환자에게도 주사 대신 DMARD로 변경 또는 추가를 통해 스테로이드 사용을 제한하도록 권하고 있다.

EULAR는 첫번째 항류마티스제제에 효과가 없는 환자에게는 나쁜 예후 인자가 없는지를 확인하고 없다면 다른 csDMARD 사용을, 있다면 bDMARD나 JAK 억제제 사용을 고려해보자고 권하고 있다. 

김 교수는 "EULAR는 ORAL Surveillance 데이터가 나온 다음에 권고사항을 발표했기 때문에 JAK 억제제를 사용할 때는 환자의 위험 요인, 즉 심혈관 사건과 암에 대한 위험요인을 확인한 뒤에 사용을 고려하라고 덧붙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ULAR에서 이야기하는 나쁜 예후 인자는 csDMARD를 충분히 쓰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중등도에서 중도의 질병활성도가 지속되는 경우, 급성기반응물질 수치가 계속 높은 경우, 부종 관절수가 계속 많은 경우, 류마티스인자(RF)나 ACPA 자가항체가 양성이고 특히 높은 역가를 보이는 경우, 초기 짓무름이 있는 경우, 두개 이상의 csDMARD를 실패한 경우다. 

스테로이드 · JAK 억제제 사용 괜찮을까?

김 교수는 ACR의 스테로이드 사용 제한과 관련해 근거가 되는 연구와 반박이 되는 연구를 모두 소개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글루티코코르티고이드를 단기간 저용량으로 쓰는 요법이 환자의 증상을 빠르게 호전시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저용량의 스테로이드가 류마티스 관절염 12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10년 전에 발표됐다. 스테로이드군은 각각 증상 20%, 50% 개선을 보여주는 ACR20, ACR50 지표가 모두 위약군보다 좋았고 아침경직에서도 유의하게 좋은 효과를 보였다. 단기간의 부작용 보고는 별로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24주 동안 토실리주맙과 프레드니솔론 5mg 병용을 유지하는 환자와 프레드니솔론을 16주째 감량, 중단하는 환자를 비교했을 때 flare-free probablity가 스테로이드를 유지하는 군에서 더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반면 또 다른 연구에서 1년 동안 프레드니솔론 고용량군(60mg), 저용량군(10mg), 위약군을 비교한 결과 질병활성도의 정도는 스테로이드를 쓴 군에서 빨리 잡혔으나, 52주까지 관찰했을 때 다시 질병활성도 차이는 보이지 않는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JAK 억제제의 안전성과 관련된 논의도 아직 논쟁 중이다.

지난해 토파시티닙의 시판 후 안전성 조사인 ORAL Surveillance에서 MTX 투여에도 불구하고 질병활성도가 낮아지지 않는 RA환자 4326명을 토파시티닙 5mg, 10mg, TNF 억제제 사용군으로 나눠 비교한 결과, 모두 치료 효과는 비슷했다.

하지만 심혈관 사건과 암 발생 위험이 토파시티닙 그룹에서 유의하게 높았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많은 논란과 걱정이 있었으며 국내도 JAK 억제제의 허가사항이 변경되는 등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 ORAL Surveillance 연구를 다시 하위집단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65세 이상, 흡연 경험이 있는 고위험군에서는 TNF억제제군과 비교해 토파시티닙군의 위험도가 올라갔지만 65세 미만, 흡연 경험이 없는 저위험군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김 교수는 "ORAL Surveillance 연구에는 다른 토파시티닙 임상 연구와 비교해 연령이 많고 흡연 경험이 있는 환자가 많이 포함돼 위험 요인을 가진 환자가 많았다"며 "우리나라에서 최근 발표된 4가지 정도의 논문에서도 JAK 억제제의 심혈관 사건이나 암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높지 않다는 결과가 발표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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